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이 시·군병원들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이동치료교육대활동’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섰다.
평양종합병원, 조선적십자종합병원, 김만유병원, 평양의학대학병원 등 중앙급 병원의 의료진들이 강동군, 구성시, 룡강군 병원 등에 파견돼 5개월 동안 약 5천 건의 기술강의와 1만여 건의 실기교육 및 기술전수를 진행했다는 내용이다.
겉으로 보면 지방 의료 수준을 높이기 위한 긍정적 조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보도는 북한 보건 현실의 근본 문제를 오히려 드러낸다.
선전은 ‘기술강의’와 ‘교육대 파견’의 숫자를 앞세우지만, 정작 주민들이 필요한 의약품을 제때 공급받고 있는지, 응급환자가 실제로 치료받을 수 있는지, 지방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만큼 장비와 전기, 위생, 인력이 갖춰져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의료의 본질은 강의 건수가 아니라 치료 결과다. 주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몇 명의 중앙 의료진이 내려왔는지가 아니라 병원에 갔을 때 진단을 받을 수 있는지, 약을 구할 수 있는지, 수술과 응급처치가 가능한지, 돈이나 연줄 없이도 생명을 지킬 수 있는지다.
북한 매체가 이런 핵심 지표 대신 ‘5천 건의 기술강의’라는 숫자를 내세우는 것은 보건 현실의 실질적 개선보다 체제 선전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보도는 모든 성과를 김정은의 지시와 당의 정책으로 연결한다. 룡강군병원 준공 현지지도, 이동치료교육대 파견 지시, ‘보건혁명에서 기본은 인재문제’라는 구호가 반복된다.
그러나 의료체계는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 몇 마디로 정상화되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예산, 장비 공급, 의약품 유통, 의료인의 자율적 연구와 교육, 환자의 접근권 보장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북한이 정말 지방 의료를 개선하려 한다면 중앙병원 의료진을 일시적으로 파견하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지방병원이 스스로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며 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상시적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진 교육뿐 아니라 의약품 부족, 낙후된 장비, 전력난, 위생 문제, 교통 접근성, 환자 부담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보도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현대적으로 새로 일떠선 병원”, “사회주의보건발전의 동력”, “로동당의 정책” 같은 선전 문구만 반복한다. 병원이 새로 지어졌다고 해서 의료가 현대화되는 것은 아니다.
건물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실제로 환자가 치료받는 현실이다. 주민의 생명과 건강이 아닌 체제 치적을 먼저 앞세우는 보건 선전은 의료현장의 고통을 가리는 장막이 될 뿐이다.
북한 당국은 ‘보건혁명’을 말하기 전에 주민들이 왜 장마당에서 약을 구해야 하는지, 왜 지방 의료기관이 중앙의 일시적 지원 없이는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의료는 정치적 구호의 영역이 아니라 생명의 영역이다.
주민이 아플 때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강의와 기술전수를 내세워도 그것은 보건 현대화가 아니라 보건 선전에 불과하다.
진정한 보건 개혁은 지도자의 치적을 선전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환자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의료 현장의 부족과 실패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주민 누구나 차별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북한이 지금 내세워야 할 것은 ‘5천 건의 강의’가 아니라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실제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의료 현실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