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강하게 규탄하는 결의안을 다시 한 번 채택했다. 특히 이번 결의안은 표결 없이 합의(컨센서스)로 통과되면서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 더욱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30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61차 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주제네바 한국대표부에 따르면, 이번 결의는 회원국 간 별도의 표결 절차 없이 합의로 채택되었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에서 자행되는 인권침해를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국제사회가 이미 채택해 온 관련 결의들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특히 정치범수용소, 강제노동, 표현의 자유 억압 등 구조적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가 다시 강조됐다.
유엔 차원의 북한 인권결의는 2003년 전신인 인권위원회 시절부터 시작돼 올해로 24년 연속 채택이라는 기록을 이어갔다. 이는 북한 인권 문제가 단발성이 아닌,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국제 의제임을 방증한다.
이번 결의안에는 한국을 포함해 총 50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한국 정부는 과거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으나, 2019년부터는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불참해 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3년부터 다시 공동제안국에 복귀했으며, 이후 3년 연속 참여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은 보편적 가치의 문제”라며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의가 표결 없이 합의로 채택됐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통상 인권 문제는 국가 간 입장 차로 표결에 부쳐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별다른 이견 없이 채택되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확대됐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컨센서스 채택은 단순한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며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공통된 메시지”라고 평가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결의 채택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부의 실질적 변화는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결의가 상징적 의미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후속 조치와 실행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탈북민 단체와 인권단체들은 “결의 채택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이행”이라며 “정보 유입 확대, 책임자 처벌, 피해자 보호 등 구체적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그동안 유엔의 인권결의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번 결의에 대해서도 유사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문제를 더 이상 주변 의제가 아닌 핵심 글로벌 인권 과제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결의 채택이 향후 북한 인권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압박과 국제 공조의 강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