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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가 24일 새로 건설된 지방공업공장들 사이에서 기술교류와 경험교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선전했다.
정평군식료공장에서 밀된장과 간장의 품질 제고를 위한 강의와 기술전습이 열렸고, 함경남도에서는 지방공업공장 제품에 대한 품평회와 품질분석이 매월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지방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노력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보도는 북한식 경제 선전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주민들이 실제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식료품을 공급받고 있는지, 제품 가격은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원료와 전력은 지속적으로 보장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대신 “당정책의 정당성”, “생활력 과시”, “생산의 동음” 같은 구호만 반복된다.
특히 밀된장과 간장의 품질 제고를 위한 강의가 대대적으로 소개된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북한 지방공업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기초식품 생산은 주민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영역이다.
된장과 간장조차 중앙의 조직사업과 품평회, 전문가 동원, 기술전습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면 지방공업의 자립성과 시장성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북한 당국은 40개 시·군에 지방공업공장이 새로 들어섰다고 강조하지만, 공장을 세우는 것과 주민 생활이 개선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건물과 설비를 갖췄다고 해서 곧바로 생산 정상화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공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원료 공급, 전력, 운송, 품질관리, 판매 체계, 주민 구매력까지 함께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북한 보도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공장 건설과 행사 개최만 성과로 포장하고 있다.
품평회 역시 마찬가지다. 제품을 모아 놓고 성과와 편향을 따지는 방식은 시장의 평가가 아니라 행정적 평가에 가깝다. 주민이 실제 소비자로서 제품을 선택하고 평가하는 구조가 아니라, 당 조직과 기관, 전문가들이 위에서 품질을 판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생산자들에게 일시적 긴장감은 줄 수 있어도, 지속적인 품질 향상과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북한 당국이 지방공업을 주민 생활 개선보다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도 전반에서 주민의 구체적인 삶은 보이지 않는다. 어떤 지역 주민들이 어떤 제품을 얼마나 공급받고 있는지, 기존보다 식생활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가격과 접근성은 어떤지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주민은 선전의 주인공이 아니라 당정책의 성과를 증명하기 위한 배경으로만 등장한다.
지방공업 발전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기술교류와 품평회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장마당에 의존하지 않고도 기본 식품을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밀된장과 간장의 질을 높인다는 보도가 주민의 식탁 위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면, 그것은 생활 개선이 아니라 또 하나의 선전 행사에 그칠 뿐이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지방경제 발전을 말하려면 “당정책의 생활력”을 과시할 것이 아니라 주민의 생활 실태부터 공개해야 한다. 공장이 얼마나 지어졌는지가 아니라, 주민들이 얼마나 먹고 살 수 있게 되었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지방공업의 성패는 품평회장의 박수소리가 아니라 주민들의 밥상 위에서 판가름 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