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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가톨릭 496] 여성의 시선으로 본 『에덴의 동쪽』

2026-10-19 08:44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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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클라크 Veronica Clarke is deputy editor at First Things. 부편집장


조이 카잔이 존 스타인벡의 『에덴의 동쪽』을 각색한 넷플릭스 7부작은 한 남성의 서사시에 여성의 감수성을 불어넣는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그렇다.

『에덴의 동쪽』의 핵심 주제는 사랑받지 못한 자녀, 또는 데이비드 와이어트의 표현을 빌리면 “부모에게 거부당하는 지옥”이다. 스타인벡에게 이러한 거부의 원형은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이다.

하느님께서 카인의 제물보다 아벨의 제물을 더 마음에 들어 하시면서, 세대를 이어 가는 복수와 죄책감의 순환이 시작된다. 마찬가지로 남북전쟁 참전 군인 사이러스 트래스크(트레이시 레츠)는 아들 애덤(크리스토퍼 애벗)이 준 생일 선물을 애덤의 이복형제 찰스(마이크 파이스트)가 준 선물보다 더 좋아한다. 질투에 사로잡힌 찰스는 애덤을 거의 죽을 지경으로 두들겨 팬다.

카잔은 이 살벌한 일화를 완화한다. 소설에서 찰스는 애덤의 목숨을 마저 끊으려고 손도끼를 가져온다. 이러한 순화는 배역 선정에도 이어진다. 파이스트의 매력과 소년 같은 외모는 찰스의 악의를 약화한다.

이러한 순화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곳은 카잔이 그려 낸 캐시 에임스(플로렌스 퓨)의 모습이다. 스타인벡은 한때 가족과 가까운 지인에게 캐시가 “사탄을 온전히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잔에게 캐시는 정직한 거짓말쟁이이자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살인자이다. 생존을 위한 이 투쟁은 첫 장면부터 시리즈의 틀을 이룬다. 자신을 정부로 삼은 포주 에드워즈 씨에게 구타당한 캐시가 트래스크가의 농가를 향해 기어가는 모습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카잔은 스타인벡의 절대악을, 받아들이기 한결 수월한 괴물 같은 피해자의 형상으로 바꾸어 놓는다. 21세기 페미니즘의 공감을 얻도록 빚어진 캐시이다. 소설에서는 열 살인 캐시가 열네 살 소년 둘과 함께 헛간에서 옷이 반쯤 벗겨진 채 발견된다. 스타인벡은 캐시가 이 상황을 꾸몄음을 암시하지만, 카잔의 해석은 다르다. 드라마에서 당시 다섯 살인 캐시는 사탕에 이끌려 숲으로 들어갔다가 성폭행을 당한다. 카잔은 《버라이어티》에 이렇게 말했다. “스타인벡이 책에서 묘사한 것들 가운데는, 그가 의도했을 법한 것과 제가 조금 다르게 읽은 부분들이 있어요.”

카잔은 십 대의 캐시가 집에 불을 질러 부모를 죽이기 전에, 아버지가 캐시를 때리며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부르는 장면을 추가한다. 에드워즈 씨가 캐시의 거듭된 거절에도 샴페인을 마시라고 강요하자, 캐시는 병째 들이켜기 시작한다. “조금씩 마시는 게 훨씬 좋아.” 그가 말한다. 캐시는 이렇게 대꾸한다. “난 원하지 않았어요. 그걸 기억해 둬요.” 이러한 정서는 작품 전반에 걸쳐 후렴처럼 되풀이되면서, 카잔이 그린 캐시에게서 범죄에 대한 책임 일부를 덜어 준다. 퓨의 낮고 깊은 목소리와 감정이 실린 대사 전달은 이 버전의 캐시에게 때로는 설득력을, 언제나 시선을 사로잡는 힘을 부여한다.

캐시가 트래스크가의 농장 집 현관까지 몸을 끌고 왔을 때, 찰스는 캐시의 머리에 산탄총을 겨누지만 애덤은 그를 간호해 회복시켜야 한다고 고집한다. 캐시에게 반한 애덤은 자신과 결혼해 캘리포니아 북부의 살리나스 계곡으로 함께 이주하자고 청한다.

첫날밤에 캐시는 애덤에게 약을 먹인 뒤 찰스의 잠자리로 간다. 쌍둥이 케일럽과 에런을 낳은 캐시는 애덤을 떠나 살리나스로 향한다. 그곳에서 기존 여주인을 독살한 뒤, 마을에서 “가장 사악하고 타락한” 매음굴의 여주인이 된다. 이야기의 사건들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카잔이 캐시를 옹호할 수 있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에덴의 동쪽』에서 아버지들이 사랑을 주지 않는다면, 어머니들은 아예 자신의 존재 자체를 내어 주지 않는다. 애덤의 어머니는 그가 어렸을 때 자살한다. 캘과 에런은 처음에는 어머니 캐시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첫 페이지부터 이러한 어머니의 부재로 아파한다. 스타인벡은 그곳에서 살리나스 계곡 동쪽의 산들을 이렇게 묘사한다.

“햇살과 아름다움, 그리고 무언가 초대하는 듯한 기운으로 가득해서, 사랑하는 어머니의 무릎 위로 기어오르고 싶을 때처럼 그 따뜻한 산기슭으로 기어오르고 싶어졌다. 갈색 풀의 사랑으로 손짓하는 산들이었다.” 소설에서 트래스크가의 중국인 하인 리는, 애덤이 여러 해 동안 우울증에 빠져 있는 동안 캘과 에런을 키우며 어머니 역할을 거의 도맡는다.

카잔의 각색은 이러한 대리 모성을 더욱 명시적으로 드러낸다. 이 선택은 리(훈 리)가 트래스크 가족의 중심이자 영혼임을 확고히 한다. 훈 리의 연기는 매 순간 그 중심적 위치에 걸맞은 힘을 보여 준다. 애덤이 우울증을 극복하고 가족이 살리나스로 이사한 뒤, 리는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에 서점을 열기 위해 떠난다.

카잔은 리가 가족을 떠나 지내는 시간을 더 상세히 그린다. 다른 이민자에게 트래스크 가족과 함께한 세월을 이야기하면서, 리는 외로움을 떨치려고 자신에게 아내가 있다고 상상하곤 했다고 말한다. “내가 하던 일에는 책임이 많았어요. 요리사, 가정부, 회계사, 간호사, 가정교사였지요.” 그 이민자가 대꾸한다. “듣고 보니 당신이 다른 누군가의 상상 속 아내였던 것 같군요.” 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집으로 돌아온다.

카잔은 캐시의 악을 상대화하려는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는 듯하다. 그러나 현대의 각색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작품은 스타인벡의 고전에 담긴 더 깊은 도덕적·영적 주제를 전달한다. 이는 복수와 죄책감의 순환이 쌍둥이 세대에서도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그리는 마지막 회에서 특히 분명해진다.

캘은 에런과, 에런을 편애하는 아버지에게 반감을 품는다. 그는 어머니가 매음굴의 여주인이라는 사실을 폭로해 에런이 집을 떠나게 하지만, 에런이 군에 입대해 프랑스에서 전사하자 죄책감에 짓눌린다. 애덤의 임종 자리에서 리는 애덤의 손을 캘의 손으로 이끌며,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들을 용서하고 축복해 달라고 아버지에게 간청한다.

“거부로 이 아이를 짓누르지 마세요. 도와주세요, 애덤. 이 아이가 자유로워지게 해 주세요.” 바로 이 순간, 리는 이 이야기에서 중재하는 모성적 사랑의 가장 위대한 행위를 실현한다. 따뜻한 “갈색 풀의 사랑”이다. 그 사랑은 아무리 불완전하게 구현되더라도 아버지에게 거부당하는 저주를 이겨 낸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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