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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농기계 바다’ 선전한 북한

2026-10-19 21:56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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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트랙터공장 현대화 성과를 김정은 찬양으로 연결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금성트랙터공장의 현대화를 농촌 기술혁명의 성과로 내세우며 김정은의 ‘위민헌신’을 부각했다. 그러나 정작 공장에서 트랙터를 얼마나 생산했고 농촌에 몇 대를 공급했는지, 농민들의 노동 부담은 얼마나 줄었는지 보여주는 핵심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산업 현장의 성과를 설명해야 할 보도가 지도자의 방문과 발언을 되새기는 우상화 서사로 채워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북한은 제공된 「농촌기술혁명의 전초기지에 넘치는 약동의 숨결」이라는 제목의 공장 방문기에서 금성트랙터공장을 농촌 기계화의 핵심 기지로 소개했다. 생산공정의 자동화와 흐름식 연결, 정밀가공구역 신설 등을 강조하면서 2025년 2월에는 2단계 개건·현대화 대상 준공식이 열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설 개선이 실제 생산과 농업 현장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연간 생산량과 설비 가동률, 농장별 공급 실적은 물론 제품의 고장률이나 수리·부품 공급 현황도 보도에서 찾아볼 수 없다. 현대화를 거듭 강조하면서도 그 효과를 판단할 자료는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보도의 중심에 놓인 것은 생산 실적보다 김정은의 현지지도였다. 공장 방문을 회고하는 이야기는 혁명사적교양실에서 시작해 부품을 들어본 장면, 제품의 질을 강조한 발언, 트랙터를 직접 운전한 구내길로 이어진다. 노동자와 기술자들의 노력 역시 김정은의 ‘믿음’과 ‘보살피심’이 낳은 결과로 귀결된다.

이 같은 서술은 공장의 성과를 지도자의 공적으로 집중시키는 북한 선전의 특징을 드러낸다. 설비를 운영하고 가공 정밀도를 높이며 제품을 조립하는 주체는 현장의 노동자와 기술자들이다. 그러나 보도 속 이들은 독립적인 기술 개발과 생산의 주체라기보다 지도자의 가르침에 감격하고 충성으로 보답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특히 북한이 전한 김정은의 “트랙터 한두 대를 만들어도 질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언은 오히려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이후 생산된 제품의 내구성과 작업 성능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제시해야 한다. 지도자가 품질을 당부했다는 사실만으로 품질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120마력 트랙터를 비롯한 농기계의 창안·제작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도 마찬가지다. 농업 기계화의 성패는 출력이나 외형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농경지와 작업 조건에 맞는지, 연료와 부속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고장이 났을 때 제때 수리할 수 있는지가 함께 확인돼야 한다. 공장에 전시된 기계와 농번기에 실제로 움직이는 기계 사이의 간극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

북한은 이번 보도에서 농경지 확대와 생산구조 변화, 농촌 주택 건설까지 열거하며 농촌 변혁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주택과 공장 건물의 외관이 달라졌다는 설명이 곧 농업 생산성 향상이나 식량 사정 개선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농민의 삶을 평가하려면 작업시간과 소득, 수확량, 식량 접근성 등 생활과 직결된 변화가 제시돼야 한다.

보도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자동화된 공정에서 일하는 긍지와 지도자에 대한 감사에 집중돼 있다. 설비 운용의 어려움이나 생산 차질, 현장의 개선 요구는 드러나지 않는다. 긍정적인 증언만으로 구성된 방문기로는 공장의 실제 운영 상태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

농촌 기계화 자체는 농민의 고된 노동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과제다. 금성트랙터공장의 설비 개선 역시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농기계 바다’가 현실인지 확인하려면 찬양의 문구 대신 생산·보급·가동 실적부터 공개해야 한다.

농민에게 필요한 것은 지도자가 운전했던 트랙터의 발동 소리를 되새기는 일이 아니다. 농번기에 사용할 수 있고, 고장 나면 수리할 수 있으며, 자신의 노동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농기계다. 북한 당국의 ‘위민헌신’은 현지지도 횟수가 아니라 농민의 하루가 얼마나 나아졌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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