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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비반복성’만으로 주거의 진보를 말할 수 없어

2026-11-04 20:41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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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살림집의 가치는 건물의 모양보다 주민의 생활로 입증돼야 한다.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도시의 건물들이 서로 다른 모습을 갖췄다는 사실은 주거의 질이 높아졌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11월 4일 자 〈새시대 도시살림집건축의 특징〉은 최근 북한의 도시주택 건설을 “눈부신 비약적발전”으로 평가하며, 그 특징으로 “다양성, 비반복성”을 내세웠다.

그러나 제시된 대목에서 확인되는 것은 건축 형식에 대한 찬사다. 주민의 생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아졌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글은 건설 성과를 소개하면서 “시대를 대표하는 기념비적창조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주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살림집은 주민이 먹고 자며 일상을 이어가는 공간인데, 서술의 중심에는 시대를 상징하는 기념비가 놓여 있다. 건축의 상징성이 강조될수록 실제 거주자의 경험과 요구가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물론 획일적인 도시 경관을 벗어나려는 시도에는 의미가 있다. 다양한 건축 형식은 지역의 개성을 살리고 공간에 활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외형의 다양성을 곧바로 주거 발전의 척도로 삼는 데 있다. 건물의 높이와 윤곽이 달라도 내부 구조가 생활에 불편하거나 필수 설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다양성이 주민에게 주는 효용은 제한적이다.

주거의 성과를 평가하려면 더 구체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채광과 환기, 단열과 방음은 충분한가. 급수와 난방, 전력과 승강기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가. 노인과 장애인도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는가. 학교와 병원, 대중교통은 일상적으로 이용하기 편리한가.

이는 해당 주택들에 결함이 있다고 단정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비약적발전”이라는 평가를 뒷받침하려면 확인해야 할 기본 항목들이다.

평양의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라는 규모 역시 그 자체로 성과의 전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입주하는지, 주거 수요에 얼마나 부응하는지, 입주 이후 관리와 보수는 어떻게 이뤄지는지까지 함께 제시돼야 한다. 건설 물량은 공급의 규모를 보여주지만, 배분의 공정성과 거주의 지속 가능성까지 보증하지는 않는다.

“철저한 다양성, 비반복성”이라는 구호도 따져볼 여지가 있다. 주택 건설에서 반복은 언제나 결함이 아니다. 검증된 설계와 부품의 표준화는 시공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수리와 관리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다르게 지었느냐가 아니라, 필요한 차이는 살리고 유익한 표준은 확보했느냐다. 비반복성 자체를 목표로 삼으면 주민의 필요보다 시각적 차별성이 앞설 위험이 있다.

제시된 글은 건설의 속도와 규모, 조형적 특징을 근거로 발전을 선언한다. 그러나 그 선언을 설득력 있게 만드는 것은 수식어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자료와 주민의 목소리다. 입주자의 만족도, 시설 운영 상태, 하자 처리와 유지관리 실태가 함께 공개될 때 건설 성과에 대한 평가도 구체성을 얻는다.

도시살림집의 진보는 멀리서 바라본 풍경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집 안에서 보내는 겨울이 따뜻한지, 매일의 이동이 편리한지, 문제가 생겼을 때 고칠 수 있는지가 더 직접적인 기준이다. 다양하게 지었다는 주장 다음에는, 그 집에서 주민들이 얼마나 안정되고 편안하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답이 따라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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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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