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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중국 공산당의 전 총리 원자바오가 최근 베이징에서 이례적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중국 정치권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오랜 기간 공개 활동을 자제해온 그가 모습을 드러낸 시점과 방식 모두가 ‘정치적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타이완 매체 보도에 따르면, 올해 83세의 원자바오는 최근 베이징 차오양구 소재 중국과학원 산하 연구기관을 방문했다. 온라인에 확산된 영상에는 백발의 그가 경호 인력과 함께 건물을 나서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인사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번 공개 행보는 그간 제기됐던 ‘연락 두절’, ‘정치적 숙청 가능성’ 등의 소문을 불식시키기 위한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중국 내부에서 고위 인사들의 잇따른 낙마와 실종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의 등장은 단순한 개인 일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원자바오가 공식 정치 무대가 아닌 연구기관을 방문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정치적 민감도를 낮추면서도 자신이 지닌 ‘기술관료’ 이미지와 온건한 정치 성향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에서 전직 최고위급 지도자의 외부 활동은 엄격히 통제된다. 특히 시진핑 집권 이후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다. 전직 상무위원급 인사의 외부 일정은 중앙의 사전 승인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사적 모임조차 보고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원자바오의 공개 행보는 ‘허용된 메시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자바오는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총리를 지내며 후진타오 시기의 경제성장과 상대적 개방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퇴임 이후 그는 정치적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며 사실상 ‘침묵의 행보’를 이어왔다.
다만 2022년에는 자신의 어머니를 추모하는 글에서 “공정과 정의가 있는 나라”를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현실을 비판하는 듯한 메시지를 남겨 주목받았다. 당시 발언은 중국 내외에서 적지 않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중국 정치권은 군과 당을 아우르는 고강도 숙청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고위 인사의 갑작스러운 실종이나 낙마가 반복되면서 권력 내부의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원자바오의 등장은 일종의 ‘안전 신호’ 혹은 ‘정치적 균형의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과거 상대적으로 완화된 통치 분위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장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후진타오-원자바오 시기는 정치적 통제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와 인권 변호사 활동이 일정 부분 허용됐던 시기로 회고된다. 그러나 이후 통제 강화와 함께 그러한 공간은 크게 축소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원자바오의 이번 공개 행보가 단순한 개인 일정인지, 아니면 중국 권력 내부의 미묘한 변화를 반영하는 신호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그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등장이 던지는 상징성은 결코 작지 않다.
중국 정치의 특성상 공개된 장면 하나에도 복합적인 의미가 담길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적인 움직임과 당국의 공식 반응이 주목된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