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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가 황해북도 황주군에 새로 건설 중인 량곡관리소를 두고 “지방변혁의 본보기적 실체”라고 선전하고 있다.
조선로동당의 지방발전정책에 따라 현대적인 량곡관리소를 시범적으로 건설하고 있으며, 벼와 밀 등 여러 곡물을 건조·정미·제분하고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북한 식량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전형적인 선전 문법에 가깝다. 문제는 ‘현대적인 건물’이 아니라 주민들이 실제로 먹을 식량이 충분한가, 생산과 유통 과정이 투명한가, 농민과 주민의 권리가 보장되고 있는가에 있다.
아무리 웅장한 골조와 현대적 공정을 강조해도, 국가가 량곡을 독점적으로 통제하고 주민들의 식량 접근권을 제한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것은 민생 개선이 아니라 통제 체계의 현대화에 불과하다.
북한 당국은 이번 황주군량곡관리소 건설을 “새시대 지방발전정책”의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주민 생활의 실질적 개선보다 ‘본보기’와 ‘시범’이라는 정치적 구호가 앞서는 방식은 오래된 북한식 동원 행정의 반복이다.
지방마다 건설 성과를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방대한 기초굴착과 콘크리트 공사, 골조공사의 속도를 자랑하는 보도는 주민의 삶보다 당 정책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량곡관리소라는 시설의 성격을 고려하면 더 큰 의문이 제기된다. 식량은 주민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따라서 곡물 가공·보관 시설의 핵심은 규모나 외형이 아니라 수확량 손실을 줄이고, 배급과 시장 공급을 안정화하며, 주민들이 차별 없이 식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 보도에는 주민들이 실제로 얼마나 혜택을 보게 되는지, 식량 공급이 어떻게 개선되는지, 농민들에게 어떤 보상이 돌아가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빠져 있다.
오히려 이번 보도는 북한 당국이 식량난의 원인을 제도적 실패에서 찾기보다 시설 건설과 속도전으로 덮으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농업 생산성 저하, 비료·연료·농기계 부족, 강제 동원식 농업 운영, 시장 통제, 분배 불투명성은 북한 식량문제의 핵심 요인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채 량곡관리소 하나를 “본보기”로 내세운다고 해서 주민들의 밥그릇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력량과 수단을 집중”한다는 표현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북한식 건설 현장에서 이 말은 흔히 각종 인력과 자재의 강제 동원, 다른 지역·부문 자원의 우선 배정을 의미해왔다.
특정 시범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주변 지역과 주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지방발전이 아니라 또 다른 희생의 강요다. 한 곳의 ‘본보기’를 만들기 위해 다수 주민의 생활과 지역 경제가 뒤로 밀리는 구조는 결코 정상적인 발전이라 할 수 없다.
황주군량곡관리소가 실제로 필요한 시설일 수는 있다. 곡물의 건조와 보관, 정미·제분 능력 개선은 식량 손실을 줄이는 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그것이 주민을 위한 정책이 되려면 시설의 외형이 아니라 운영의 투명성, 분배의 공정성, 농민의 권리, 시장과 주민 생활의 안정이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
북한 당국이 이런 핵심 문제를 외면한 채 “웅장한 자태”만 강조한다면, 그것은 민생 보도가 아니라 정치 선전일 뿐이다.
결국 황주군량곡관리소 보도는 북한의 식량정책이 여전히 주민의 삶보다 체제 선전에 종속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식량난을 해결하려면 건물을 높이 세우는 것보다 먼저 주민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곡물을 보관하는 창고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의 밥상이며, 공사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배급과 공급의 신뢰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지방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말하려면, “본보기적 실체”라는 구호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실제로 먹고사는 현실부터 공개해야 한다.
황주군량곡관리소가 또 하나의 선전용 건축물로 끝날지, 주민 식량권 개선의 계기가 될지는 바로 그 지점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