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왕따' 되고 있는 대한민국 - 자료사진 |
북한에는 손을 내밀지만 돌아오는 것은 모욕이고,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국민이 납득할 만큼 안심할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 민주당 정부가 자문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은 지금 한반도 정세를 움직이는 당사자인가, 남들이 내린 결정을 뒤늦게 설명하는 구경꾼으로 밀려나고 있는가.
김여정은 지난 2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화 제의를 조롱하며 한국과 마주할 가능성까지 차단했다. 군사분계선 문제도 협의보다 힘으로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대화를 제안한 정부에 돌아온 답은 협상의 조건이 아니라 협상 상대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미국과의 관계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할 때다. 국정원 직원 일부의 미국 파견 비자 발급이 지연된 사실이 알려졌다. 국정원은 비자 거부라는 보도를 부인하고, 개인 신상과 관련한 입국 절차 문제이며 정보협력은 활발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사건만으로 동맹의 파탄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는 공식 해명에 그칠 것이 아니라 파견 차질을 해소하고, 협력의 실질적 성과로 국민의 우려를 잠재워야 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국민은 불편한 장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울을 거치지 않고 곧장 평양으로 향하는 장면이다. 거꾸로 김정은이 한국 정부와 아무런 협의 없이 미국으로 향하는 장면도 상상할 수 있다. 이는 확인된 일정이 아니라, 한국이 미북 협상의 주변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경고다.
문제는 비행기가 서울에 착륙하느냐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의 운명이 걸린 협상에서 대한민국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느냐다. 미북이 직접 만나는 것 자체를 막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한국의 이해와 요구가 빠진 채 핵과 제재, 군사적 긴장과 안전보장의 조건이 논의된다면, 한국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동맹의 신뢰를 쌓고 북한의 도발에는 원칙을 세워야 할 정부가 국내 정치의 힘겨루기에 매달린다면 외교적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야당을 몰아붙이는 목소리가 아무리 커도 워싱턴의 신뢰를 얻을 수는 없다. 상대의 발언을 고함으로 끊는다고 평양이 서울을 존중하는 것도 아니다. 다수 의석은 국내 표결을 이길 수 있는 숫자이지, 국제 협상에서 대한민국의 자리를 보장하는 힘이 아니다.
국회에서 보여야 할 것은 정책의 근거와 책임 있는 답변이다. 동네 깡패처럼 목소리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행태를 정치적 능력으로 착각한다면, 국민이 느끼는 것은 위압감보다 수치심이다. 밖에서는 대한민국의 발언권이 걱정되는데 안에서는 누가 더 크게 호통치는지만 겨룬다면, 그것이 과연 집권 세력의 모습인가.
정부는 북한의 모욕을 대화에 앞선 통과의례쯤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대화에는 목적과 조건, 성과를 판단할 기준이 있어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 역시 정상 간 친분을 과시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외교·안보 당국 사이의 꾸준한 협의와 신뢰, 한국의 요구를 관철할 준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미국과 북한 모두에게 ‘왕따’당하는 정부라는 비판을 과장이라고 반박하고 싶다면, 대한민국이 반드시 협의해야 할 상대라는 사실을 성과로 입증하라. 북한에는 거절당하면서도 구애를 반복하고, 동맹에 대한 우려에는 해명만 되풀이하며, 국회에서는 고함으로 권위를 세우려 한다면 그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국민의 입에서 “참 나라꼴 잘 돌아간다”는 탄식이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국회에서 고함칠 힘이 있다면, 대한민국이 빠진 협상은 성립할 수 없도록 만드는 데 그 힘을 쏟아라.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