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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인기’만 있고 가격은 없다

2026-10-19 21:54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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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광 유제품 선전에 가려진 주민 식탁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삼광축산농장에서 생산하는 유제품을 두고 “온 나라에 소문을 내고 있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버터와 치즈, 요구르트 등 다양한 제품이 주민들의 식생활을 개선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작 주민들이 얼마나 자주, 어떤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지 판단할 핵심 정보는 제시하지 않았다.

제공된 북한 보도는 삼광 유제품이 “질이 높고 맛도 좋다”며 수요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평양젖제품공급소와 평양역전백화점, 대성백화점 등을 주요 판매처로 소개하고, 신의주를 비롯한 지방에서도 제품을 요구하는 상업시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판매시설의 나열이 곧 주민 전체의 소비 여건 개선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보도에는 제품별 판매가격과 생산량, 지역별 공급량, 실제 구매 계층에 관한 자료가 없다. 평양의 일부 상업시설에서 호응을 얻는다는 설명만으로 전국 주민의 식탁이 풍요로워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특히 “수요를 미처 보장하지 못할 정도”라는 대목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는 인기를 뜻할 수도 있지만,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생산·판매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채 품귀 현상을 성과로만 내세운다면 주민들이 겪는 공급 부족까지 홍보 소재로 바꾸는 셈이다.

품질에 관한 설명도 검증 가능한 근거가 부족하다. 보도는 수십 가지 유제품의 “질적지표에 있어서 모든 것이 우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성분 분석, 위생검사 결과, 품질 기준이나 비교 대상은 제시하지 않았다. 현대적 설비와 지능화된 생산체계, 우량 품종과 과학적 사양관리는 품질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설비에 대한 찬사가 제품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주민 생활을 평가하는 기준은 제품의 가짓수보다 접근성이다. 여러 종류의 숙성 치즈와 버터가 진열돼 있어도 일반 가정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없다면 식생활 개선의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방의 판매시설이 제품 공급을 요청한다는 사실 역시 해당 지역 주민에게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증거와는 구분해야 한다.

그런데 보도의 중심은 이러한 생활상의 질문보다 김정은에 대한 찬양에 놓여 있다. 농장 건설과 제품 생산을 “우리 당의 은정”으로 설명하고, 김정은이 조업식에서 제품을 맛본 일을 “열화와 같은 사랑”에 연결했다. 축산업과 식품산업의 성과를 지도자의 개인적 시혜로 귀속시키는 전형적인 서술이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가축을 돌보고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와 기술자들의 노력은 뒷전으로 밀린다. 보도는 종업원들이 품질 개선과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하지만, 이들의 임금과 노동시간, 작업환경이 어떻게 개선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근로자의 생활조건을 향상해야 한다는 김정은의 발언을 인용하면서도 그 이행 결과는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삼광축산농장의 생산 확대와 품질 개선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면 주민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성과는 지도자의 시식 장면이나 익명의 찬탄으로 입증되지 않는다. 생산량과 가격, 공급 범위, 식품 안전 자료를 공개하고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 담긴 인기제품’이라는 구호가 아니라, 자신의 소득으로 꾸준히 살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다. 삼광 유제품의 진정한 성적표는 선전 지면이 아니라 평범한 가정의 식탁에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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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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