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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장학금을 받은 중국 유학생 70명이 북한 평양에 도착해 공식적인 북한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중국 주북한대사관은 2026년 5월 9일 중국 내 16개 대학에서 선발된 2026년도 중국 정부 장학금 유학생 70명이 평양에 도착했으며, 중국 대사관 문교처와 북한 교육성, 김일성종합대학, 김형직사범대학 관계자들이 공항에서 이들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교육 교류다. 그러나 이 장면은 단순한 유학생 파견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체제를 유지하는 나라라는 점에서, 중국의 대북 공파 유학 확대는 학문 교류라기보다 북·중 권위주의 체제 간 이념적 연대와 인적 네트워크 재가동으로 읽힌다.
이번 파견 규모는 코로나19 이후 재개된 대북 유학 흐름 속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2024년 외국인 유학생 수용을 재개했고, 당시 중국 정부 장학생 41명이 평양으로 들어갔다.
2025년에는 62명, 올해는 70명으로 늘어났다. 숫자만 보면 소규모 교육 교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증가 추세 자체는 북·중 관계가 다시 밀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다.
문제는 “무엇을 배우러 가느냐”는 질문이다. 북한의 대학 교육은 자유로운 학문 탐구와 비판적 사고를 보장하는 체계가 아니다. 김일성종합대학과 김형직사범대학은 북한 체제의 핵심 엘리트 양성 기관으로, 학문적 자율성보다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 체제 이념, 정치교육이 우선되는 공간이다.
이런 곳에 중국 정부가 장학생을 보내는 것은 조선어와 지역연구 차원의 실무교육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히 납득되기 어렵다.
중국은 1950년대 이후 사회주의권 국가들과의 교류 차원에서 북한 유학생 파견을 이어왔다. 1954년부터 1994년까지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공부한 중국 학생만 4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는 조선어와 북한 관련 분야를 배웠고, 이후 외교·언론·당 조직·선전 분야로 진출했다. 이 경로는 단순한 어학연수가 아니라 대북 업무와 사회주의권 네트워크를 담당할 관료·전문가 양성 과정에 가까웠다.
중국 정치권과 관료사회에서 북한 유학 이력은 결코 낯선 배경이 아니다. 장더장 전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1978년부터 1980년까지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과에서 유학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중국 내부의 대북 전문가, 관영언론 관계자, 선전 분야 인사들 가운데서도 북한 유학 또는 북한 체류 경험을 가진 인물들이 존재한다. 이는 북한 유학이 중국 권력기관 내부에서 일정한 경력 자산으로 기능해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 유학을 바라보는 시선은 과거와 다르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북한에 가서 무엇을 배우느냐”, “쇄국을 배우느냐”, “주민 통제 기술을 배우는 것이냐”는 조롱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 내외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번 파견을 두고 폐쇄 체제의 관리 방식, 감시와 통제의 기술을 배우러 가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중문 매체들도 이 문제를 다루며 중국 네티즌들의 조롱과 비판 여론을 전했다.
물론 모든 유학생을 정치적 의도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조선어, 한반도 정세, 동북아 외교, 역사·문화 연구 차원에서 북한 체류 경험이 필요한 학생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번 파견은 일반적인 국제교육 교류와는 성격이 다르다.
북한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접할 수 있는 정보와 사람, 이동 범위는 철저히 제한된다. 보고 듣는 것은 체제가 허용한 것뿐이며, 배우는 것은 북한 당국이 보여주고 싶은 북한일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이번 파견은 북·중 관계가 러시아와의 권위주의 연대, 한반도 안보 긴장, 미국과의 전략 경쟁 속에서 재편되는 시점에 이뤄졌다. 중국은 북한을 완충지대이자 전략적 카드로 유지하려 하고,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생존 공간을 넓히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인력을 북한에 보내는 것은 미래의 대북 실무자, 선전 인력, 정보·외교 인맥을 조기에 형성하려는 장기 포석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정상적인 유학은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자유롭게 질문하며, 지식의 경계를 확장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 유학은 정반대의 환경 속에서 진행된다. 인터넷 접근은 제한되고, 외부 정보는 차단되며, 주민과의 자유로운 접촉도 어렵다. 국가가 허용한 동선 안에서 국가가 제공한 설명을 듣는 유학이 과연 학문인가, 아니면 통제된 체제 견학인가.
이번 중국 장학생 70명의 평양행은 북·중 교육 교류의 재개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권위주의 체제 간의 오래된 유대가 자리하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 선전 무대로 중국 청년들을 받아들이고, 중국은 북한을 통해 대북 인재와 체제형 인맥을 재생산한다.
결국 이번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중국은 젊은 인재들을 세계의 개방된 학문 공간으로 보내는 대신, 왜 다시 폐쇄와 감시, 세습독재의 공간으로 보내고 있는가.
북한에서 배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발전의 모델이 아니라, 한 사회가 자유를 잃었을 때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반면교사일 뿐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