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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뉴욕 유엔본부 인근에서 망명 티베트인으로 알려진 남성이 분신 후 사망했다. 중국의 새 ‘민족 단결’ 법 시행과 맞물려 티베트·위구르 등 소수민족 탄압 논란이 다시 국제사회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 인근에서 한 남성이 심각한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현지 경찰은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며, 망명 티베트인 단체와 관련 매체들은 이 남성이 티베트 독립과 민족적 단결을 호소하며 항의 행동에 나선 티베트인 활동가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욕시 경찰은 현지 시간 7월 2일 오후 6시 30분경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이 남성은 벨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망명 티베트인 매체와 활동가들은 사망자를 로브가 랑젠으로 지목했다. 그는 유엔본부 밖에서 티베트의 자유와 독립, 티베트인의 단결을 호소한 뒤 극단적 항의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보도는 그가 미국에서 장기간 거주하며 차량 호출 서비스 운전사로 일해왔고, 티베트 공동체 활동에도 참여해온 인물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중국이 7월 1일부터 ‘민족 단결 진보 촉진법’을 공식 시행한 직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이 법은 티베트족, 위구르족 등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에 대해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 법이 소수민족의 언어·문화·종교적 권리를 억압하고, 해외 인사들에게까지 적용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인권단체들은 이 법을 사실상 동화 정책의 제도화로 보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중국 당국이 ‘단결’과 ‘진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티베트와 신장 등지에서 소수민족의 고유한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통제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티베트인의 분신 항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이후 티베트 본토와 인도·네팔 등 망명 공동체에서 150건이 넘는 분신 항의가 보고된 바 있다. 이들은 대체로 중국의 티베트 통치, 종교 자유 제한, 달라이 라마 귀환 금지, 언어·문화 말살 정책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가 역사적으로 중국 영토의 일부이며, 티베트 지역의 발전과 안정을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국제 인권단체와 망명 티베트인 사회는 중국 공산당의 통치가 티베트인의 신앙과 언어, 교육, 공동체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고 반박한다.
이번 유엔본부 앞 사망 사건은 그 오래된 충돌이 국제사회의 심장부에서 다시 한 번 비극적 방식으로 표출된 장면이다.
특히 유엔본부 앞이라는 장소는 상징적이다. 티베트인의 호소는 단지 중국 내부 문제로 머물 수 없다는 메시지이자, 국제사회가 인권과 민족 자결, 종교 자유 문제를 외교적 수사에만 가둬둘 수 없다는 절박한 외침으로 읽힌다.
한 사람의 죽음이 곧바로 국제정치를 바꾸지는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죽음이 던진 질문은 무겁다. 중국이 말하는 ‘민족 단결’은 과연 자발적 통합인가, 아니면 국가 권력에 의한 동화와 침묵의 강요인가.
티베트인의 언어와 신앙, 역사와 정체성을 지키려는 요구가 계속 불길 속에서만 세계에 전달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티베트의 비극일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침묵이 빚은 부끄러운 현실이기도 하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