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명: 뉴스홈 > 오피니언 > 사설 기사 제목:

[사설] 명동 세종호텔의 비극

2026-06-27 07:42 | 입력 : 리베르타임즈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 종교는 왜 거리의 갈등 뒤에 서 있는가

명동 세종호텧 농성현장 사진  리베르타임즈
명동 세종호텔 농성현장 사진 - 리베르타임즈

명동의 한복판은 대한민국을 찾는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얼굴이다. 그곳은 서울의 상징이며, 한국 관광의 관문이며, 오랜 세월 도시의 품격을 보여주던 공간이었다. 그 중심에 유서 깊은 세종호텔이 있다.

한때 명동의 자부심으로 불리던 이 호텔이 지금은 장기 농성과 천막, 각종 시위용품으로 뒤덮인 채 시민과 관광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장으로 변해버렸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거리 점령 상태가 이토록 오래도록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는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민이 걷고, 관광객이 이동하고, 상인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공적 공간이다.

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권리지만, 그 자유가 공공질서와 타인의 권리를 무기한 침해하는 방식으로 행사될 수는 없다. 보행권, 영업권, 도시 미관, 관광지로서의 품격 역시 결코 가볍게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천막과 확성기, 피켓과 시위용품이 명동 인도에 장기간 펼쳐져 있는 모습은 단순한 노사갈등의 현장을 넘어 도시 행정의 부재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누구나 오가는 길이 사실상 점거되고 있는데도, 책임 있는 행정과 질서 회복의 원칙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법과 질서는 누구에게만 적용되는가.

여기에 더 심각한 의문은 종교의 개입 의혹이다. 특히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남장협 정의평화위 등의 이름이 농성 현장의 슬로건 또는 연대 표지로 버젓이 등장하고 있다면,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남장협 등이 가톨릭 소속 수도회 장상들의 연합체로 알려져 있다면, 그 이름이 특정 노사갈등 현장에 어떻게, 왜, 어떤 절차로 사용되고 있는지 공개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가톨릭은 노동자의 존엄과 권리를 말해왔다. 그것은 가톨릭 사회교리의 중요한 전통이다. 그러나 가톨릭 사회교리는 노동 문제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지 않는다. 공동선, 법질서, 사유재산의 정당성, 사회적 책임, 대화와 화해, 보조성의 원리 역시 함께 말한다. 노동자의 권리라는 이름으로 공공장소의 장기 점거와 시민 불편, 관광지 훼손을 사실상 정당화하는 듯한 모습은 사회교리의 균형과도 거리가 멀다.

종교가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종교가 특정 갈등의 한쪽 편에 서서 거리 투쟁의 후견인처럼 비칠 때, 그 순간 종교는 화해의 중재자가 아니라 갈등의 증폭자가 될 위험에 빠진다. 더구나 그 무대가 명동이고, 그 인근에는 한국 가톨릭을 상징하는 명동성당이 있다. 종교의 이름이 공적 공간의 혼란과 함께 읽히는 현실은 가톨릭 스스로에게도 결코 유익하지 않다.

세종호텔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한 호텔의 노사갈등만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의 거리, 관광도시 서울의 품격, 종교의 사회참여 방식, 그리고 공권력의 원칙이 모두 얽힌 문제다. 명동을 찾은 관광객이 “왜 이곳이 이 모양이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자유로운 시위 문화라고 답할 것인가. 사회정의라고 답할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외면한 무책임의 결과라고 답할 것인가.

가톨릭이 참으로 사회정의를 말하려 한다면, 먼저 그 정의가 공동선 안에서 구현되어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약자의 권리를 말하되 시민의 권리를 짓밟지 않아야 하고, 노동의 존엄을 말하되 법과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아야 하며, 연대를 말하되 갈등을 끝내는 책임 있는 대화를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확성기도, 더 많은 천막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진실한 설명과 책임 있는 정리다. 서울시와 중구청은 공공 보행 공간이 장기간 점거된 현실에 대해 분명한 행정 원칙을 세워야 한다. 세종호텔 노사 당사자들은 거리의 혼란을 끝내고 대화의 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가톨릭 관련 단체의 이름이 실제로 이 현장에 사용되고 있다면, 교회는 그 경위와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명동은 모두의 공간이다. 세종호텔은 한때 명동의 품격을 상징하던 공간이다. 그곳이 천막과 시위용품, 이념적 구호와 종교 개입 의혹으로 뒤덮인 채 방치되는 것은 서울의 비극이며, 종교의 비극이기도 하다. 거리의 정의가 진정한 정의가 되려면, 먼저 그 거리 위를 걷는 모든 시민의 권리와 품격을 함께 지켜야 한다.

<論 說 委 員 室>
Copyrights ⓒ 리베르타임즈 & www.libertimes.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더보기 리베르타임즈
댓글 :0
댓글 등록
0/400
  • 작성자명 |2024.11.14 10:30
    이곳은 댓글 작성한 내용이 나오는 자리 입니다.
1 2 3 4 5
리베르타임즈로고

신문사소개 | 찾아오시는 길 | 개인정보처리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도희윤) | 기사제보 | 문의하기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5길 12 타운빌 2층 | 이메일: libertimes.kr@gmail.com | 전화번호 : 02-735-1210
등록번호 : 415-82-89144 | 등록일자 : 2020년 10월 7일 | 발행/편집인 : 도희윤
기사제보 및 시민기자 지원: libertimes.kr@gmail.com
[구독 / 후원계좌 : 기업은행 035 - 110706 - 04 - 014 리베르타스협동조합]
Copyright @리베르타임즈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