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일본과 호주가 희토류·니켈·갈륨 등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동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국은 호주 내 6개 핵심광물 개발 프로젝트를 우선 추진하기로 하고, 핵심광물 협력을 기존 자원협력 차원을 넘어 경제안보 파트너십의 핵심 축으로 격상할 방침이다. 이번 협력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의 회담을 계기로 공식화될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희토류, 니켈, 갈륨, 광사 기반 희토류 추출 등 6개 프로젝트를 신속 추진 대상으로 삼고, 일본 기업과 정부계 금융·자원기관이 호주 광산 및 정련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할 예정이다.
관련 보도는 일본과 호주가 중국발 공급망 위험을 겨냥해 호주 내 6개 핵심광물 프로젝트를 우선 추진한다고 전했다.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희토류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 반도체, 방산 장비, 첨단 전자제품 등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전략 물자다.
일본은 2010년대 이후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해외 투자와 재활용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여전히 희토류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계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료도 2023년 기준 일본의 희토류 대중국 수입 의존도가 69.9%였다고 분석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일본의 종합상사와 금속·자원 기업들이 대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일과 일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가 참여하는 희토류 생산 사업, 스미토모금속광산과 미쓰비시상사가 주도하는 니켈 프로젝트, 갈륨 회수 사업, JX금속과 마루베니가 참여하는 광사 희토류 추출 사업 등이 주요 축으로 거론된다.
이는 단순한 원광 확보가 아니라 채굴·정련·회수·가공까지 아우르는 공급망 재편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호주도 이번 협력을 국가 전략산업 육성의 기회로 보고 있다. 호주 정부는 2025~2026 회계연도 예산에서 12억 호주달러를 투입해 핵심광물 전략비축 제도를 구축하기로 했으며, 이 제도는 2026년 하반기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호주는 핵심광물 생산과 정련을 장려하기 위해 관련 세제 인센티브 법안도 통과시킨 바 있다. 이 제도는 2028년부터 2040년까지 31개 핵심광물의 가공·정련 비용 일부에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알바니즈 정부는 자원개발 승인 절차도 손보고 있다. 4월 29일 발표된 환경 승인 개혁안은 주·준주 정부가 연방정부를 대신해 평가와 승인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 중복 심사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호주 정부는 이를 통해 에너지·주택·자원 프로젝트의 승인 지연을 줄이고 투자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환경단체들은 연방 차원의 환경 보호 기준이 약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자원안보와 환경보호 사이의 균형이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일본·호주 협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흐름과도 맞물린다. 호주와 미국은 2026년 4월 핵심광물 및 희토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핵심광물 프로젝트에 각각 최소 10억 달러 규모의 금융 지원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핵심광물이 더 이상 일반 원자재가 아니라 반도체, 배터리, 방산, 인공지능 인프라를 지탱하는 전략 물자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희토류 정련과 영구자석 생산 등 핵심 공정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문제는 이 영향력이 언제든 지정학적 압박 수단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이미 2010년 센카쿠 열도 갈등 당시 희토류 공급 차질을 경험한 바 있으며, 최근에도 중국의 수출통제 확대 움직임은 일본 제조업과 방산 공급망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과 호주의 이번 공동 프로젝트는 단순한 경제협력이 아니다. 이는 자유진영 국가들이 전략 자원의 생산지와 가공망을 분산시키고, 중국 공산당 체제의 자원 무기화 가능성에 대비하는 경제안보 전략이다.
호주는 자원 매장량과 정치적 안정성을 제공하고, 일본은 자본·기술·장기 구매 수요를 제공한다. 양국의 이해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새로운 공급망 블록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도 시사점은 크다. 한국은 배터리, 반도체, 전기차, 조선, 방산 등 핵심 산업에서 희토류와 핵심광물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특정 국가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일본이 호주·프랑스·미국 등과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는 동안 한국이 관망에 머문다면 향후 첨단산업 경쟁에서 원료 확보 리스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핵심광물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석유가 20세기 산업과 군사력의 혈액이었다면, 희토류와 니켈·갈륨·리튬·흑연은 21세기 첨단산업과 안보의 혈액이다.
일본과 호주의 6대 핵심광물 프로젝트는 중국 의존을 줄이려는 하나의 자원개발 사업을 넘어, 자유민주 진영이 경제안보의 방파제를 다시 세우는 상징적 조치로 평가된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