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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지방정부까지 파고든 중공의 그림자

2026-05-12 16:30 | 입력 : 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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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디아 시장, 중국 정부 불법 대리인 혐의 인정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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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의 한 지방도시 시장이 중국 정부의 불법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를 인정하고 공직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해외 영향력 공작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지역 정치와 화교 커뮤니티, 온라인 여론 공간을 활용한 외국 권력의 침투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미국 법무부는 5월 11일, 캘리포니아 아카디아시 시장 에일린 왕(Eileen Wang·58)이 미국 내에서 중국 정부의 불법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로 연방 법원에 기소됐으며, 해당 중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혐의는 최고 10년의 연방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왕은 2022년 11월 아카디아 시의원으로 선출됐고, 이후 5명의 시의원이 순번제로 맡는 시장직에 올랐다. 사건 공개 직후 그는 시의원직과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미 법무부가 밝힌 핵심은 분명하다. 왕이 2020년 말부터 2022년까지 야오닝 “마이크” 쑨(Yaoning “Mike” Sun)과 함께 중국 정부 관리의 지휘와 통제 아래 움직였고, 미국 내에서 중국 정부에 유리한 선전 내용을 확산했다는 것이다. 쑨은 이미 중국 정부의 불법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2026년 2월 4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문제의 중심에는 ‘U.S. News Center’라는 웹사이트가 있었다. 겉으로는 현지 중국계 미국인 사회에 뉴스를 제공하는 매체처럼 보였지만, 검찰은 이 사이트가 중국 정부에 유리한 내용을 배포하는 통로로 활용됐다고 밝혔다.

왕과 쑨은 중국 관리들과 연락하며 친중 선전성 글을 게시했고, 일부 내용은 중국 측의 요청과 승인에 따라 수정·배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신장 위구르 인권탄압 의혹과 관련해 “집단학살도, 강제노동도 없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글이 이 웹사이트에 게시된 정황도 법무부 자료에 포함됐다.

이 사건이 더 심각한 이유는, 외국 정부의 선전 활동이 미국 지방정치의 문턱 가까이까지 접근했다는 데 있다. 연방 검찰은 왕의 관련 행위가 시의원 취임 전 종료됐다고 설명했지만, 문제는 그가 이후 실제 공직자가 됐다는 사실이다.

미국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존 아이젠버그 차관보는 “미국에서 공직에 선출된 사람은 자신이 대표하는 미국 국민만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며, 외국 정부 관리의 지시를 받은 사람이 그 관계를 공개하지 않은 채 공적 신뢰의 자리에 오른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FBI도 강한 경고를 내놨다. FBI 방첩·간첩 담당 로만 로자프스키 부국장은 왕이 “중국 정부의 이익을 위해 은밀히 봉사했다”고 인정했다며, 외국 정부를 대신해 미국 민주주의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람은 누구든 조사와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FBI 로스앤젤레스 지부 역시 미국의 적대 세력을 위해 활동하는 불법 외국 대리인을 색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건은 중국 공산당의 해외 공작 방식이 군사·외교·경제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방정부, 지역 커뮤니티, 온라인 매체, 동포사회 네트워크가 모두 영향력 공작의 통로가 될 수 있다.

특히 화교사회 내부의 여론 형성 공간을 활용해 중국 정부의 입장을 ‘현지 언론’ 또는 ‘지역사회 목소리’처럼 포장했다는 점은 매우 위험하다. 외국 권력이 직접 나서지 않고도, 현지 인물과 단체를 통해 민주주의 사회 내부의 언어와 제도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은 왕이 중국 정부 지시를 받은 콘텐츠를 게시한 뒤 조회수 등을 중국 측에 보고한 정황도 전했다. 이는 단순한 의견 표명이나 친중 성향의 정치활동과는 구별된다.

외국 정부의 지시를 받고, 그 사실을 미국 정부에 알리지 않은 채, 특정 국가의 이익을 위해 여론전을 수행했다면 이는 민주사회가 허용할 수 있는 정치적 표현의 범위를 넘어선다.

아카디아시는 로스앤젤레스 북동부에 있는 도시로, 아시아계 주민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바로 이런 지역적 특성 때문에 중국 정부의 영향력 공작이 더 은밀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정 민족 공동체를 대표한다는 명분, 현지 커뮤니티 봉사라는 외피, 문화교류와 언론활동이라는 포장 속에서 외국 권력의 정치적 목적이 숨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개방성,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존중한다. 그러나 바로 그 자유가 권위주의 국가의 침투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해외 동포사회, 지방 정치인, 친중 매체, 문화단체, 상공인 네트워크 등을 통해 자국의 입장을 확산시키고 비판 여론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이번 아카디아 시장 사건은 그 위험이 추상적 경고가 아니라 실제 형사사건으로 드러난 사례다.

한국 사회도 이 사건을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다. 지방정부 차원의 교류, 중국계 단체와의 협력, 지역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 학술·문화 행사의 후원 구조 등은 모두 외국 권력의 영향력 공작이 파고들 수 있는 공간이다.

민주사회는 외국과 교류해야 하지만, 그 교류가 은밀한 지시와 선전, 정치 개입으로 변질되는 순간 단호히 차단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한 시장의 사퇴가 아니다. 민주주의 내부에서 공직의 신뢰가 어떻게 외국 권력에 의해 훼손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경고다. 선거로 뽑힌 공직자는 지역 주민을 대표해야지, 외국 정부의 이해를 대변해서는 안 된다.

공직의 문턱을 넘기 전부터 외국 권력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인물이 이후 지역 권력의 자리에 올랐다면, 그것만으로도 민주제도는 심각한 경계음을 울려야 한다.

미국 법무부와 FBI의 이번 대응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외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려면 법에 따라 공개해야 하며, 이를 숨긴 채 민주주의 제도를 조종하려는 시도는 국가안보 사안으로 다뤄질 수밖에 없다. 자유사회는 개방되어 있지만, 결코 무방비 상태여서는 안 된다.

중국 공산당의 해외 영향력 공작은 더 이상 외교가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의회와 지역사회, 온라인 여론 공간까지 겨냥하는 현실적 위협이다.

장·춘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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