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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침묵당한 청년’을 기억해야

2026-05-20 08:12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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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패를 떠나 그들의 청년정신을 응원하자!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전 위해 입국하는 내고향축구단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전 위해 입국하는 내고향축구단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입국 장면은 한 편의 짧은 영상이었지만, 그 안에는 한 체제의 민낯이 담겨 있었다. 북한 스포츠 선수단의 방한은 2018년 이후 약 8년 만이며, 여자축구로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정작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한 것은 경기 자체가 아니었다. 입국장에 나온 일부 시민들이 “환영합니다”라고 외쳤지만, 선수들은 별다른 반응 없이 굳은 표정으로 앞만 보고 걸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 모습은 단순한 무표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말할 자유, 웃을 자유, 고개를 돌려 손을 흔들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은 듯한 장면이었다.

우리는 그들을 조롱해서는 안 된다. 비난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깊이 슬퍼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단순히 북한의 운동선수가 아니라, 자유를 빼앗긴 청년들이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서는 누구보다 강하고 빠르게 뛰는 선수들일지 모르지만, 공항 입국장에서는 스스로의 감정조차 드러내기 어려운 체제의 얼굴로 서 있었다.

정상사회의 선수단이라면 외국 방문은 젊은 선수들에게 자부심과 설렘의 순간이어야 한다. 낯선 관중에게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들고, 질문에 답하며, 스포츠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 선수단의 입국 장면은 달랐다. 마치 정해진 동선, 정해진 시선, 정해진 침묵만이 허락된 것처럼 보였다. 이것이 바로 북한이 스스로 정상사회가 아님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 장면 앞에서 가져야 할 태도는 ‘개념 없는 환영’도, 냉소적 구경도 아니다. 더구나 “같은 민족이니 무조건 반갑다”는 식의 감상적 접근만으로는 어림없다.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그들의 유니폼이 아니라 그들의 침묵이다. 우리가 들어야 할 것은 응원 구호가 아니라 말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무언의 고통이다.

북한의 청년들은 태어날 때부터 노동당이 정한 언어, 노동당이 정한 표정, 노동당이 정한 충성의 방식 안에서 살아간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라 해도 예외가 아니다. 축구공을 차는 발은 세계 수준일 수 있지만, 자기 삶을 선택하는 자유는 주어지지 않는다. 국제대회에 나와도 세계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감시 속에서 이동하고 체제의 이름으로 경기한다.

그러므로 이번 입국 장면은 우리에게 묻는다. 대한민국은 북한 청년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단지 남북 이벤트의 일부로 치부할 것인가. 아니면 자유를 잃은 한 세대의 비극으로 바라볼 것인가.

우리는 북한 선수들을 향해 적대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들은 체제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 체제의 본질을 흐려서도 안 된다. 북한 정권은 스포츠를 청년의 꿈이 아니라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해 왔다. 선수 개인의 영광조차 결국 수령과 당의 은혜로 귀속된다. 개인은 사라지고 노동당만 남는다. 청년은 사라지고 체제만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진정한 과제는 단순한 환대가 아니다. 북한 청년들이 언젠가 자기 이름으로 웃고, 자기 판단으로 말하고, 자기 꿈을 선택할 수 있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것이 통일의 비전이어야 한다. 체제 간 이벤트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비전이어야 한다.

우리는 북한 여자축구팀을 보며 스포츠 교류의 가능성만 말할 것이 아니라, 자유 없는 재능의 비극을 보아야 한다. 그들이 공항에서 앞만 보고 걸었다면, 우리는 그들이 언젠가 자유롭게 주위를 둘러보고, 손을 흔들고, 웃을 수 있는 날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해야 할 일이다.

<論 說 委 員 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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