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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군부의 심장부에서 심상치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을 지낸 박희철과 그 측근들이 이른바 ‘특대형 부정부패’ 혐의로 공개 단죄된 것이다.
북한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박희철은 지난 4년 동안 군의 조직권과 간부권을 장악해 자신의 심복과 아첨꾼들을 주요 직책에 배치하고, 군 내부에 별도의 인맥과 충성망을 구축했다. 북한은 그의 행위가 김정은의 ‘유일적 영군체계 확립’을 저해했다고 밝혔다. 최고재판소는 박희철과 관련자들에게 형벌을 선고했으나 구체적인 형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물론 현 단계에서 박희철 일파를 곧바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추구한 반독재 저항세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들의 출발점이 부정부패와 권력욕이었을 가능성도 크다. 북한 당국의 발표 역시 철저하게 김정은 정권의 시각에서 가공된 것이므로 그 전모를 그대로 믿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이 사건의 정치적 의미까지 축소해서는 안 된다. 북한 정권이 두려워한 것은 단순히 뇌물 몇 푼이나 개인의 사치가 아니었다. 김정은 이외의 인물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군의 주요 보직에 그 인물의 측근들이 배치되며, 최고지도자의 명령체계와 구별되는 또 하나의 권력망이 형성되는 상황이었다. 북한이 박희철이 자신에 대한 ‘특별한 환상’을 조성했다고 비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독재자는 부패보다 충성의 분산을 더 두려워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김정은의 유일독재체제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군대 내부에서조차 모든 충성이 백두혈통을 향하고 있지는 않으며, 김정은의 명령과 당의 통제를 우회하는 독자적 결속이 자라날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습독재는 군인들에게 조국과 인민을 지키라고 명령하면서 실제로는 김씨 일가를 지키라고 강요해 왔다. 군 지휘관들은 국가의 장교가 아니라 한 가문의 호위병으로 전락했고, 병사들은 굶주림과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가운데 김정은 일가와 최상층 간부들만 특권을 누려 왔다. 이런 체제에서 군 내부의 불신과 균열이 생기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 필연이다.
박희철 사건이 진정한 반독재 저항의 시작이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독재체제의 붕괴는 처음부터 거대한 혁명군의 모습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상부의 명령에 대한 의심, 지도자에 대한 충성의 이완, 간부들 사이의 은밀한 결속, 부당한 숙청에 대한 분노가 축적되면서 시작된다. 어제까지 충성경쟁을 벌이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독재자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될 때 철옹성은 무너진다.
이번 사건을 공개 단죄하기 위해 김정은이 당·정·군 간부들과 주요 기관 책임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정권의 자신감이라기보다 공포의 표현에 가깝다. 한 사람을 처벌하는 데 국가의 전체 권력기관을 동원한 것은, 그만큼 비슷한 현상이 다른 군부대와 권력기관으로 번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 내부의 모든 간부에게 “김정은 이외의 사람을 중심으로 모이지 말라”고 경고한 공개 인민재판이었던 셈이다.
우리는 북한 군부와 당·정 기관 내부에서 김정은 세습독재에 의문을 품는 모든 움직임을 환영한다. 그것이 아직 조직적인 반체제운동이 아니더라도, 절대복종을 거부하고 독재자의 명령체계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은 북한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과 국제사회도 이를 단순한 북한 권력투쟁의 구경거리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북한 군인과 간부들에게 김정은 정권과 북한 주민은 동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알려야 한다. 독재자의 명령을 거부하고 주민에 대한 억압과 대량살상무기 사용을 중단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한반도에서 살아갈 길이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대북 정보 유입과 방송을 강화하고, 내부 고발자와 이탈 간부들을 보호할 제도도 준비해야 한다.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북한 군인들이 김정은 일가와 함께 자멸하는 길이 아니라 무기를 내려놓고 주민을 보호하는 길을 선택하도록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전달해야 한다.
박희철과 그 측근들은 제거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 번 생겨난 의심까지 제거할 수는 없다. 숙청은 복종을 강요할 수 있지만 충성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공포는 입을 막을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속에서 자라난 저항의 씨앗까지 없애지는 못한다.
김정은은 이번 공개처벌을 통해 유일영도체제를 다시 세웠다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반대로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절대권력의 중심부에 균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북한 정권 스스로 세상에 공표한 사건으로 말이다.
북한 군부 안에서 시작된 작은 균열을 환영한다. 오늘 일부가 적발되고 손상을 입었다고 해서 역사의 흐름이 끝난 것은 아니다. 김씨 세습독재에 대한 불신과 저항의 장대한 서막은 이미 올랐다. 이제 그 균열은 더욱 넓어져야 한다. 북한 군인들은 한 독재자의 사병이 아니라 북한 주민의 생명과 미래를 지키는 군대로 돌아와야 한다.
김정은 독재의 종말은 외부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독재자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의 명령을 수행하던 사람들의 각성과 결단으로 시작될 수 있다. 그날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하며, 자유를 향한 북한 내부의 모든 양심과 용기에 뜨거운 연대의 뜻을 보낸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