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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인천의 한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에서 50대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국민이 납득할 만한 후속 설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7월 20일 오전 11시 10분께 선관위 사무실에서 발견됐으며, 현장에서는 유서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초기 단계에서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사망 원인과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기로 했다. 유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람의 죽음 앞에서는 무엇보다 고인과 유족의 명예, 사생활이 존중돼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사실인 것처럼 퍼뜨리거나 비극을 정치적으로 왜곡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이 수사기관과 선관위가 국민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장소가 아니라 공정한 선거 관리의 책임을 지는 헌법기관의 사무실에서 발생했다. 고인이 자신의 근무 공간이 아닌 다른 사무실에서 발견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극심한 시기에 현직 선관위 직원이 근무지에서 사망했다면, 수사기관은 국민적 의문이 커지지 않도록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수사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유서가 발견됐다’,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본다’,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는 몇 문장뿐이다. 유서가 개인적인 내용인지, 직장 업무나 최근 선거 관리와 관련된 언급이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족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한 유서에 공적 사안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여부 정도는 설명할 필요가 있다. 유서 전문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아니다. 사건의 성격을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적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빈소에 전달된 현 인천시장 명의의 조화를 유족이 거부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구체적인 배경과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는 책임 있는 후속보도가 부족하다. 사실이라면 유족이 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함부로 추측해서는 안 되지만, 정치권과 선관위, 고인 사이에 어떤 업무상 사정이 있었는지를 수사기관이 면밀히 살펴야 할 정황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경찰은 고인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업무용 전자우편과 메신저, 통화 내역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분석했는지 밝혀야 한다. 사무실 출입기록과 폐쇄회로 영상, 사건 전후 고인의 업무 내용, 상급자 및 동료와의 대화, 최근 감사나 조사 대상 여부, 인사상 갈등이나 외부 압력이 있었는지도 빠짐없이 확인해야 한다. 관련 자료가 삭제되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선관위 서버와 업무 기록에 대한 증거보전 조치도 즉시 이뤄져야 한다.
선관위 역시 경찰 수사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고인이 어떤 업무를 담당했는지, 최근 선거와 관련해 어떠한 역할을 수행했는지, 내부적으로 특별한 보고나 문제 제기를 한 사실이 있는지, 사건 당일 사무실 출입과 업무 상황은 어떠했는지를 개인정보 보호 범위 안에서 설명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유족이 추천하는 인사와 법률·디지털포렌식 전문가가 참여하는 외부 진상점검도 받아야 한다.
다만 이번 죽음을 곧바로 특정한 선거 부정의 증거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현재 공개된 사실만으로 고인의 사망과 선거 관련 의혹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는 없다. 근거 없는 단정은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고인과 유족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의혹을 막는 방법은 의혹 제기자를 비난하거나 정보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증거와 투명한 절차로 사실을 밝히는 것이다. 국민이 불신하는 상황에서 “수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침묵은 오히려 더 큰 의심을 낳게 된다.
한 생명이 헌법기관의 사무실에서 스러졌다. 이 비극을 몇 줄짜리 사건사고 기사로 끝내서는 안 된다. 경찰은 수사 진행 상황과 핵심 확인 결과를 조속히 발표하고, 선관위는 모든 자료를 보존해 수사에 전면 협조해야 한다. 국회 또한 필요하다면 사건 처리 과정과 선관위의 대응을 점검해야 한다.
고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말은 옳다. 그러나 그 말을 진상 규명을 막는 방패로 사용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고인과 유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는 억측도 망각도 아닌 진실이다.
경찰과 선관위는 더 이상 국민을 깜깜이 수사 속에 방치하지 말라. 숨길 것이 없다면 밝히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신속하고 독립적이며 투명한 진상 규명이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