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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아세안 관련 회의를 계기로 또다시 핵무장을 정당화하고 한미일을 지역 불안정의 원인으로 몰아세웠다. 그러나 이번 조선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동남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을 우려하는 외교적 입장이라기보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거부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정치선전에 가깝다.
북한은 담화에서 “자주권 존중과 주권평등, 내정불간섭”을 강조하며 아세안의 중심적 역할을 존중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이 말하는 주권 존중은 국제법과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는 보편적 원칙이 아니다.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비판과 제재는 모두 ‘주권 침해’로 규정하면서도, 주변국 국민들이 느끼는 군사적 위협과 불안은 철저히 외면하는 선택적 주권론에 불과하다.
특히 북한이 비핵화를 “불가역적으로 최종 폐기된 사안”이라고 선언한 대목은 이번 담화의 본질을 분명히 보여준다. 북한은 핵무장을 이른바 “헌법적 권리”로 포장하며 국제사회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한 국가가 국내 헌법에 핵무기 보유를 명시했다고 해서 그것이 국제적으로 정당한 권리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법이나 헌법을 앞세워 국제사회의 책임과 의무를 회피할 수는 없다.
북한은 또 한미일 외교당국자들이 비핵화와 대만해협 문제를 언급한 것을 두고 “지역불안정의 근원”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원인과 결과를 뒤집는 전형적인 선전 방식이다. 한미일의 안보협력이 강화된 배경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반복되는 군사적 위협이 있다.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높여놓고 그에 대응하는 주변국의 협력을 긴장 조성 행위라고 비난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항행의 자유’ 문제에 대한 북한의 비난도 모순적이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은 세계 무역과 해상교통의 핵심 통로이며, 이 지역의 안정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력이나 강압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을 막고 국제법에 따른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세안 국가들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공통 관심사다.
이를 단순히 미국의 패권 전략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현실적인 안보 우려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북한은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 기도”를 지역의 중대 위협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북한은 이미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고 이를 국가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자신들의 핵무장은 자위권이고, 다른 나라에서 제기되는 핵 억지 논의는 핵확산이라는 주장은 명백한 이중잣대다.
북한이 주변국의 안보 불안을 진정으로 우려한다면 먼저 자신의 핵과 미사일이 지역에 어떤 위협을 가하고 있는지부터 성찰해야 한다.
북한은 아세안 회원국들과의 “친선협조관계”와 “호혜와 공영”을 강조했지만, 국제적 고립을 완화하기 위해 아세안을 외교적 우회로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아세안은 강대국 간 경쟁을 경계하면서도 국제법과 지역 안정, 핵 비확산이라는 기본 원칙을 중시해왔다.
북한이 아세안의 단결과 자율성을 진정으로 존중한다면, 아세안 무대를 자신의 핵보유를 인정받기 위한 선전 공간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지역의 평화와 안전은 위협을 가하는 국가가 스스로를 평화수호자로 선언한다고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핵무기를 계속 확대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국가들을 적대세력으로 규정하고, 모든 긴장의 책임을 외부에 돌리는 태도로는 어떠한 신뢰도 얻을 수 없다.
북한이 진정으로 지역의 평화와 공영에 기여하려면 필요한 것은 위협적인 담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이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는 궤변을 중단하고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에 책임 있게 응해야 한다.
아세안 역시 북한의 수사에 현혹되지 말고, 한반도 비핵화와 국제적 핵 비확산 질서라는 원칙을 분명히 지켜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