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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연보호구역’ 앞세워 남중국해 통제 강화

2026-08-09 22:33 | 입력 : 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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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안정 훼손하는 일방적 주권 확대”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중국이 남중국해의 대표적인 분쟁 해역인 스카버러 암초(Scarborough Shoal·중국명 황옌다오)에 이른바 ‘국가급 자연보호구역’ 관리체계를 본격 가동하자 미국이 이를 “지역의 안정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과 필리핀은 중국이 자국 국내법과 해경력을 동원해 분쟁 해역에 대한 사실상의 행정·사법 관할권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 토머스 ‘토미’ 피곳은 8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중국이 스카버러 암초의 ‘국가 자연보호구역’을 강제로 집행하고 필리핀 어민들이 전통적으로 이용해온 어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도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조치를 환경과 법률을 내세운 또 하나의 일방적 해양권익 확대 시도로 규정하면서, 강압을 통해 주변국을 희생시키며 광범위한 영토·해양 주장을 관철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중국 자연자원부와 국가임업초원국, 중국 해경국, 하이난성 정부가 지난 8월 1일 공동으로 「황옌다오 국가급 자연보호구 관리방법」을 발표하면서 다시 불붙었다. 모두 16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규정은 보호구역 관리와 순찰, 자연자원 보호, 법적 책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해경과 관리기관이 일상적인 순찰체계를 구축하고 위반 행위를 단속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중국 측 규정은 당국의 승인 없이 보호구역 내에서 어업이나 광물 채취, 산호 및 희귀 해양생물 채취 등을 할 수 없도록 하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개인이나 단체의 보호구역 진입도 제한하고 있다.

중국 해경이 이 규정을 근거로 해상 단속에 나설 경우 필리핀 어민들과의 충돌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중국은 앞서 2025년 9월 스카버러 암초 일대 3,523.67㏊를 ‘황옌다오 국가급 자연보호구’로 지정했다. 중국은 산호초 생태계와 희귀 해양생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해왔지만 필리핀은 이를 분쟁 수역에서 중국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명분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했다.

스카버러 암초는 필리핀 루손섬 서쪽 해상에 위치한 풍부한 어장으로, 중국과 필리핀이 모두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2012년 필리핀과의 대치 이후 이 일대에서 사실상의 통제력을 유지해왔으며 중국 해경과 필리핀 선박 사이의 충돌도 반복돼 왔다. 올해 들어서도 중국이 암초 입구에 부유식 구조물과 장벽을 설치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등 긴장이 이어졌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최근에는 물리적 충돌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7월 20일에는 또 다른 분쟁 지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필리핀명 아융인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 인근에서 중국 해경과 필리핀 해군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필리핀 군 당국은 중국 해경 요원이 목제 곤봉으로 필리핀 수병의 머리를 가격해 부상을 입히고 고무보트를 파손했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영상에서도 중국 해경과 필리핀 해군 인력이 소형 보트 위에서 대치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중국은 반대로 필리핀 측 선박이 중국 순찰정을 위험한 방식으로 충돌시키고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당시에도 중국의 행동을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위”라고 비판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스카버러 암초의 자연보호구역 관리 강화에 대해서도 다시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대립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에서 핵심 쟁점은 중국이 주장하는 이른바 ‘역사적 권리’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남중국해 대부분의 섬과 암초, 주변 해역에 대해 광범위한 권리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필리핀이 제기한 남중국해 중재사건에서 중재재판소는 2016년 7월 12일 중국이 이른바 ‘9단선’ 안에서 주장하는 광범위한 역사적 권리에 국제해양법상 법적 근거가 없다는 취지의 판정을 내렸다.

스카버러 암초에서는 필리핀과 중국의 전통적 어업권이 존재한다는 점도 인정했다. 다만 이 판정은 스카버러 암초 자체의 영유권이 어느 국가에 있는지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중국은 중재절차와 판정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이번 ‘자연보호구역’ 논란의 핵심은 단순한 환경보호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자국 국내법을 남중국해 분쟁 해역에 적용하고 중국 해경에 순찰과 단속 권한을 부여할 경우, 이는 법률과 행정조치를 통해 실효적 지배를 굳히는 새로운 형태의 해양 팽창 전략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이번 조치를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안정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중국해에서는 지금 총성이 울리지 않더라도 해경선과 순찰정, 부유식 장벽, 국내법과 행정규정이 영유권 경쟁의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 ‘자연보호’라는 이름 아래 또 하나의 해양 관할권이 만들어지는 것인지, 국제사회가 중국의 다음 움직임을 주시하는 이유다.

장·춘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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