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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악의적 가짜뉴스에 대응하겠다는 명분은 그럴듯하다. 허위조작정보가 개인의 명예를 파괴하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며, 때로는 민주주의의 판단 능력 자체를 흐리게 만든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명분이 아니라 권한의 설계에 있다. 선한 명분으로 출발한 법이 권력의 손에 들어갔을 때, 그것이 시민의 권리를 지키는 방패가 될지, 권력 비판을 봉쇄하는 칼이 될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논란이 되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2026년 7월 7일부터 시행됐고, 고의적 허위조작정보 유통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으며, 법원에서 불법·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내용을 반복 유통하면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겉으로는 ‘악의적 허위정보 근절’이지만, 실제 운용 구조를 들여다보면 불안한 대목이 적지 않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0만 명 이상 등 기준을 충족하는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를 규제 대상으로 삼고, 네이버·카카오·구글·메타·X·틱톡 등 주요 플랫폼에 지정 사실을 통보했다. 이후 ‘다음’ 운영사 누락 문제가 정정되며 대상 플랫폼은 9곳으로 언급됐다. 이들 플랫폼은 불법·허위조작정보 신고를 접수하고, 삭제·숨김·가림·노출 제한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자율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시민이 실제로 마주하게 될 현실은 법원의 최종 판단 이전에 플랫폼의 1차 판단, 신고 남발, 여론 압박, 행정기관의 눈치 보기, 사실확인단체의 해석이 뒤섞인 복잡한 중간 지대다. 방미통위 역시 플랫폼이 먼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이후 이의신청과 분쟁조정, 최종적으로 법원 절차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자율’이라는 말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행정기관이 지정하고, 통보하고, 기준을 만들고, 분쟁 구조를 설계한 뒤 플랫폼에 맡긴 것을 과연 순수한 자율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더 큰 문제는 이 자율규제가 실제로는 ‘책임 회피형 검열’로 작동할 가능성이다. 플랫폼은 권력과 충돌하기보다 논란이 될 게시물을 먼저 내리는 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언론사와 유튜버, 시민 논객은 법적 판단을 끝까지 받아보기 전에 이미 계정 제한, 노출 축소, 수익화 제한, 게시물 삭제라는 현실적 제재를 경험할 수 있다. 경향신문도 신고가 급증할 경우 플랫폼이 규제 당국을 의식해 선제적으로 삭제·차단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법정에서 이기는 것과 공론장에서 침묵당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사실확인단체의 독립성 문제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대규모 플랫폼은 필요할 경우 IFCN 인증을 받은 사실확인단체와 협약을 맺어 판단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현재 인증 단체는 JTBC 1곳으로 알려졌으며, 방미통위는 사실확인 활동과 교육·연구 등을 지원하는 정보투명성센터 예산으로 약 28억 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팩트체크 자체가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 지원, 플랫폼 협약, 사실확인 권위, 콘텐츠 제재가 한 구조 안에 묶일 때 시민은 묻게 된다. 누가 진실의 심판관인가. 그 심판관은 누구에게 책임을 지는가. 그 권위는 어떻게 견제되는가.
법률은 복잡해질수록 평범한 국민에게 불리해진다. 법률 전문가, 플랫폼 정책팀, 행정기관, 인증 단체, 대형 언론은 복잡한 규정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안다. 그러나 개인 시민, 소규모 매체, 독립 유튜버, 현장 제보자는 다르다. 이들은 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말하지 않는 쪽을 택하게 된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거창한 계엄이나 폭력으로만 오지 않는다. 국민이 “이 말 해도 되나”라고 스스로 검열하기 시작할 때, 자유는 이미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 것이다.
가짜뉴스는 막아야 한다. 그러나 가짜뉴스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권력 비판의 숨통까지 조여서는 안 된다. 허위정보 대응은 사후적·사법적·최소침해적 원칙 위에 서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력, 행정기관, 대형 플랫폼, 특정 사실확인 네트워크가 하나의 폐쇄적 생태계를 이루는 순간, 그것은 공익의 제도가 아니라 여론 통제 카르텔로 변질될 수 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단순한 ‘입틀막법’ 하나가 아니다. 그 뒤에서 자라날 수 있는 한국판 미디어 마피아의 가능성이다. 법은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해야 하고, 권력은 국민이 감시할 수 있을 만큼 투명해야 하며, 표현의 자유는 권력자에게 불편한 말일수록 더 두텁게 보호되어야 한다. 가짜뉴스를 잡겠다는 칼이 국민의 입을 겨누는 순간, 그 법은 이미 민주주의의 편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복잡한 규제망이 아니라 더 명확한 원칙이다. 허위정보는 법원이 신중하게 판단하고, 플랫폼은 행정권력의 하청 검열자가 되어서는 안 되며, 사실확인단체는 정부 예산과 권력의 영향권에서 독립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은 머지않아 ‘입틀막’이라는 현란한 말 뒤에서 권력과 플랫폼과 미디어가 서로를 보호하는 새로운 카르텔의 탄생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 의구심은 결코 기우만은 아니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