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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미국 의회의 초당적 의원들이 중국 선박이 잡거나 중국 내에서 가공한 수산물의 미국 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중국 수산물 공급망이 강제노동과 불법어업, 원산지 세탁과 규제 회피에 광범위하게 노출돼 있어 부분적인 통관 단속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미 의회 및 행정부 중국위원회(CECC)의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과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 데일 스트롱 공화당 하원의원, 톰 수오지 민주당 하원의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과 관련된 수산물에 대한 포괄적인 수입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을 요구했다.
의원들은 중국 수산물 산업이 미국 어민의 생계를 위협할 뿐 아니라 인권과 식품안전, 경제안보, 국가안보에 복합적인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3국 환적·재포장까지 차단 요구
의원들이 제안한 금수 조치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직접 수출되는 수산물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중국 관련 선박이 어획했거나 중국에서 가공된 제품이 제3국 환적, 재포장, 재표시, 추가 가공 등의 방식으로 원산지를 바꿔 미국 시장에 들어오는 것까지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산 수산물에 적용된 미국의 기존 제한 조치를 중국산 수산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서한은 중국 수산물 공급망을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경제에 대한 ‘이례적이고 비상한 위협’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지정이 이뤄질 경우 미국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 등을 활용해 보다 강력한 수입 제한과 금융·통관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부채노예·여권 압수·폭력과 인신매매 만연”
의원들은 중국 수산업계가 장기간 강제노동과 인권침해 의혹에 휩싸여 왔다고 비판했다.
서한에 따르면 중국 원양어선과 수산물 가공공장, 양식장에서는 노동자들의 여권 압수, 임금 체불, 부채를 이용한 노동 강요, 폭행과 협박, 인신매매 등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일부 공급망은 신장과 티베트 지역의 강제노동 의혹과도 연결돼 있다는 것이 의원들의 설명이다.
미국 노동부는 중국 원양어선에서 생산된 수산물을 강제노동 관련 의심 제품 목록에 포함하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도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에 따라 수산물을 우선 집행 대상 산업으로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의원들은 현행 통관 검사와 개별 기업 제재만으로는 이른바 ‘범죄로 오염된 수산물’의 유입을 차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공급망이 복잡하고 원산지 추적이 어려워 미국 소비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강제노동이나 불법어업과 관련된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FDA 검사 공백…식품안전 우려도 제기
중국산 수산물의 식품안전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서한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과거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동물용 의약품과 식품첨가물 사용 가능성을 이유로 일부 중국 및 홍콩산 수산물에 수입 통제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에 수산물을 수출하는 100개 이상의 중국 기업에 대해 FDA의 현지 공장검사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산업계 자료도 인용했다. 생산시설에 대한 실질적인 점검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항생제와 금지약물, 오염물질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의원들은 복잡한 재가공과 환적 구조가 식품안전 규제까지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산 원료가 제3국에서 가공되거나 포장될 경우 최종 제품의 표시만으로 실제 생산 과정과 원산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원양어선단, 상업활동 아닌 전략수단
서한은 중국 원양어선단 문제를 단순한 무역이나 환경 의제가 아닌 국가안보 사안으로 규정했다. 의원들은 중국 원양어선단이 막대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운영되며, 대규모 어획을 통해 다른 나라의 수산자원을 고갈시키고 연안 국가에 경제적·외교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어선단의 활동 범위는 서태평양과 남태평양을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북극 인근 해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일부 선박은 위치추적 장치를 끄거나 선박 이름과 국적을 바꾸는 방식으로 감시를 회피하는 이른바 ‘암흑 선단’ 활동과 연계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의원들은 이러한 원양어선단이 중국의 해외 영향력 확대와 정보 수집, 항만 진출 전략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산 불법 수산물 차단하면 미국 어업 수입 증가
중국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제한이 미국 어민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서한이 인용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연구에 따르면 불법·미신고·비규제 어업, 이른바 IUU 어업과 관련된 수입 수산물을 미국 시장에서 제외할 경우 미국 상업어업의 운영 수입은 약 6천80만 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내 어획량도 약 7천50만 킬로그램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불법 어획과 낮은 인건비에 의존한 수입 제품이 미국산 수산물 가격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의미다.
의원들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불투명한 노동환경을 바탕으로 생산된 값싼 수산물이 미국 어민과 정상적인 국제 수산업체에 구조적으로 불리한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명령이 추가 금수의 법적 기반”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4월 발표한 행정명령 EO 14276을 중국산 수산물에 대한 추가 제재의 법적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불법어업과 강제노동에 연계된 수산물 공급망이 미국 경제와 국가안보에 미치는 위험을 인정하고, 미국 수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불공정 수입 차단을 정부 정책으로 제시한 것으로 설명됐다.
의원들은 행정부가 이미 문제의 심각성과 대응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이제는 개별 선박이나 특정 업체에 대한 제재를 넘어 중국 관련 수산물 공급망 전체를 대상으로 조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 스미스 의원은 지난 4월 중국의 IUU 어업 문제를 다룬 의회 청문회에서 암흑 선단과 불투명한 공급망, 불법어업, 강제노동이 결합된 새로운 불법 체계가 미국 노동자와 인권, 법치주의, 국가안보를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미국 해안경비대 관료 스콧 클렌더닌도 청문회에서 불법어업이 세계적으로 가장 중대한 해양안보 위협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불법어업은 단순히 수산자원을 훔치는 행위를 넘어 불공정 경쟁을 초래하고 인신매매와 밀수, 자금세탁 등 국제범죄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서한은 중국 수산물 문제가 무역과 소비자 보호 차원을 넘어 미중 간 경제안보와 해양질서 경쟁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국 관련 수산물에 대한 전면적인 수입금지에 나설 경우 중국 원양어업과 수산물 가공산업은 물론,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제3국의 글로벌 공급망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