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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가톨릭 486] 60주년을 맞으며 드는 생각

2026-10-09 07:00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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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바이겔 George Weigel is Distinguished Senior Fellow of the Ethics and Public Policy Center, where he holds the William E. Simon Chair in Catholic Studies. 윤리·공공정책센터 선임연구원


나는 평소 묵시록적 사고에 기우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2001년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볼티모어의 메모리얼 스타디움이 철거된 뒤 남은 폐허를 “황폐를 부르는 혐오스러운 것”(다니 9,27; 11,31; 12,11 참조)에 비유했을 때, 그 이미지만큼은 정확히 짚었다고 생각한다.

한때 우리 어린 시절의 꿈의 구장이었고, 트리안도스와 빌헬름, 로빈슨과 아파리시오, 파머와 위버 같은 전설적인 인물들을 만났던 곳이 잔해 더미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기묘한 절충에 따라, 옛 야구장의 이름이 스테인리스강 아르데코 서체로 새겨져 있던 웅장한 벽돌과 콘크리트 정면 외벽은 몇 달 동안 남겨졌다가 결국 그것마저 철거되었다.

기억을 모독한 데 더해 모욕까지 안긴 셈이었다.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 그 외벽에 새겨져 있던 가슴 벅찬 비문을 기억해야 한다.

볼티모어시가 1954년에 건립하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의 시장과 시의회와 시민들이 봉헌하다
세계대전에서 그토록 용감하게 싸우고 복무한 모든 이를 기리며
온 세계의 평등과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바친 이들에게 영원한 감사를 표하다
세월도 그들의 위업이 지닌 영광을 흐리게 하지 못하리라

물론 메모리얼 스타디움은 오늘날 스포츠의 대성전들이 제공하는 호사스러운 안락함을 자랑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캠던 야즈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고전적인 야구장 건축의 부흥을 이끌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위안이 된다. 더욱이 웨이벌리 지역의 33번가에 있는 그 자리에는 이제 칼 립켄 시니어 재단의 지원으로 조성된 야구장, ‘청소년 성장 공원’이 들어서 있다. 그곳의 홈플레이트는 옛 구장의 야구 다이아몬드에서 홈플레이트가 놓여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있다. 그곳에 서서 전광판 너머 36번가의 집들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기는 일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다이아몬드 주년, 곧 60주년 이야기로 넘어가려 한다. 야구장의 다이아몬드를 빗대어 말장난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21세기 미국을 위한 두 가지 교훈이 있다.

셔츠 차림으로 지낼 만한 날씨였던 1966년 10월 9일 일요일 오후, 할아버지이자 나의 야구 선생님이었던 프랭크 바이겔은 나를 월드시리즈 4차전에 데려가셨다. 전날에는 동생을 3차전에 데려가셨다. 그 경기에서 약체로 평가받던 오리올스는 스물한 살 월리 벙커가 펼친 3피안타의 눈부신 투구에 힘입어, 위세를 떨치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1 대 0으로 이겼다.

다저스가 아직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부유하지는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내가 1루 쪽 더그아웃에서 아마 스무 줄쯤 위에 있는 하단 관중석에 자리를 잡았을 때, 팝콘을 먹고 콜라를 마시던 내게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질문들이 있었다. 오리올스의 좌완 투수 데이브 맥널리는 1차전에서 보여 주지 못했던 기량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때 그는 모 드라보스키의,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던 마법 같은 구원 투구 덕분에 위기를 벗어나야 했다. 다저스의 24이닝 연속 무득점이 정말 계속될 수 있을까? 요컨대, 약체인 ‘새들’은 다저 스타디움에서 시리즈 첫 두 경기를 가져오며 시작한 전승 행진을 끝까지 이어 갈 수 있을까?

그 답은 모두 ‘그렇다’로 드러났다. 맥널리는 전년도 챔피언을 상대로 완봉승을 거두었고, 불멸의 프랭크 로빈슨은 위압적인 다저스 투수 돈 드라이스데일에게서 레이저 같은 직선 타구를 뽑아내 왼쪽 외야 관중석으로 보내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나는 타임스스퀘어에서 유럽 전승일과 대일 전승일을 축하하는 사진들을 본 적이 있다. 폴 블레어가 승리를 확정 짓는 뜬공을 잡고 메모리얼 스타디움이 환호로 폭발했을 때, 볼티모어는 그처럼 기쁨이 저절로 터져 나오는 광경을 최대한 재현했다. 브룩스 로빈슨과 앤디 에체바런, 부그 파월은 맥널리를 끌어안으려고 마운드로 달려갔다. 관중석에서는 백인과 흑인 모두가 서로를 끌어안기 시작했다. 인종 분리의 길고 슬픈 역사를 지닌 도시에서 그것은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교훈은 무엇인가?

1966년 오리올스의 동료애는 리틀록 출신이자 1964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였던 브룩스 로빈슨이 자신의 지도자 역할을 프랭크 로빈슨에게 양보했기에 가능했다. 프랭크는 흑인이라는 데 자긍심을 지녔고, 흔히 이를 당당하고 도전적으로 드러냈으며, 1966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가 될 인물이었다. 나는 두 사람의 협력이 오랜 고향에 뿌리내린 낡은 편견을 허무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오래전부터 확신해 왔다. 오늘날 미국에도 공동의 목표를 향한 탁월함을 바탕으로 형성된 그런 동료애가 필요하다.

돌이켜 보면, 1966년 오리올스 선수들은 장인처럼 느껴진다. 매우 어려운 일을 아주 훌륭하게 해내고, 흔히 고되기 짝이 없는 그 일에서 만족감과 일종의 겨루는 기쁨을 얻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치열하게 경기했지만 정정당당하게 경기했고, 경쟁자들도 그 점을 존중했다. 오늘날 미국에는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특히 정치에서 그렇다.

메모리얼 스타디움은 이제 없다. 그러나 세월은 실제로 그 경기장이 기리고자 했던 이들의 위업이 지닌 영광을 흐리게 하지 못했다. 또한 세월은 1966년 10월 9일 그곳에 있었던 나의 추억이 지닌 달콤함도 줄이지 못했다. 그날이 벌써 60년 전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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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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