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준청문회 나온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 후보자 |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 후보자가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한국 내 미국 기업의 동등한 대우와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문제를 주요 현안으로 제기했다.
스틸 후보자의 발언은 향후 주한 미국대사관이 안보 문제에서는 한미일 공조 강화를,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보다 강한 상호주의와 이행 점검을 앞세울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틸 후보자는 20일 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 일본, 한국 간의 매우 강력한 동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녀는 자신의 부모가 북한 실향민 출신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말한 뒤, 3국 협력은 단순히 한국 방어 차원을 넘어 인도·태평양 전체의 안보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미일 관계를 ‘협력’이나 ‘공조’가 아니라 사실상 ‘동맹’에 가까운 표현으로 설명한 대목은 눈길을 끈다. 한미와 미일은 각각 조약에 기반한 동맹관계이지만, 한미일 3국 관계는 통상 ‘안보협력’으로 표현돼 왔다.
스틸 후보자의 발언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 중국의 군사적 팽창, 인도·태평양 공급망 재편 속에서 3국 협력을 더욱 제도화해야 한다는 미국 측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현안에서는 더욱 직접적인 메시지가 나왔다. 스틸 후보자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누리는 것과 동일한 시장 접근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미국 기업들이 차별받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인준될 경우 이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발언은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이 쿠팡 등 한국 내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차별 우려를 제기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해거티 의원은 미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은 물론 중국 기업과 비교해서도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각별히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향후 플랫폼, 전자상거래, 기술기업 규제 문제는 한미 통상 현안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농산물 분야에서도 압박 기류가 확인됐다. 피트 리케츠 공화당 의원은 미국 농산물에 대한 한국의 비관세 장벽과 미국산 대두 저율관세할당 물량 축소 문제를 지적했다. 스틸 후보자는 인준될 경우 한국 정부 및 관련 당국자들과 직접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 농업계의 이해가 주한 미국대사관의 주요 통상 의제로 다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도 청문회의 핵심 쟁점이었다. 스틸 후보자는 한미 간에 논의된 3천500억 달러 규모의 한국 대미 투자 계획에 대해 “정확히 어디서 나오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투자 재원, 집행 방식, 구체적 용처가 명확히 설명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해석된다. 진 샤힌 민주당 의원도 관련 정보를 상원 외교위원회와 투명하게 공유해 달라고 요구했고, 스틸 후보자는 이에 동의했다.
스틸 후보자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500억 달러를 넘는 상황도 언급하며, 인준될 경우 미국의 대한국 수출 확대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그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재협상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으로 전해져, 차기 주한 미국대사가 통상 문제에서 상당히 강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스틸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한미동맹이 70년 넘게 동북아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또 주한미군 2만8천500명과 미국의 확장억제에 기반한 연합방위태세가 여전히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한국을 미국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자 미국 산업 재건의 핵심 투자국으로 규정했다.
다만 청문회 과정에서 일부 부정확한 발언도 있었다. 스틸 후보자는 한국 경제가 “세계 6위”로 성장했다고 말했지만, 한국은 명목 GDP 기준으로 통상 세계 10위권으로 분류된다. 또 3천500억 달러 투자와 1천500억 달러 규모 조선업 투자를 별도 항목처럼 언급한 대목도 실제 합의 구조와 다소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스틸 후보자는 한국명 박은주로, 1975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위원,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스틸 전 의원을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했으며, 상원 외교위원회와 본회의 인준 절차를 거쳐야 공식 부임할 수 있다. 주한 미국대사 자리는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가 이임한 뒤 1년 넘게 공석 상태다.
이번 청문회는 스틸 후보자가 단순히 ‘한국계 인사’라는 상징성에 머물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현장에서 집행할 정치적 대사로 활동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안보에서는 한미일 결속, 경제에서는 미국 기업 보호와 대미 투자 이행 점검, 통상에서는 상호주의 압박이 전면에 놓였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