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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가 최근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우리 민족포럼 2026 in 지바’를 동포사회와 민족교육을 변혁하는 출발점으로 선전하고 나섰다.
그러나 행사 이후의 지속적인 실천과 조직 계승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재일동포 개개인의 삶과 선택을 존중하기보다, 이들을 특정한 정치·이념적 공동체 안에 계속 묶어두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보도에 따르면 지바현청상회 회원들은 지난 5일 열린 민족포럼의 일회성 성과보다 포럼 이후의 활동을 더 중시하고 있다. 이들은 2008년 지바에서 개최된 포럼이 ‘제안형’에서 ‘실천형’으로 전환된 계기였지만, 당시에는 포럼 자체가 목표가 됐고 장기적인 조직 기반을 남기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표면적으로는 과거의 한계를 성찰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공동체 활동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계승’과 ‘실천’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어떤 가치와 방향을 지향하는지는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바뀌어도 활동을 계승하는 기반’의 실체
당시 관계자들은 2008년 포럼을 회고하며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지 못했다”, “사람이 바뀌어도 활동을 계승할 수 있는 기반을 남기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포럼이 단순한 문화행사나 교류행사를 넘어, 세대가 바뀌어도 조직과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조직의 지속성 자체가 곧 동포사회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이 어떤 이념과 정치적 노선을 전제로 움직이는지,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지, 다양한 정체성과 의견이 존중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특히 재일동포 사회는 이미 국적과 세대, 생활환경, 정치적 견해가 매우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민족’을 앞세워 특정 조직의 활동에 동참하는 것을 당연한 의무처럼 강조한다면, 이는 공동체의 연대가 아니라 집단적 순응을 요구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교육인가, 조직 충성심을 재생산하는 수단인가
이번 포럼에서 강조된 또 하나의 핵심은 ‘민족교육의 미래’다. 민족의 언어와 문화, 역사를 배우고 계승하려는 노력은 존중받아야 한다. 어떤 사회에서도 소수자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존할 권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민족교육이 특정 정치체제나 지도자, 조직에 대한 무비판적 충성심을 주입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문제는 전혀 달라진다. 교육은 학생에게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힘을 길러줘야지, 특정한 국가관과 역사관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빈곤 같은 현실을 외면한 채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조국’ 개념만을 강조한다면, 그러한 교육은 민족교육이 아니라 정치교육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일본 사회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능력, 보편적 인권의식보다 조직의 정체성과 정치적 연대를 우선하도록 요구한다면, 결국 가장 큰 부담을 지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동포지원과 ‘조국지원’을 같은 선상에 놓아선 안 돼
2008년 지바포럼 이후 학교지원사업과 ‘조국지원사업’ 등이 진행됐다는 대목도 주목된다. 지역 동포와 학교를 돕는 사업은 그 목적과 회계가 투명하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조국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북한과 연계된 지원활동을 추진할 경우에는 자금의 사용처와 최종 수혜자, 정치적 활용 가능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북한 당국은 오랫동안 해외동포의 애국심과 민족적 감정을 체제 선전과 외화 확보에 이용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주민들의 민생은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반면, 핵·미사일 개발과 특권층을 위한 사업에는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지원’이라는 추상적인 명분만을 앞세우는 것은 동포들의 선의를 권력 유지에 이용당하게 할 위험이 있다. 지원사업이라면 북한 당국이나 특정 조직이 아니라 도움이 절실한 주민에게 실질적으로 전달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변혁’의 대상은 동포사회가 아니라 폐쇄적 조직문화
지바현청상회는 이번 민족포럼을 ‘변혁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정으로 변해야 할 것은 동포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이나 참여 태도가 아니라, 민족과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을 조직에 종속시켜온 폐쇄적인 운영방식이다.
과거 조직활동을 계승하지 못한 이유를 단지 기반과 제도의 부재에서만 찾는 것도 잘못이다. 젊은 세대가 기존 활동에서 멀어진 것은 조직의 연속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낡은 이념과 현실에 맞지 않는 정체성 강요에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성찰하지 않은 채 청년들에게 더 적극적인 실천과 조직 참여를 요구한다면, 그것은 쇄신이 아니라 과거 방식의 강화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민족교육은 북한 체제와 조직의 논리를 반복하는 교육이 아니다. 재일동포 학생들이 자신들의 뿌리를 이해하는 동시에 일본 사회와 국제사회에서 자유롭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어야 한다.
민족이라는 이름은 사람을 하나의 조직에 가두는 울타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선택과 삶을 존중하는 문화적 토대가 돼야 한다. ‘포럼 이후’를 말하기에 앞서, 누구를 위한 민족교육인지, 무엇을 계승하려는 것인지부터 공개적으로 답해야 한다.
지바의 민족포럼이 진정한 변혁의 출발점이 되려면 행사 참가자를 늘리고 조직 기반을 강화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적 성찰, 교육 내용과 재정 운영의 투명성, 학생과 학부모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