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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매체가 전한 ‘대학 건설을 위한 로동봉사’ 미담은 겉으로는 훈훈한 동창회의 자발적 참여처럼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북한식 동원 구조와 체제 선전의 전형적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보도에 따르면 조선대학교 리학부 동창회 소속 약 20명이 모교 건설 현장을 찾아 페인트 작업 등 노동을 수행했다. 표면적으로는 ‘동창들의 자발적 참여’로 묘사된다.
그러나 북한에서 ‘로동봉사’는 단순한 자원봉사의 개념과 거리가 멀다. 당 조직과 각종 단체를 통해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동원되는 정치적 의례에 가깝다는 것이 탈북민들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발안”과 “호소”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경우, 이는 상부 조직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인원을 모집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즉, 개인의 자율적 선택이라기보다 체제 충성도를 보여주는 집단행동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대학 건설이라는 국가적 사업이 이러한 ‘로동봉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교육 인프라 구축은 정부 예산과 전문 인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건설 자재 부족과 재정 한계로 인해 주민과 각 단체의 무상 노동이 핵심 동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결국 국가가 부담해야 할 책임을 주민들에게 전가하는 구조이며,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노동 착취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보도 속 한 동창생은 “흘린 땀이 후대를 위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 역시 북한 매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전형적인 선전 문구다.
북한은 개인의 희생과 헌신을 강조하는 서사를 통해 체제 유지에 필요한 충성심을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특히 교육, 군사, 건설 분야에서의 ‘자발적 참여’는 체제 정당성을 강화하는 상징적 장치로 활용된다.
문제는 이러한 서사가 실제 주민들의 삶의 조건—열악한 노동환경, 낮은 보상, 선택권의 부재—을 철저히 가린다는 점이다. 이번 노동봉사가 단순한 일회성 참여에 그치지 않고, “70주년 기념 기금운동”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 특유의 ‘노력 동원 → 충성 경쟁 → 금전 동원’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압박 구조를 보여준다. 노동력뿐 아니라 개인의 경제적 자원까지 동원되는 방식이다. 결국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개인은 선택의 여지 없이 지속적으로 체제 유지에 동원되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번 조선대학교 건설 지원 사례는 단순한 ‘동창회의 아름다운 봉사’로 보기 어렵다. 그 이면에는 국가 책임의 전가, 조직적 동원, 그리고 선전 체계가 맞물린 구조가 존재한다.
북한이 진정으로 교육의 미래를 말하고자 한다면, 주민의 무상 노동과 충성 경쟁이 아니라 제도적 투자와 자율성 보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흘린 땀’이 미담으로 소비되는 사회는, 그 땀이 왜 흘려졌는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