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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가톨릭 461] 9·11 이후 25년, 아직도 배우지 못한 교훈

2026-09-14 07:10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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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바이겔 George Weigel is Distinguished Senior Fellow of the Ethics and Public Policy Center, where he holds the William E. Simon Chair in Catholic Studies. 윤리·공공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이슬람주의 테러리스트들이 뒤틀린 종교적 신념의 이름으로 네 대의 항공기를 납치해 맨해튼 남부와 미 국방부 청사에 엄청난 참화를 일으킨 지 몇 주 뒤, 나는 교황 관저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와 그의 가장 가까운 측근 세 사람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자리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평소 그 식탁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교황은 피로 얼룩진 20세기가 끝난 뒤 “인간 정신의 새로운 봄”이 찾아오기를 희망했고, 1995년 유엔에서 이를 선포한 바 있었다. 그러나 그 희망은 좌절된 듯 보였다. 또한 그가 사랑하고 높이 평가하게 된 나라, 미국이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래서 한 시간 동안의 대화는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두고 이어졌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그 질문을 내게 직접 던졌다.

나는 『희망의 교훈: 성 요한 바오로 2세와 함께한 나의 뜻밖의 삶』(Lessons in Hope: My Unexpected Life with St. John Paul II)에서 당시의 답변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나는 그것이 세계사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결함을 지니고 있던 일신교가 타락함으로써 악의 신비가 작동한 하나의 사례이며, 미국에는 도덕적으로 정신을 차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전략적·국제정치적 관점에서는 대단히 복잡한 혼란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어 이것이 정치적 도전인 동시에 도덕적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책임 있는 정부의 첫 번째 의무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지만, 부시 대통령이 9월 20일에 행한 연설은 알카에다와 이를 비호한 탈레반에 대한 미국의 군사행동이 보복이나 복수의 차원이 아니라 ‘정의전쟁의 원칙’에 따라 수행될 것임을 보여 주었다.

여기에서 걸려 있는 것이 단순히 미국의 안전만이 아니라, 어떠한 형태이든 세계의 ‘질서’ 자체가 존재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또한 오사마 빈 라덴이 대단한 부자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따라서 테러리즘이 빈곤의 산물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직면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당시 유엔 주재 교황청 상임대표였던 레나토 마르티노 대주교도 그러한 주장을 펴고 있었다.

그렇다면 25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분석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나의 첫 번째 판단은 사실로 입증된 듯하다. 9·11은 세계에 새로운 무질서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무능한 미국의 정책과 미국 국민 가운데 목소리 큰 일부가 요구해 온 세계적 책임으로부터의 후퇴가 그 새로운 무질서를 더욱 무질서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후자의 문제, 곧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의 광기로 더욱 심화된 새로운 고립주의는 전자의 문제, 즉 미국의 정책결정 집단에서 전략적·도덕적 사고가 쇠퇴한 현실에 진지하게 대처하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9·11의 근본 원인이, 이성으로부터 단절되고 강압적인 이슬람주의 체제를 세계에 강요하려는 이슬람의 한 형태인 지하드주의(Jihadism)였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사실 이 문제에 관한 성찰은 제대로 시작조차 되지 못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06년 레겐스부르크에서 이슬람과 ‘그 밖의 세계’의 관계라는 문제를 놓고 진지한 종교 간 대화의 의제를 제시하려 애썼음에도 그러했다.

이러한 실패가 빚어낸 다소 우스꽝스러운 사례는 최근 캐나다방송공사(CBC)의 지침에서 드러났다. CBC는 직원들에게 9·11을 ‘테러 공격’이라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내렸다가, 광범위한 조롱을 받은 뒤 이를 철회했다.

이에 풍자 매체 『바빌론 비』(Babylon Bee)는 미 육군 제4보병사단 병사들이 유타 해변으로 돌격하는 디데이(D-Day) 사진에 “미국 십대들, 프랑스 방문”이라는 가짜 CBC 제목을 붙여 응수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의 훨씬 더 심각한 모습은 미국 국무부를 포함한 대부분의 서방 외교부가 종교적 신념이 오늘날에도 세계정세에서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그것이 악을 위해서든 선을 위해서든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계속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9·11 정도의 사건이라면 적어도 세계정치를 분석할 때 작용해 온 세속주의적 편견이 잘못되었음을 입증하거나, 최소한 그러한 편견을 누그러뜨렸어야 한다고 생각할 법하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9·11이 미국을 정신 차리게 만들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그것은 헛된 희망이었던 듯하다.

그 끔찍했던 바로 그날과 그 직후 몇 주 동안 미국 사회가 보여 준 엄청난 국민적 연대는 오늘날에는 거의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되었다. 우리의 공적 삶은 온갖 음모론이 뒤엉킨 혼탁한 늪으로 추락했으며, 그 가운데에는 악성 반유대주의도 포함되어 있다. 모든 형태의 유대인 혐오와 유대인에 대한 적대적 선동이 그렇듯, 이러한 현상은 언제나 문화적 쇠퇴의 징후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지금 9·11을 생각할 때면, 나는 또 다른 한 가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유나이티드항공 93편의 승객들이다.

그들은 서로 상의한 끝에, 지하디스트들의 총알받이로 확실하게 죽기보다는 자유로운 남녀로서 죽음을 무릅쓰기로 결단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 국회의사당이 파괴되는 것을 막았다.

그들의 모범은 오늘날 우리가 보여 주고 있는 모습보다 더 나은 시민사회, 더 나은 정치공동체를 만들어 가도록 우리를 일깨워야 한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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