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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평양 한복판에 대규모 맥주 전문점을 새로 열고 이를 또 하나의 ‘인민생활 향상’ 성과처럼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분수와 13가지 맥주를 자랑하는 선전 기사 뒤에는 여전히 평양과 지방, 특권층과 일반 주민 사이의 극심한 생활 격차라는 불편한 현실이 놓여 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1일 「동평양대동강맥주집이 새로 개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평양 주체사상탑 주변에 지난 7월 1일 새 맥주집이 문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건물은 4층 규모로, 1·2층에는 맥주 봉사홀과 동석식사실, 3층에는 대형 맥주봉사실과 철판구이식사실, 4층에는 야외 로대식사실이 마련됐다. 특히 건물 앞에는 음악에 맞춰 형태가 변하는 이른바 ‘춤추는 분수’까지 설치됐다고 한다.
내부 역시 맥주 탱크와 맥주통을 형상화한 식탁과 의자, 각종 장식품으로 꾸몄으며 무려 13가지 종류의 맥주를 제공한다고 선전했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이러한 평양의 일부 소비·편의시설을 마치 북한 주민 전체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것처럼 반복적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북한 주민에게 중요한 문제는 맥주의 종류가 13가지냐 15가지냐가 아니다. 지방의 상당수 주민들에게는 안정적인 식량 공급과 생필품 확보, 전력과 난방, 의료와 교통 같은 기본적인 생활 조건이 훨씬 절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 중심부에 대형 맥주집과 음악분수를 건설한 사실을 ‘인민을 위한 성과’로 선전하는 모습은 북한 체제의 왜곡된 자원 배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더구나 북한 사회에서 평양은 아무나 자유롭게 거주하거나 이동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니다. 출신성분과 정치적 신뢰도에 따라 거주와 이동의 기회가 제한되는 구조 속에서 평양의 화려한 시설은 애초부터 상당수 지방 주민에게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이다.
따라서 “인민을 위한 맥주집”이라는 표현 이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과연 어떤 인민이 이곳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가.
하루 벌이를 걱정하는 시장 상인과 지방 노동자, 협동농장의 농민들이 가족과 함께 평양에 올라와 13가지 맥주를 골라 마시고 철판구이를 즐길 수 있는 사회라면 그 자체로 비판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북한에서 그러한 선택과 이동, 소비의 자유가 보편적인 권리로 보장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최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비롯해 각종 휴양시설과 식당, 상업봉사시설을 연이어 소개하며 주민 생활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전시성 시설을 확대하는 것과 주민 전체의 생활 수준을 개선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평양의 야경에 새로운 불빛 하나를 더 밝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 주민의 집에 전기가 안정적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일이다. 음악에 맞춰 춤추는 분수를 만드는 것보다 시급한 것은 주민들이 깨끗한 물과 충분한 식량,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걱정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13가지 맥주 역시 마찬가지다. 진정한 ‘인민생활 향상’은 맥주 종류의 숫자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어느 지역에 태어났든 자유롭게 이동하고, 일한 만큼 정당한 소득을 얻으며, 자신이 번 돈으로 가족과 함께 원하는 식당과 관광지를 선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생활의 질을 말할 수 있다.
화려한 맥주통 장식과 춤추는 분수는 체제 선전용 사진 한 장을 만들기에는 충분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북한 주민들의 삶 전체를 가려주는 장막이 될 수는 없다.
평양의 맥주잔이 넘친다고 해서 북한 주민들의 삶까지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