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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검찰의 이름으로 포장된 통제정치

2026-04-28 18:53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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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준법교양’ 선전이 감추고 있는 법치 부재의 민낯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매체가 천리마구역검찰소의 활동을 소개하며 이른바 “준법교양”을 공세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선전했다.

보도는 검찰소 일군들이 각 단위에 나가 법무해설을 진행하고, 생산반 운영과 학교 후원, 지방발전 정책 집행까지 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겉으로만 보면 법질서 확립과 행정 지원을 위한 정상적 활동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는 법치의 강화가 아니라 당 정책 관철을 위한 통제 장치의 확대에 가깝다.

정상적인 법치국가에서 검찰은 권력기관의 명령을 주민에게 주입하는 조직이 아니라, 법 앞의 평등과 절차적 정의를 지키는 기관이어야 한다. 검찰의 본분은 권력 남용을 견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며, 범죄 혐의에 대해 법률과 증거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보도에서 검찰은 주민과 기관을 감시하고, 당 정책 수행을 압박하며, 각 단위의 생산과 행정, 교육 현장에까지 개입하는 정치적 동원기관으로 묘사된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검찰소의 활동 목표가 “당대회결정관철을 위한 해당 단위들의 사업을 법적으로 담보”하는 데 있다고 밝힌 점이다. 이는 법이 국가권력과 당을 제한하는 기준이 아니라, 당의 결정을 주민에게 강제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법이 당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의 지시가 곧 법처럼 작동하는 구조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준법도, 사법 정의도 존재할 수 없다.

북한 매체는 검찰일군들이 구역연료사업소, 교육단위, 원료기지사업소 등을 찾아가 법무해설을 하고 생산과 후원, 영농 준비를 지원했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이는 검찰의 역할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확대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생산반 운영, 학교지원 분위기 조성, 선진농법 도입 대책까지 검찰이 관여한다는 것은 법 집행기관이 행정·경제·교육·농업 전반의 정치적 감시자로 기능한다는 뜻이다.

이런 체제에서 주민에게 요구되는 “준법”은 시민적 책임이라기보다 복종의 다른 이름이다. 주민이 법을 알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정한 목표와 당의 지침을 어기지 않도록 끊임없이 교양하고 압박하는 방식이다. 북한식 준법교양은 권리 교육이 아니라 의무 주입이며, 법률 안내가 아니라 사상 통제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선전이 주민 생활의 어려움과 제도적 실패를 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발전, 교육후원, 연료사업, 농업 생산 같은 영역은 본래 국가가 책임지고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법해설과 검찰일군의 현장 독려로 해결되는 것처럼 포장한다. 경제난과 행정 부실, 교육재정 부족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진단하기보다 주민과 단위의 “준법기풍” 문제로 돌리는 것이다.

학교 후원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은 국가의 기본 책무다. 그런데 북한은 후원단체들의 학교지원을 “열성적으로 참가하는 기풍”이라고 미화한다. 이는 국가가 충분히 책임지지 못하는 교육 재정과 시설 문제를 사회적 동원으로 메우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검찰까지 개입해 교육후원법을 해설하고 후원 분위기를 독려한다면, 자발적 지원과 강제적 동원의 경계는 더욱 흐려질 수밖에 없다.

“지방발전 20×10 정책” 집행법 준수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지방 인민들의 복리 증진을 말하지만, 정작 주민의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재산권, 이동권, 표현의 자유는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주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법해설보다 시장 활동의 자유, 정보 접근권, 사유재산 보호, 지방 행정의 투명성이 먼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선택한 방식은 또다시 법의 이름을 빌린 동원과 감시다.

검찰소 책임일군이 현장을 자주 찾고 대책을 강구한다는 대목도 선전의 전형이다. 북한식 보도에서 “책임일군의 수범”은 언제나 체제 충성의 상징으로 포장된다. 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간부 개인의 열성이 아니라 제도의 정당성과 투명성이다.

법이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검찰이 당의 방침을 주민에게 관철하는 역할을 맡는 한 아무리 많은 법무해설을 해도 그것은 법치가 될 수 없다.

법치란 주민이 국가권력 앞에서 보호받는 질서다. 반대로 북한의 준법교양은 국가가 주민을 더 촘촘히 관리하기 위한 질서다. 법이 주민의 방패가 아니라 권력의 채찍이 될 때, 준법이라는 말은 공포와 순응을 요구하는 정치 구호로 전락한다.

이번 천리마구역검찰소 선전은 북한이 말하는 법의 본질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북한에서 법은 인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장치가 아니라 당 결정과 국가계획을 수행하도록 강제하는 도구다. 검찰은 정의의 수호자가 아니라 체제 유지의 감시자다.

“준법교양”이라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그 안에는 주민을 시민이 아닌 동원 대상, 권리 주체가 아닌 통제 대상으로 보는 북한 체제의 낡은 통치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북한이 진정으로 법을 말하려면 먼저 법 앞에 당과 권력기관을 세워야 한다. 주민에게만 준법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이 주민의 생명과 자유, 재산과 존엄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

그것이 없는 한 북한의 준법교양은 법치가 아니라 통제정치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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