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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중국 대표단 앞에 펼친 ‘원산 갈마 쇼윈도’

2026-07-18 18:53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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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후닝의 일방적 찬사, 북·중 권위주의 체제의 상호 미화 행사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방북 중인 중국 당·정부 대표단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로 안내하며 또다시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을 체제 선전의 무대로 활용했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는 정작 이 시설을 실제로 이용해야 할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와 이용 실태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주석이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17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둘러보고 봉사시설 능력과 운영 실태, 발전 전망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왕후닝은 관광지구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원림 녹화가 높은 수준에서 실현됐다며 이를 북한 노동당의 ‘인민대중제일주의’가 구현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찬사는 철저하게 준비된 참관 동선과 북한 당국이 제공한 설명에 근거한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 통신은 관광지구가 실제로 얼마나 운영되고 있는지, 하루 이용객은 몇 명인지, 숙박과 각종 서비스의 가격은 얼마인지, 일반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무런 자료도 제시하지 않았다.

‘봉사시설 능력’과 ‘운영 실태’를 설명했다면서도 구체적인 수치와 객관적 자료가 빠졌다는 점은 이번 참관의 목적이 시설의 실질적 성과를 검증하는 데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외국 대표단에게 잘 정비된 건축물과 해변 경관을 보여주고, 이를 지도자의 업적과 노동당의 시혜로 포장하려는 전형적인 선전 행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인민을 위한 시설’이라는 주장은 북한 주민들의 실제 생활 현실과 함께 검증돼야 한다. 관광시설의 외관이 화려하다는 이유만으로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향상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주민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지, 이동과 숙박이 자유롭게 허용되는지, 관광산업의 수익이 주민들의 생활 개선에 사용되는지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인민대중제일주의’는 내용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

이번 참관에는 조용원 노동당 비서와 김성남 노동당 비서 등 북한 고위 간부들이 동행했다. 참관 후에는 강원도당위원회가 명사십리호텔에서 오찬까지 마련했다. 이는 원산갈마지구가 주민들의 일상적인 휴양 공간이라기보다 북한 지도부가 외국의 고위 인사들에게 체제의 성과를 과시하는 정치적 영빈 시설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왕후닝의 발언도 비판적 검토 없이 북한 당국의 선전 구호를 그대로 되풀이했다는 점에서 문제다. 중국 대표단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과 인권 상황을 살피기보다 노동당이 연출한 관광지구를 둘러본 뒤 ‘인민을 위한 훌륭한 시설’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북한과 중국이 서로의 권위주의적 통치체제를 정당화하고 지도부의 업적을 상호 찬양하는 정치적 연대의 한 단면이다.

북한은 관광지구의 건축적 외관과 조경 수준만을 선전할 것이 아니라 실제 운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일반 주민의 이용 비율, 요금 체계, 외국인 관광객 유치 실적, 건설과 유지에 투입된 재원,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 등이 공개돼야 비로소 이 사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

인민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외치는 것은 모순이다. 외국 귀빈의 박수와 당 기관지의 찬사만으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주민을 위한 시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 당국이 진정 인민을 위한다면 연출된 참관 행사보다 주민들이 자유롭고 부담 없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이번 중국 대표단의 원산갈마 참관은 관광지구의 성공을 입증한 행사가 아니라, 북한의 전시성 개발과 중국의 정치적 찬사가 결합한 ‘권위주의 선전 쇼’에 가까웠다.

화려한 건축물 뒤에 가려진 주민들의 현실을 공개하지 않는 한, 원산갈마지구는 인민을 위한 낙원이 아니라 체제의 외관을 장식하는 거대한 쇼윈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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