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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태국에서 중국으로 강제 송환될 위기에 놓였던 이른바 ‘홍콩의회’ 의원 장신옌이 여러 인권단체와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의 지원을 받아 캐나다에 도착했다.
장신옌은 현지 시간으로 8월 3일 저녁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그의 약혼자와 해외 홍콩인들이 구성한 민간 자치기구 ‘홍콩의회’ 관계자들이 나와 장 씨를 맞았다.
이번 구조 과정에 참여한 캐나다 거주 중국계 작가 성쉐는 장 씨의 캐나다 도착을 두고 “중국공산당의 외교적 영향력에 기반한 초국경 탄압이 실패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현재 55세인 장 씨는 파룬궁 수련생으로 알려졌으며 과거 홍콩과 태국에서 생활했다. 그는 지난해 해외 망명 홍콩인들이 온라인 투표를 통해 구성한 ‘홍콩의회’의 의원으로 선출됐다.
홍콩 당국은 같은 해 8월 장 씨가 홍콩국가보안법상 국가정권 전복 혐의에 연루됐다며 수배자 명단에 올렸다. 다만 홍콩의회는 홍콩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해외 민간 조직으로, 홍콩 당국은 이 단체의 활동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행 직전 방콕공항에서 다시 체포
장 씨는 태국 체류 중 유엔난민기구 방콕사무소가 발급한 난민 관련 증명서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성쉐도 지난해 8월 캐나다 외교 당국에 장 씨의 보호와 이주를 요청했다.
그러나 장 씨는 올해 5월 체류 기간 위반과 무허가 취업 등의 혐의로 태국 경찰에 구금됐다. 이후 홍콩의회 관계자와 캐나다 인권운동가들이 구명 활동에 나섰고, 캐나다 주태국대사관은 장 씨에게 캐나다 입국 비자를 발급했다.
장 씨는 7월 8일 태국을 떠나 캐나다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방콕공항에서 태국 경찰에 다시 체포됐다. 그는 이후 이민 구금시설에 수용됐으며, 인권단체들은 중국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 홍콩의회 선거준비위원인 허량마오는 태국 경찰이 법정에서 “장 씨를 캐나다로 보내면 태국과 중국의 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취지로 구금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장 씨의 신병 처리가 단순한 출입국 행정 문제가 아니라 태국과 중국의 외교관계까지 고려한 정치적 사안으로 다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으로 비밀 송환될 뻔했다”
허량마오는 장 씨가 캐나다에 도착한 뒤 전한 말을 인용해, 지난달 8일 재구금 당시 중국으로 강제 송환될 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캐나다 외교관과 유엔난민기구 관계자, 태국 경찰 내 일부 관계자들이 긴급히 개입하지 않았다면 장 씨가 태국 내 특정 기관과 신원을 알 수 없는 대리인들의 협조 아래 비밀리에 중국으로 보내졌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장 씨 역시 구금 중 외부에 전달한 구조 요청 쪽지에서 태국의 사법·행정 절차가 불투명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쪽지에서 “전 과정이 블랙박스처럼 처리됐으며 중국 영사관이 상황을 감시하고 지휘하고 있었다”며 중국 영사관 관계자들이 자신을 지속해서 감시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중국과 태국 당국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둥광핑 강제송환 사건 재연 우려
장 씨의 사례는 중국 반체제 인사 둥광핑이 2015년 태국에서 중국으로 강제 송환된 사건과 비교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웠다.
둥광핑은 당시 캐나다 비자를 발급받은 상태였지만 태국에서 체포된 뒤 중국으로 송환됐다. 이후 중국에서 국가정권 전복 선동과 불법 국경 통과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에도 여러 차례 중국 탈출을 시도했던 그는 올해 해상에서 구조된 뒤 유엔난민기구의 중재를 거쳐 지난 6월 26일 캐나다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들은 장 씨마저 중국으로 송환됐다면 둥광핑 사건과 유사한 상황이 반복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난민 보호를 요청한 인사를 박해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돌려보내지 않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 훼손될 수 있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비밀리에 진행된 출국 작전
장 씨의 출국은 보안을 위해 극비리에 진행됐다. 관련자들에 따르면 캐나다 영사관 직원들은 외부의 방해 가능성을 막기 위해 장 씨가 항공기에 탑승한 뒤에야 캐나다로 출발한다는 사실을 본인에게 알렸다.
장 씨가 받은 비자는 캐나다 입국 후 영주권 취득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이민 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밴쿠버에 도착한 장 씨는 캐나다 당국의 주선으로 임시 숙소에 머물고 있으며, 현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영주권 신청과 정착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항에서 장 씨를 맞이한 강가위 홍콩의회 의장은 캐나다 정부와 외교 관계자, 유엔난민기구, 국제 인권단체 등 구조에 참여한 각계 인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번 사건은 중국 정부가 해외의 반체제 인사와 홍콩 민주화 활동가들을 압박한다는 이른바 ‘초국경 탄압’ 논란을 다시 부각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과 긴밀한 외교·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에서 난민과 정치적 망명 신청자의 신변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도 중요한 국제 인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