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명: 뉴스홈 > 북한 > 일반 기사 제목:

[북한 돋보기] 북한의 ‘관개체계 정비’

2026-06-05 18:06 | 입력 : 김도윤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 주민의 굶주림을 만든 폐쇄경제와 농정 실패는 빠져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나라의 관개체계를 전반적으로 정비보강”하고 있다며 농촌수리화 사업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평안북도 지역의 물길 구조물 보수와 신설 공사가 마무리되어 1만 수천 정보의 포전과 간석지에 관개용수를 보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선전은 북한 농업이 직면한 근본 문제를 가리는 데 가깝다. 관개시설 정비 자체는 농업 생산에서 필요한 과제일 수 있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이를 또다시 “당 전원회의 결정 관철”과 “당의 영도”의 성과로 포장하면서, 수십 년간 반복되어 온 식량난과 농업 실패의 책임을 체제 바깥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백마-철산 물길, 미루벌 물길 등 대형 관개건설 사업을 농업 성과의 상징처럼 선전해 왔다. 이번에도 태천5호발전소-운전·정주·곽산 물길, 간석지 물길 구조물 공사 등을 언급하며 “농업생산에 큰 기여”를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 주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해마다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 비료 부족, 농기계 노후화, 전력난, 유통 통제, 국가 수매 중심의 비효율적 농업 구조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관개시설을 일부 보강했다고 해서 북한 농업의 생산성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북한의 농업 문제는 자연재해만의 결과가 아니다. 폐쇄적 경제 운영, 시장 기능 억압, 농민의 자율성 부재, 군수경제 우선 정책이 결합된 구조적 실패다. 물길을 고친다고 선전하기 전에, 왜 북한 주민들이 여전히 충분한 식량을 보장받지 못하는지부터 답해야 한다.

통신은 이번 사업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와 제7차 전원회의 결정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는 모든 경제사업을 당의 명령과 지시 체계 안에 묶어두는 전형적인 선전 방식이다.

그러나 농업은 현장의 판단과 지역별 특성, 농민의 동기, 기술 개선, 투명한 자원 배분이 함께 작동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모든 것을 중앙의 결정과 정치적 구호로 몰아가는 방식은 오히려 현장의 문제를 은폐한다.

북한 당국은 “연차별 계획”, “중소하천 정리”, “해안방조제 영구화” 등을 언급하지만, 정작 주민에게 중요한 것은 정치 구호가 아니라 실제 수확량과 배급, 시장 접근성, 농민의 생활 개선이다. 관개체계를 정비했다는 발표가 주민의 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과가 아니라 선전에 불과하다.


북한은 이번 보도를 통해 개간 예정 간석지에도 관개용수를 보장할 담보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간석지 개발은 단순히 물길을 뚫는다고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염분 제거, 토양 안정화, 배수체계 구축, 장기적인 관리 기술이 뒤따라야 한다. 무리한 간석지 개발은 오히려 막대한 노동력과 자원을 소모하고, 실제 농업 생산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위험이 크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간석지 개발을 체제 성과의 전시장처럼 이용해 왔다. 주민 생활 개선보다 당의 업적 선전에 초점이 맞춰질 때, 농업정책은 실용적 정책이 아니라 정치사업으로 변질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 정권의 국가 우선순위다. 북한은 식량난과 농업 기반 부족을 말하면서도 핵무기 개발과 군수공업에는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주민에게는 자력갱생과 절약을 요구하면서, 정권의 안전을 위한 군사력 강화에는 국가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관개수로가 부족해서만 북한 농업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주민의 생존보다 정권의 체제 유지와 군사적 과시가 우선되는 구조가 북한 식량난의 핵심 원인이다. 농촌수리화 사업을 아무리 선전해도, 국가 재원이 핵과 미사일, 군수산업에 우선 배정되는 한 주민의 삶은 근본적으로 나아지기 어렵다.

또한 통신은 이번 사업을 “관개공사를 실속있게 추진”한 성과로 설명했다. 그러나 진정한 실속은 당 회의 결정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삶 속에서 확인되어야 한다. 농민이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하고, 생산물이 공정하게 분배되며, 주민이 안정적으로 식량을 확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농업정책은 의미를 갖는다.

북한 당국은 물길 공사의 완공을 체제 선전의 소재로 삼기 전에, 주민이 왜 여전히 굶주림과 생활고에 시달리는지부터 직시해야 한다. 농업 기반 시설의 정비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당의 치적이 아니라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

북한 농업의 위기는 관개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민을 생산의 주체가 아니라 동원의 대상으로 보는 체제, 시장과 자율을 억압하는 통제경제, 식량보다 핵을 앞세우는 정치 구조가 만든 결과다.

결국 북한의 ‘관개체계 정비보강’ 선전은 한 가지 질문을 피할 수 없다. 물길은 고쳤다고 하는데, 왜 주민의 밥상은 아직도 나아지지 않는가. 그 답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체제의 실패 속에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
Copyrights ⓒ 리베르타임즈 & www.libertimes.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더보기 김도윤
댓글 :0
댓글 등록
0/400
  • 작성자명 |2024.11.14 10:30
    이곳은 댓글 작성한 내용이 나오는 자리 입니다.
1 2 3 4 5
리베르타임즈로고

신문사소개 | 찾아오시는 길 | 개인정보처리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도희윤) | 기사제보 | 문의하기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5길 12 타운빌 2층 | 이메일: libertimes.kr@gmail.com | 전화번호 : 02-735-1210
등록번호 : 415-82-89144 | 등록일자 : 2020년 10월 7일 | 발행/편집인 : 도희윤
기사제보 및 시민기자 지원: libertimes.kr@gmail.com
[구독 / 후원계좌 : 기업은행 035 - 110706 - 04 - 014 리베르타스협동조합]
Copyright @리베르타임즈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