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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서 미국으로 송환된 中 해커

2026-04-28 18:59 | 입력 : 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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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연구 탈취 의혹과 ‘하프늄’의 그림자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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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안전부와 연계된 것으로 지목된 중국인 해커가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송환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벌어진 사이버 첩보전의 실체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 법무부는 중국 국적의 쉬쩌웨이(Xu Zewei·34)가 미국 대학과 연구기관, 법무법인 등을 상대로 해킹을 벌이고 코로나19 백신·치료·검사 관련 연구자료를 탈취하려 한 혐의로 휴스턴 연방법원에 출석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개인 해킹 범죄가 아니라는 데 있다. 미국 수사당국은 쉬쩌웨이가 중국 공산당 국가안전부, 특히 상하이 국가안전국의 지휘를 받아 활동한 ‘계약형 해커’였다고 보고 있다.

그는 2020년 2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미국 대학과 연구자, 마이크로소프트 Exchange 서버 운영 기관 등을 대상으로 사이버 침입을 감행한 혐의로 9개 죄목의 기소를 받았다.

미국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쉬쩌웨이와 공범 장위는 팬데믹 초기 미국의 대학, 면역학자, 바이러스학자를 겨냥했다. 당시 이들 기관과 연구자들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검사법 개발에 매달리고 있었다.

기소장에는 쉬쩌웨이가 텍사스 남부의 한 연구 중심 대학 네트워크에 침입했고, 특정 연구자들의 이메일 계정에 접근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전 세계가 감염병 위기와 싸우던 시점에 중국 공산당 정보기관이 타국의 과학 성과를 빼내려 했다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이 사건이 ‘하프늄(HAFNIUM)’으로 알려진 대규모 사이버 공격 작전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하프늄은 마이크로소프트 서버 취약점을 악용해 전 세계 수천 대의 서버를 침해한 사건으로, 미국 내 피해 기관만 1만2,700곳 이상으로 언급됐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2021년 이 공격의 배후로 중국 국가안전부를 지목한 바 있다.

쉬쩌웨이는 당시 상하이 소재 네트워크 기술회사인 상하이 네트워크에 고용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당국은 이 같은 회사들이 중국 정부의 사이버 작전을 수행하는 ‘보조’ 또는 ‘하청’ 조직으로 기능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국가기관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민간기업과 기술 인력을 동원해 사이버 첩보망을 운용해 왔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쉬쩌웨이는 2025년 7월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서 체포됐으며, 이후 이탈리아 사법 절차를 거쳐 미국으로 송환됐다. 로이터는 이탈리아 경찰이 미국 측 요청에 따라 그를 송환했다고 보도했으며, 중국 측은 이를 정치적 조작이라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쉬쩌웨이 측 변호인은 ‘신원 오인’ 가능성을 주장해 왔다.

이번 송환은 사이버 범죄가 더 이상 국경 뒤에 숨을 수 없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FBI는 쉬쩌웨이의 송환이 미국 수사기관의 영향력이 국경 밖까지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미국 법무부 역시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을 겨냥한 국가 배후 해킹에 대해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공산당의 사이버 첩보전은 단순한 기술 범죄가 아니다. 그것은 자유세계의 연구 성과, 의료 안보, 기업 기밀, 정책 정보를 훔쳐 전체주의 체제의 전략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비대칭 전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인류적 위기 속에서도 타국 연구기관의 성과를 노렸다는 의혹은 중국 공산당식 국가운영의 민낯을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한국에도 적지 않은 경고를 던진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방산, 원전, 인공지능 등 한국의 핵심 산업과 연구기관 역시 중국발 사이버 침투의 주요 표적이 될 수 있다.

자유민주국가들이 사이버 안보를 단순한 기술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문명 수호의 문제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쉬쩌웨이에 대한 재판은 이제 미국 법정에서 본격화된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그는 전기통신 사기, 보호된 컴퓨터 불법 침입, 정보 절취, 신분 절도 등 혐의별로 중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재판의 의미는 한 명의 해커 처벌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이 국가 권력을 동원해 자유세계의 지식과 기술을 훔쳐 왔는지, 그리고 국제사회가 그러한 사이버 침략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함께 심판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장·춘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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