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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익제보자 보호’ 원칙 내던지는 민주당

2026-09-13 08:15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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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제보자를 이용할 때는 ‘정의’, 자신을 겨누면 ‘신상 털기’인가

취재진 질문 답하는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
취재진 질문 답하는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

공익제보자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정치세력이 이제 자신들이 권력의 중심에 서고 궁지에 몰리자 제보자의 신원을 들춰내고 제보 동기를 공격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자신들이 그토록 강조해 온 ‘공익제보자 보호’라는 원칙을 스스로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꼴이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이 확산되자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최고위원은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의 성씨와 경력, 관련 인물과의 관계 등을 거론했다. 이를 두고 제보자의 신원을 사실상 특정할 수 있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 공익제보자 보호를 정치개혁의 상징처럼 내세워 왔다는 점이다. 당내 보호기구와 제보창구를 만들고, 자신들이 권력 비리를 추궁할 때는 제보자를 ‘양심의 목소리’라 치켜세웠다. 그런데 그 제보가 자기편 장관 후보자를 겨누는 순간 제보자의 과거와 인간관계를 들추고 ‘앙심을 품은 제보’라는 식으로 공격한다면 국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정의가 아니라 편의였고, 원칙이 아니라 정략이었다는 의심을 자초하는 것이다.

공익제보자 보호의 핵심은 간단하다. 제보 내용의 진위를 검증하는 것과 제보자의 신원을 보호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허위 제보라면 사실관계로 반박하면 된다. 증거가 틀렸다면 증거로 깨면 된다. 그런데 권력을 가진 정당이 제보자의 신원과 사생활부터 들추기 시작한다면 앞으로 누가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내부고발에 나서겠는가.

더욱이 김승원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가볍게 넘길 사안도 아니다.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전후로 관련 주식에서 미공개정보 이용과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졌고, 임상 승인 직후 일부 투자조합이 약 809억 원어치 주식을 처분해 취득가 대비 약 183억 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세종메디칼의 소액주주는 3만 명 안팎으로 거론된다. 임상시험에 대한 기대를 믿고 자신의 월급과 퇴직금, 생활자금을 투자했던 평범한 국민들이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위기 앞에서 막대한 손실을 떠안았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김 후보자가 주가조작이나 투자자 손실에 직접 책임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김 후보자 측 역시 자신의 식약처 민원 전달과 이후 주가조작·투자손실은 별개의 사안이며, 자신이 관련 거래에 관여했다는 구체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김 후보자가 누구의 요청을 받고 식약처에 어떤 연락을 했는지, 그 과정에 부적절한 청탁은 없었는지, 임상 승인과 주가 변동 과정에서 누가 정보를 먼저 알고 이익을 챙겼는지, 정치권의 영향력이 실제로 행사됐는지 하나하나 밝혀야 한다. 그런데 집권세력이 해야 할 일이 진상규명이 아니라 제보자 공격이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민주당은 입만 열면 ‘서민’을 말했다. 청년의 절망을 걱정했고, 개미투자자의 눈물을 이야기했으며, 자본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뿌리 뽑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이야말로 그 말을 행동으로 증명할 기회다. 신약이라는 호재를 믿고 들어간 평범한 투자자들이 피눈물을 흘렸다면 권력은 그들의 편에 서야 한다.

그런데 정작 의혹의 불길이 자기편 후보자에게 번지자 피해자와 제보자의 목소리를 듣기는커녕 제보자의 신원을 들춰내는 데 몰두한다면 그동안 외쳤던 ‘공정’과 ‘정의’는 무엇이었는가.

공익제보자는 권력의 필요에 따라 쓰다 버리는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 야당일 때는 제보자를 방패로 삼고, 여당이 된 뒤에는 제보자를 표적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이율배반을 넘어 공익제보 제도의 존재 이유 자체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권력을 감시하라고 만든 제도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제보자를 겁주는 도구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서민을 외치던 사람들이 서민 투자자들의 절규 앞에서 눈을 감고, 정의를 외치던 사람들이 자신들을 겨눈 제보자의 신상부터 캐고 있다면 국민이 내릴 평가는 복잡하지 않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論 說 委 員 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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