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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외무성이 지뢰폭발 사건에 대한 한국의 조사결과를 ‘자작극’으로 몰아붙이며 즉각적인 무력대응을 위협했다. 사건의 원인을 둘러싼 구체적인 반박 자료를 제시하기보다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하고, 지뢰 제거와 대응조치까지 대북 도발로 포장하는 데 성명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조선신보가 전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10월 6일 성명에서 한국이 발표한 최종조사결과를 일방적인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목적이 북한의 접경지역 요새화를 지연시키거나 저지하는 데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그러나 제공된 성명에는 한국의 조사결과가 어떤 지점에서 잘못됐는지 설명하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 지뢰의 출처와 폭발 경위, 관련 군사활동 등 사실관계를 반박할 자료 대신 ‘자작광대극’, ‘음흉한 방해책동’ 같은 공격적인 표현을 반복했다. 한국의 대응조치가 발표됐다는 사실만으로 사건 자체가 조작됐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사고까지 “우리 책임 아니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앞으로 한국에서 유사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북한의 책임이 아니며, 전적으로 사고를 당한 측의 책임이라고 선언한 부분이다.
이는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 부인을 넘어, 아직 발생하지 않은 사건의 책임까지 미리 배제하겠다는 주장이다. 사고의 원인과 책임은 현장 증거와 조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발생 시점도, 장소도, 경위도 알 수 없는 미래의 사고에 대해 일괄적으로 면책을 선언하는 것은 사실 규명이라는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태도다.
북한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설득하려면 확인 가능한 근거로 반박해야 한다. 향후 사고까지 상대방 책임으로 돌리는 선언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권’ 앞세워 지뢰 제거에도 군사적 압박
북한은 한국의 지뢰 제거 여부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영토를 조금이라도 침범하면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위협했다.
성명의 구조는 분명하다. 사건의 책임은 부인하면서 한국의 후속 조치에는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접경지역 군사활동은 주권행사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지뢰 제거와 안전 확보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소통보다 무력사용 가능성을 앞세운 것이다.
주권을 주장한다고 해서 접경지역의 위험을 설명하거나 충돌을 예방할 필요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성명은 주권영역 문제를 상대와 논의하지 않고 힘으로 수호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런 태도는 사실관계 확인과 위험 관리의 여지를 좁히고 군사적 긴장을 높인다.
북한은 성명 첫머리에서 접경지역에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성명에서 반복한 것은 상대에 대한 적대적 규정과 보복 위협, 협의 거부였다. 긴장을 우려한다면서 긴장을 완화할 수단을 스스로 배척하는 모순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거친 언사에 휘둘리지 말고 조사 근거를 국민과 국제사회에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지뢰 제거와 장병·주민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추진하면서 우발적 충돌을 막을 대비도 갖춰야 한다.
‘자작극’이라는 말의 반복은 반증이 될 수 없다. ‘주권’이라는 명분 역시 미래의 모든 사고에 대한 면책을 보장하지 않는다. 북한이 답해야 할 것은 위협의 강도가 아니라, 한국의 조사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과 증거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