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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방문 위해 앤드루스 합동기지서 출발하는 트럼프 대통령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미중 정상 간 외교 회담을 넘어 미국 기업의 대중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경제 압박 외교’의 무대로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개방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며,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가 미국 기업의 중국 내 영업 확대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 방문에 동행하는 주요 기업인들을 거론하며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을 개방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뛰어난 기업인들이 중국에서 활동할 수 있어야 “그들이 마법을 발휘해 중국을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방중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경영자,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일부 보도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대표단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부인하며 “젠슨 황은 에어포스원에 탑승 중”이라고 직접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다. 미국은 중국 시장 접근 확대, 미국산 항공기와 농산물 구매, 첨단기술 기업의 사업 여건 개선, AI와 반도체를 둘러싼 규제 문제 등을 동시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 AP통신은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무역, AI 주도권, 대만, 핵 군축 문제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 기업인들의 대규모 동행은 트럼프식 외교의 특징을 다시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안보·외교 의제와 함께 구체적인 기업 거래, 시장 개방, 구매 계약을 정상외교의 전면에 배치하는 방식을 선호해왔다.
실제로 이번 방중에서도 중국과의 ‘무역위원회’ 설치, 보잉 항공기 구매,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이면에는 미중 간 구조적 갈등도 여전히 짙게 깔려 있다. 미국은 중국 시장 개방을 요구하지만, 동시에 첨단 반도체와 AI 기술의 대중국 이전을 제한해왔다.
중국 역시 미국 기업의 진출을 원하면서도 핵심 기술과 데이터, 플랫폼 산업에 대한 통제권을 쉽게 내려놓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개방” 요구가 실질적 합의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젠슨 황의 동행 여부가 주목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경쟁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며, 중국 시장은 엔비디아에 매우 중요한 판매처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는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 확대에 직접적인 제약이 되어왔다.
이번 회담에서 AI 칩 판매와 기술 규제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다뤄질지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향방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이번 회담은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다. 대규모 미국 기업 대표단의 방중은 중국 경제가 여전히 세계 기업들에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미국이 시장 개방과 구매 확대를 압박하는 형식으로 정상회담을 활용할 경우, 중국으로서는 주권과 경제 통제권을 둘러싼 내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은 9년 만의 방중이다. 그는 베이징에 도착해 2박 3일 일정 동안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 국빈만찬 등 여러 차례 대면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미중 관계의 안정 관리라는 외교적 목표와 함께,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복귀 및 확대라는 경제적 목표가 결합된 복합 외교전이 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은 “중국을 얼마나 개방시킬 것인가”와 “미국은 첨단기술 통제를 어디까지 유지할 것인가”라는 두 질문으로 압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들을 앞세워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그 문이 실제로 얼마나 열릴지는 미중 패권 경쟁의 냉정한 현실이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