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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기밀해제 문서로 다시 불붙은 ‘팡팡 사건’

2026-08-20 12:35 | 입력 : 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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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계 여성 크리스틴 팡, 美 연방 정치권서 인맥 구축
- 전문가들 “장기간 이어진 중국식 영향력 공작의 전형”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장기간 영향력 활동을 벌인 것으로 지목돼 온 중국인 여성 크리스틴 팡(Christine Fang·중국명 팡팡) 사건이 미 연방수사국(FBI) 기밀문서 공개를 계기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백악관이 최근 공개한 기밀해제 자료에는 팡과 전 캘리포니아주 연방 하원의원 에릭 스월웰(Eric Swalwell)의 관계를 비롯해 FBI가 팡의 중국 정보기관 연계 가능성, 선거자금 모금 활동, 정치권 인턴 추천 과정 등을 추적했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자료는 중국의 대미 영향력 활동이 워싱턴의 고위 인사만을 직접 겨냥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방 정치와 지역사회 단체에서부터 장기간 인맥을 구축하고 장래성이 있는 정치인에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美 지방정치권 파고든 팡.. 정치 행사 통해 인맥 확대

팡은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의 대학에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한 뒤 아시아계 지역사회 단체와 정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지방 정치인들과 관계를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기밀해제 문서에 따르면 FBI는 팡이 중국 정보기관과 연계돼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2013년 무렵부터 그녀를 정보원으로 포섭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FBI 내부에서는 팡에게 ‘러스티 섬스(Rusty Thumbs)’라는 암호명을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FBI가 주목한 것은 단순한 사교 활동만이 아니었다. 문서에는 팡이 정치인들과 개인적 친분을 쌓는 동시에 정치자금 모금 지원과 인턴 후보 추천 등 정치인의 주변 조직에까지 접근한 정황이 담겼다.

스월웰은 캘리포니아 지방의회 의원을 거쳐 2013년 연방 하원의원이 됐다. 팡은 스월웰이 연방 정치무대에 본격 진출하기 전부터 그와 교류한 것으로 파악됐다.

스월웰, FBI 조사서 개인적 관계 인정.. 기밀 제공은 부인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스월웰은 2015년 FBI 조사 과정에서 2012년 가을 중국계 미국인 관련 행사에서 팡을 처음 만났다고 진술했다.

그는 두 사람이 몇 차례 육체적 관계를 가졌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도 정식 연애 관계는 아니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팡이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는 진술도 문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스월웰은 팡이 자신에게 기밀이나 민감한 정보를 요구한 적이 없으며 자신 역시 그러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FBI는 2015년 당시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이던 스월웰에게 외국 정부가 미국 정치인을 상대로 벌이는 정보·영향력 활동에 대해 별도의 보안 브리핑을 실시했고, 팡과 중국 정보기관의 연계 가능성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월웰은 이후 팡과 연락을 끊었다고 진술했다.

선거자금·인턴 추천도 수사선상.. “거래관계는 확인 못해”

FBI와 연방 검찰은 팡이 스월웰의 선거자금 모금에 관여하고 자신이 추천한 인턴들을 의원실에 채용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조사했다.

2015년에는 법무부가 스월웰과 팡 등을 대상으로 연방 선거자금법 위반과 뇌물 가능성을 포함한 수사를 진행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며, 관련 수사에는 ‘프레시먼 피프틴(Freshman Fifteen)’이라는 작전명이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사 결과 스월웰이 팡과 대가성 ‘거래 관계’를 맺었다거나 연방 반부패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팡에 대해서는 외국인의 선거자금 기부 금지, 타인 명의 기부 금지 등 연방 선거법을 위반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내용이 문서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연방법은 외국인이 연방·주·지방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기부하거나, 외국 자금임을 알면서 이를 모집하거나 수령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당국은 팡이 이미 미국을 떠났고 재입국도 제한된 상황 등을 고려해 국가안보상 이유로 기소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월웰 측 “새로운 사실 없어.. 범죄 연루 근거도 없다”

스월웰 측은 이번 기밀문서 공개가 자신의 범죄 연루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스월웰의 변호인은 공개된 자료에 새로운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미 정부의 조사 기록이 스월웰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기소할 근거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공개 자료에도 스월웰이 팡에게 기밀정보를 제공했다거나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정책적 행동을 했다고 단정할 만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스월웰 개인의 간첩 행위로 단정하기보다는 중국과 연계된 인물이 미국 정치권에 접근한 방식과 이에 대한 미국 정보당국의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 “중국 영향력 공작, 지방 정치에서 시작해 장기간 진행”

미국의 국가안보·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팡 개인과 특정 정치인의 관계가 아니라 중국의 영향력 활동이 가진 장기성과 다층성이라고 분석한다.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중국 담당 국장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는 중국이 오래전부터 미국 지방 정치와 중국계 지역사회를 상대로 영향력 확대 활동을 벌여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만과 인권 등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제에서 지방정부와 지역 정치인의 입장까지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움직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탐사보도 기자 캐서린 헤리지 역시 팡 사건은 중국공산당의 대미 영향력 활동이 단순한 정보수집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인맥 형성, 선거자금, 지역사회 조직, 정보 활동 등 여러 수단을 결합하는 형태로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관련 기록 상당수가 2010년대 중반 작성됐다는 점은 중국의 대미 정치 영향력 확대가 최근 갑자기 시작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개방사회 노린 ‘관계 구축형 침투’ 경계해야

팡 사건이 미국에 던진 가장 큰 과제는 민주주의 사회의 개방성을 어떻게 지키면서 외국 정부의 은밀한 정치 개입을 차단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미국의 정치제도에서는 누구나 정치인에게 접근하고 지역사회 활동이나 정치적 의사 표현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 정부와 연계된 인물이 이러한 개방성을 이용해 정치자금, 시민단체, 인턴십, 개인적 친분 등을 통해 유망 정치인 주변에 장기간 영향력을 구축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스파이 활동이 반드시 비밀문서를 훔치는 전통적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정치인이 성장하기 전부터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주변 인맥과 조직에 진입해 장기간 영향력을 축적하는 방식 역시 민주주의 국가가 경계해야 할 안보 위험이 될 수 있다.

이번 기밀문서 공개가 스월웰 개인의 범죄 혐의를 새롭게 입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과 연계된 인물이 미국의 지방 정치와 선거운동, 의원실 인력 구성에까지 접근할 가능성을 FBI가 일찍부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결국 ‘팡팡 사건’이 남긴 핵심 질문은 한 정치인이 누구와 관계를 맺었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이 미국 정치인의 성장 과정에서부터 접근해 관계와 자금, 조직을 이용한 장기적 영향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가, 그리고 개방된 민주주의가 이를 어떻게 식별하고 차단할 것인가가 본질적인 문제다.

장·춘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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