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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과 중국이 이른바 ‘피로 맺어진 전투적 우의’를 다시 앞세우며 양국의 전략적 밀착을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인권 탄압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은 주민의 자유와 안전보다 권위주의 체제의 생존과 상호 지원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인 조용원 당 비서는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주석과 회담했다.
이번 회담은 북·중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을 계기로 마련됐다. 양측은 회담에서 당적 교류를 강화하고 경제와 문화 등 여러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담에서 반복된 표현은 일반적인 국가 간 우호나 경제협력의 언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조용원은 국제정세의 변화에 대응해 “공동의 사회주의 위업”을 위한 “전투적 단결과 지지 연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후닝 역시 양국 관계를 “피로써 맺어진 전투적 우의”라고 규정하며 상호원조조약의 군사적·정치적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이는 이번 회담이 단순한 기념 외교가 아니라 미국과 한국, 일본을 비롯한 자유민주 진영에 맞서 북·중 권위주의 체제의 공동전선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행보임을 보여준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중국까지 고위급 대표단을 평양에 보내 전통적 동맹관계를 재확인한 것은 북·중·러 연대의 제도적 기반을 다지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주민 복리’라는 공허한 수사
북한 매체는 이번 회담에서 경제와 문화 분야의 협력을 심화해 “양국 인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문제”가 논의됐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말하는 ‘인민의 복리’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난과 의료·전력·주거 부족을 해결하기보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국가 자원을 투입해왔다. 중국 또한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생활 개선이나 자유 확대를 요구하기보다는 북한 체제의 안정과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영향력 유지에 더 큰 관심을 보여왔다.
북한 주민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의 근본 원인은 외부 제재만이 아니다. 군사력과 지도자 우상화에 자원을 집중하고 시장과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억압하는 북한 체제 자체가 민생 파탄의 핵심 원인이다. 중국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북한 정권에 정치적·경제적 숨통을 틔워준다면 이는 주민 복리 증진이 아니라 독재체제 연명에 기여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핵·미사일 문제와 인권 탄압은 침묵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해외 노동자 착취, 정치범수용소, 강제송환 문제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면서도 북한의 지속적인 제재 위반에 실질적인 책임을 묻기보다 대화와 안정만을 강조해왔다. 특히 중국 내 탈북민을 난민으로 보호하지 않고 북한으로 강제송환하는 정책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강제송환된 탈북민들이 고문과 투옥, 강제노동, 심지어 처형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중국은 북한 정권과의 관계를 우선해왔다.
북한과 중국이 진정으로 ‘양국 인민의 복리’를 말하려면 먼저 북한 주민의 생명과 자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장해야 한다. 정치범수용소를 폐쇄하고, 주민의 이동과 정보 접근을 허용하며, 탈북민에 대한 강제송환을 중단하는 것이 경제·문화 교류보다 앞서야 할 과제다.
‘피의 우의’로 포장된 전체주의 연대
북·중 양측이 강조하는 ‘피로 맺어진 우의’는 한국전쟁 당시 중국군의 참전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그러나 그 전쟁은 수백만 명의 군인과 민간인의 희생을 초래했고, 한반도 분단과 북한 독재체제의 장기화를 낳았다.
그럼에도 북한과 중국은 전쟁의 비극을 성찰하기보다 이를 양국 공산정권의 정통성과 결속을 강화하는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투적 우의’라는 표현은 평화와 번영을 지향하는 정상적인 외교관계보다는 진영 대결과 적대적 세계관에 기초한 군사동맹의 성격을 드러낸다.
양국이 말하는 사회주의 연대가 주민의 자유와 삶을 억압하는 체제를 서로 지탱하는 수단으로 작동한다면, 그것은 우호가 아니라 독재정권 간의 상호 생존협약에 불과하다.
국제사회, 북·중 협력의 실제 내용 주시해야
이번 중국 대표단에는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외교부 관계자뿐 아니라 퇴역군인사무부장이 포함됐다. 북한 측에서도 외무성뿐 아니라 도시경영성 관계자가 참석했다. 공식적으로는 경제·문화·도시관리·인적 교류 등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상호원조조약의 군사적 성격과 북한의 대러 군사협력을 고려하면 양국 간 전략적 협의의 범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는 북·중 간 정상적인 민생 협력과 유엔 제재를 우회하거나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기여하는 협력을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 중국이 한반도 평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비호하거나 제재 이행을 약화시킬 것이 아니라, 비핵화와 국제규범 준수를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
북한과 중국이 아무리 화려한 연회와 ‘동지적 분위기’를 연출하더라도 주민의 굶주림과 억압, 핵 위협이라는 현실을 가릴 수는 없다. ‘피로 맺은 우의’와 ‘사회주의 위업’이라는 낡은 구호 아래 강화되는 것은 양국 국민의 복리가 아니라 국제규범에 맞서는 권위주의 정권들의 결속이다.
북·중 관계가 진정한 우호로 평가받으려면 독재체제의 생존을 위한 전투적 연대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와 주민 인권 개선, 개방과 평화를 향한 책임 있는 협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