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결별에는 으레 자녀와 개, 레코드판 수집품의 양육권과 소유권을 둘러싼 격렬한 다툼이 뒤따른다. 가톨릭교회와 성 비오 10세회(Society of St. Pius X·SSPX)의 결별 역시 분명 순탄치 않았다.
교회는 성 비오 10세회가 스스로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고 말하고, 성 비오 10세회는 교회가 정당한 이유도 없이 자신들을 내쳤다고 비난한다. 이제 논의는 재산 분할, 그중에서도 교회가 지닌 가장 위대한 보화를 둘러싼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과연 라틴 미사의 ‘양육권’은 누가 갖는가?
성 비오 10세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중요한 개혁들을 거부하는 극단적 전통주의 분파다. 이들은 널리 알려진 대로 오늘날의 미사, 곧 ‘노부스 오르도’(Novus Ordo) 또는 ‘통상 형식’이라 불리는 미사를 배척하고, 1960년대의 전례 개혁 이전 형태의 미사, 곧 ‘라틴 미사’ 또는 ‘특별 형식’을 선호한다.
성 비오 10세회의 본당과 신학교에서는 1962년판 『로마 미사 경본』에 따라 성찬의 희생 제사를 거행한다. 예식 전체가 라틴어로 진행되고, 사제는 회중석이 아니라 제대를 향하며, 영성체는 오직 혀로만 모신다.
반면 로마와 완전한 친교를 이루는 본당과 그 밖의 교회 기관들은 일반적으로 통상 형식의 미사를 거행한다. 미사는 자국어로 봉헌되고, 사제는 회중을 바라보며, 적어도 미국에서는 신자들이 대개 서서 손으로 성체를 모신다. 통상 형식이 전례의 표준이지만, 특히 젊은이들과 최근 가톨릭으로 개종한 이들 가운데에는 여전히 특별 형식에 깊은 애착을 지닌 집단이 존재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07년 자의교서 「교황들」(Summorum Pontificum)에서 특별 형식을 발견한 젊은 가톨릭 신자들이 그 안에서 “자신들에게 특히 잘 맞는 방식으로 지극히 거룩한 성체성사의 신비와 만나는 형식을 발견하였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그는 사제들이 주교의 허가를 따로 청하지 않고도 라틴 미사를 거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일부 주교들의 반발을 예상한 듯, 베네딕토 16세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전 세대들이 거룩하게 여겼던 것은 우리에게도 여전히 거룩하고 위대한 것으로 남아 있으며, 어느 날 갑자기 전면적으로 금지되거나 심지어 해로운 것으로 간주될 수 없다.”
그의 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르게 판단했다. 그는 자신의 자의교서 「전통의 수호자들」(Traditionis Custodes)을 통해 「교황들」의 규정을 폐지하고 특별 형식의 거행에 엄격한 제한을 가했다. 사실상 사제들이 1962년판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지를 주교들이 통제하도록 한 것이다.
「교황들」이 시행된 14년 동안 옛 미사 양식은 크게 번성했지만, 뒤이은 억제 조치로 많은 신자들은 사목적으로 버림받았다고 느꼈다. 일부는 반발하며 성 비오 10세회로 향했고, 다른 이들은 마지못해 그곳을 찾았다. 교회법적으로 비정상적인 지위에 있는 단체에 관여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가까운 곳에서 라틴 미사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가 그곳뿐이었기 때문이다.
라틴 미사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는 레오 14세 교황 재위 기간 내내 수면 아래에서 끓어오르고 있다. 가톨릭계 인플루언서들은 새 교황이 이른바 ‘개념 있는’ 인물이므로 곧 「전통의 수호자들」을 폐기하고, 천 송이 라틴 미사가 피어나게 할 것이라고 서둘러 추종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그 뒤 교황은 대체로 이 문제를 피해 왔다.
라틴 전례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시간이 지나 교회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심, 어떤 이들은 미신에 가깝다고 말할 법한 우려가 교계 안에 존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할 만한 일이다. 자유주의 성향의 베이비붐 세대 가톨릭 신자들은 노부스 오르도 안에 고립되고, ‘전통주의자’ Z세대는 영성체 난간에 사슬로 묶이는 식의 분열 말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실제 현장보다 말과 수사 속에서 훨씬 더 극단적으로 양극화되어 있다. 그러나 성 비오 10세회가 교황에게 불복하여 교황의 위임 없이 새로운 주교들을 서품하기로 결정하면서 교회와 성 비오 10세회의 관계가 무너졌고, 이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러한 교회 분열 행위로 성좌는 골칫거리였던 일부 사제들과 결별하게 되었지만, 라틴 미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이번 결별에서 교회는 라틴 미사를 차지하기 위해 그다지 적극적으로 싸우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 논쟁 자체가 사라져 버리기를 바라는 듯하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젊은 가톨릭 신자가 옛 전례에 애착을 보이는 현실을 고려하면,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는 타조식 대응은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위험은 단지 다음 세대 신자들 가운데 일부가 전통에 너무나 굶주린 나머지 영적 양식을 찾아 성 비오 10세회로 떠나는 데에만 있지 않다. 성 비오 10세회는 특별 형식을 제공하는데도 바티칸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한 조치만을 계속 고수한다면, 교회 분열자들이 교회의 가장 귀중한 보화 가운데 하나를 가로채 자기들의 소유라고 주장하도록 무심코 허용할 수 있다. 일부 추종자들이 주는 인상과 달리, 마르셀 르페브르 대주교가 라틴 미사를 창시한 것은 아니다.
교회는 또한 성 비오 10세회 지도부의 행동으로 영적 생활이 뒤흔들린 소속 사제들과 신자 공동체에 대해서도 숙고해야 한다. 결국 파문은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교회법적 형벌이다. 교회는 파문을 집행할 때 “정의를 회복하고, 범죄자를 교정하며, 추문을 보상하는 일”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라틴 미사는 이 영혼들을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 이것은 지나치게 멀리 내미는 화해의 손길일 것이다. 그들은 이번 파문을 특별 형식을 완전히 억압할 절호의 기회로 본다. 이들은 시끄러운 전통주의 소수 집단에 대한 인내심을 잃었으며, 그들의 미사 취향 때문에 교회가 지나치게 많은 관심과 역량을 소모한다고 불평한다.
전통주의자들은 교계 지도자들과 진보파가 자신들에 대한 증오로 들끓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더 정확한 감정은 증오라기보다 지긋지긋한 피로감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제 몇 가지 불만을 솔직히 드러내고 하나씩 다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계속>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