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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제20차 아이치·나고야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에 도착한 북한 체육대표단의 환영 현장에서 스포츠와는 거리가 먼 장면이 연출됐다.
조선신보 보도에 따르면 김일국 체육상을 비롯한 북한올림픽위원회 대표단이 9월 17일 일본 아이치현 주부국제공항에 도착하자 허종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의장과 총련 관계자, 재일동포 등 70여 명이 공항에서 이들을 맞았다.
북한 대표단의 입국 사실 자체는 국제 스포츠 행사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실제로 김일국 체육상은 이날 중국을 거쳐 주부국제공항으로 입국했으며, 공항에서는 총련 관계자와 재일 조선인들이 꽃다발을 전달하고 환영 구호를 외쳤다고 국내 언론도 전했다. 문제는 환영의 내용이다.
신보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북한 국기를 흔들면서 “김정은 원수님 만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라는 구호를 외쳤다.
아시아 각국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고 교류하는 국제 스포츠 대회에 참가하는 대표단을 맞으면서 선수들의 선전이나 스포츠맨십보다 특정 정치지도자에 대한 찬양 구호가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스포츠 대표단 환영인가, 정치적 충성행사인가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종합 스포츠 행사다. 공식 대회 자료 역시 이번 대회의 취지를 아시아 지역의 교류를 더욱 심화시키는 데 두고 있다.
그렇다면 공항에서 가장 먼저 들려야 할 목소리는 “선수들을 환영한다”, “좋은 경기를 기대한다”는 응원이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북한 대표단 환영 현장에서는 느닷없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만세’ 구호가 등장했다. 선수들의 경기 참가가 어느 순간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과시하는 정치행사처럼 변질된 셈이다.
스포츠 선수들은 정치적 선전의 도구가 아니다. 국적과 체제를 넘어 인간의 능력과 노력으로 경쟁하는 것이 스포츠의 본질이다. 더욱이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대회에서는 선수 개개인의 노력과 성취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북한 관련 행사에서는 선수보다 지도자가 먼저 등장한다. 이런 모습은 북한이 체육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경기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조차 개인과 팀의 노력보다는 체제와 지도자의 업적으로 연결시키려는 정치적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총련의 정치적 성격도 다시 드러나
이번 행사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총련의 역할이다.
총련은 단순한 재일동포 친목단체로만 보기 어려운 정치적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본 공안조사청이 공개한 자료는 총련이 김정은이 보낸 서한의 내용을 조직 활동에 반영하고, 간부들을 대상으로 서한의 내용과 실행방안을 교육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 자료에는 북한에 대한 기여, 사상교육, 북한 국기 게양 등도 당시 총련 활동 방향에 포함됐다고 기록돼 있다.
따라서 이번 공항에서 나온 “김정은 원수님 만세”라는 구호도 단순한 선수단 환영을 넘어 총련과 북한 정권 사이의 정치적 관계를 다시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물론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 조선인들이 자신들이 지지하는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고 환영하는 것은 개인과 단체의 자유 영역이다.
그러나 국제 스포츠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단을 맞는 자리에서 지도자 찬양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선수를 환영하는 것과 정치지도자를 찬양하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선수들이 주인공이어야 한다
이번 대회에는 북한 선수 107명이 축구와 역도, 탁구, 레슬링 등 14개 종목에 출전한다.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바로 이 선수들이다.
그들이 어떤 훈련을 했고, 어떤 기록에 도전하며, 다른 나라 선수들과 어떻게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지가 스포츠 뉴스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북한 관련 보도를 보면 경기와 선수들의 이야기보다 지도자에 대한 충성과 정치적 구호가 앞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일본 공항 환영행사도 그 연장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
세계의 선수들이 스포츠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모인 아시안게임 무대에서조차 북한식 정치 구호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씁쓸하다.
스포츠 축제의 주인공은 김정은도, 총련 지도부도 아니다. 땀 흘려 훈련하고 경기장에 나서는 선수들이다. 선수들의 도전과 성취까지 특정 지도자를 찬양하고 체제를 선전하는 소재로 만들려 한다면 국제 스포츠 교류가 가진 본래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일본 공항에 울려 퍼져야 했던 것은 “김정은 만세”가 아니라, 아시아의 선수들을 향한 순수한 환영과 응원의 목소리였어야 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