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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이른바 총련이 일본 각지에서 올해 100세를 맞은 재일동포들을 찾아가 축하장과 축하금, 기념품을 전달했다고 선전했다. 장수를 맞은 어르신을 찾아가 축하하고 안부를 살피는 일 자체는 마땅히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총련 기관지의 보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작 100세 동포들의 삶과 복지보다는 총련 지도부의 이름과 조직의 ‘배려’를 부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보도는 총련 아이치현본부 위원장과 간부들이 고한봉 씨의 자택을 방문해 허종만 총련 의장 명의의 축하장과 축하금을 전달했다고 상세히 소개했다. 니가타현에서도 총련 간부들이 박분덕 씨와 김심선 씨를 찾아가 축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이들 고령 동포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현재 건강과 생활 형편은 어떠한지, 돌봄이나 의료 지원이 필요한 상황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100세 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지도자 명의의 축하장만이 아니다. 안정적인 의료와 요양, 주거 지원,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복지 체계가 더욱 중요하다. 그럼에도 총련의 보도는 축하금이 얼마인지, 앞으로 어떤 지원을 제공할 것인지, 고령 동포들을 위한 상시적인 돌봄 체계가 존재하는지조차 밝히지 않았다.
결국 이번 사업은 어르신들의 장수를 진정으로 기리는 복지 활동이라기보다, 총련이 여전히 동포사회 구성원들을 세심하게 돌보고 있다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선전 행사에 가깝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축하장의 발신자를 굳이 허종만 의장으로 강조하고, 방문 간부들의 직책을 일일이 나열한 것은 축하의 주인공이 100세 어르신인지, 총련 지도부인지조차 혼란스럽게 만든다.
총련 기관지는 어르신과 가족들이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고 거듭 사의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북한과 총련 계열 매체에서 반복되는 전형적인 보도 방식이다. 수혜자는 조직의 배려에 감격하고, 조직 간부는 지도부의 은정을 전달하며, 행사는 조직의 결속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마무리된다. 개인의 삶과 감정은 사라지고 조직에 대한 감사와 충성만 남는다.
더욱이 총련은 오랫동안 북한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재일동포들에게 북한식 정치교육과 조직적 충성을 요구해 왔다. 수많은 재일동포가 이른바 ‘북송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건너갔다가 자유를 잃고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역사적 비극에 대해서도 총련은 충분한 반성과 책임 있는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 100세를 맞은 재일동포들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과 전쟁, 일본 사회에서의 차별과 생존의 역사를 온몸으로 견뎌낸 세대다. 이들의 인생은 총련이라는 특정 조직의 역사보다 훨씬 크고 무겁다. 그들의 장수를 축하하려면 먼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존중하고, 정치적 성향이나 조직 소속과 무관하게 필요한 의료·돌봄·복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총련이 진정으로 ‘동포애’를 말하고자 한다면 행사 사진과 지도자 명의의 축하장보다 고령 동포들의 실제 생활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북한 정권을 대변하는 정치조직이라는 낡은 틀을 벗고, 일본 사회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의 권익과 자유, 복지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단체로 변화해야 한다.
100세 어르신은 총련의 조직력을 과시하기 위한 선전 도구가 아니다. 그들의 삶과 존엄을 정치적 구호와 지도부의 권위 아래 종속시키는 순간, 축하는 축하가 아니라 또 하나의 선전 행사가 된다. 총련이 내세우는 ‘뜨거운 동포애’가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축하장 전달 이상의 책임과 행동부터 보여야 할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