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최근 일본을 향한 비난의 수위를 노골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의 안보정책과 장거리 순항미사일 운용, 비핵 3원칙 재검토 가능성을 문제 삼아 연일 ‘전범국’, ‘전쟁국가’,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며 위협까지 서슴지 않는다.
단순한 대일 비난이 아니다. 중국과의 밀착을 강화하고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일본을 한미일 안보협력의 약한 고리로 만들려는 정치·심리전의 성격이 짙다.
북한이 반일 감정을 정치적 무기로 이용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식민지배의 역사적 상처를 끊임없이 소환하고 일본을 ‘영원한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체제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한국 사회의 갈등을 자극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흔드는 것은 오랫동안 반복돼온 전술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과거와 같은 반일선동이 한국 사회 전체를 움직이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 국민은 일본과의 역사 문제와 현재의 안보 문제를 구분해서 바라볼 만큼 성숙해졌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물으면서도, 동시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군사적 팽창,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이 오늘 대한민국이 직면한 훨씬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안보위협이라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러시아와 군사적 연계를 강화하며, 중국과 러시아가 동북아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일본을 무조건 적대시하라는 선동은 현실과 점점 동떨어지고 있다. 일본이 대한민국을 향해 핵무기를 겨누고 있는 것도 아니며, 일본군이 휴전선 북쪽에 배치돼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을 향해 핵과 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끊임없이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세력이 누구인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 내부에는 여전히 ‘반일’이라는 구호만 등장하면 이성을 잃는 일부 정치·사회세력이 존재한다. 일본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모든 국제정세와 안보 현실을 외면한 채 과거사의 언어로 돌아가는 세력이다. 북한의 선전선동이 파고들 수 있는 틈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과거와 같은 위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북중러의 전략적 결속이 가시화되고 북한군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국제안보의 중대한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국민에게 일본만을 최대 위협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반일 감정만으로 북한의 핵무기를 없앨 수 없고, 중국의 군사적 압박을 막을 수도 없으며, 러시아의 팽창을 제어할 수도 없다.
북한이 일본 비난의 전면에 나서는 진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의 ‘군국주의’를 걱정해서라기보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굳어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한미일의 정보공유와 미사일 경보체계, 해상훈련과 확장억제 협력이 강화될수록 북한의 군사적 선택지는 좁아진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이를 원하지 않는다. 북한의 반일공세를 북중러 진영 전체의 대미·대일 견제 전략과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문제는 대한민국 정부의 선택이다.
북중러의 위협이 거세질수록 원칙적으로는 한미일 안보협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국내 정치와 정부 성격에 따라 일본과의 관계는 언제든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도 역사 문제가 안보협력을 압도했고, 국내 정치적 필요에 따라 한일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는 일을 반복해서 경험했다.
때문에 국가 간 동맹과 협력만 바라봐서는 부족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미일 자유민주 시민사회’의 강력한 연대다. 정부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인권,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 위에서 한국·미국·일본의 시민사회와 언론, 학계, 종교계, 인권단체, 청년세대가 촘촘한 연대망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과 인권유린, 중국의 권위주의적 팽창, 러시아의 침략전쟁에 맞서는 일은 특정 정부만의 책무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려는 시민 모두의 과제다. 정부 간 관계는 정치 상황에 따라 가까워졌다 멀어질 수 있지만 시민사회의 가치연대는 훨씬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반일선동에 가장 효과적으로 맞서는 길은 감정적 친일도, 감정적 반일도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한미일의 전략적 결속이다. 정부가 흔들린다면 민간이 지켜야 한다. 정치가 갈라선다면 시민사회가 이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한·미·일의 자유민주세력이 국경을 넘어 손을 맞잡아야 할 때다. 북중러 전체주의 연대가 강해질수록 자유민주 진영의 연대 역시 더 강해져야 한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