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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각성 또 각성”만 외치는 북한

2026-07-25 13:35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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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에 취약한 주민들의 주거환경과 기반 시설 개선에는 무관심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노동신문은 최근 폭우와 홍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모든 부문과 단위에 철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주민 대피와 위험지역 감시, 재해 유형별 행동요령 교육, 기관 간 협조체계 구축 등을 강조했지만, 내용의 대부분은 또다시 간부들의 ‘각성’과 ‘책임성’, 주민들의 ‘위기의식’을 촉구하는 정치적 구호에 머물렀다.

자연재해에 대비해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폭우와 홍수 위험이 커질 때마다 실질적인 방재시설 확충이나 구체적인 예산·장비 지원 계획보다 “방심을 허용하지 말라”, “2중, 3중의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번 보도에서도 하천 제방 보강, 배수시설 정비, 산사태 방지공사, 노후 저수지와 교량 점검, 구조장비와 비상식량 확보 등 주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는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

어느 지역에 어떤 위험이 존재하고, 필요한 인력과 물자를 언제까지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북한 당국은 재난방지사업을 ‘인민사수전’이자 ‘당정책옹위전’으로 규정했다. 자연재해 대응마저 주민 안전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권위와 정책을 지키는 정치적 충성사업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재난 대응의 성패를 당 조직과 간부들의 사상적 각오에 연결하는 방식은 행정과 과학의 영역을 정치선전으로 대체하는 북한 체제의 고질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피해 발생의 책임이 결국 지방 간부와 현장 노동자, 주민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중앙당국이 충분한 예산과 장비를 공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피해가 발생하면 “안일과 방심”, “무책임한 사업태도”, “위기의식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다.

국가의 구조적 무능과 자원 부족은 감춰지고, 모든 책임은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아래 단위에 전가되는 방식이다.

신문은 “인민의 생명안전이 선차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당국은 구호가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군사력 강화와 대규모 정치행사, 우상화 시설과 기념사업에 투입되는 자원을 줄이고, 노후 기반시설과 주택, 제방, 도로, 배수망을 정비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또한 위험지역과 피해 상황을 주민들에게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방기관이 중앙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선제적으로 주민을 대피시킬 수 있도록 권한과 자원을 보장해야 한다. 피해 규모를 축소하거나 책임을 감추는 관행이 반복된다면 아무리 “만단의 준비”를 외쳐도 주민들은 재난 앞에서 또다시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폭우와 홍수는 정치적 구호나 충성심으로 막을 수 없다. 필요한 것은 과학적인 예보체계, 튼튼한 사회기반시설, 충분한 구조장비, 신속한 정보공개, 그리고 책임 있는 국가행정이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주민의 생명을 하늘처럼 떠받든다면, “각성하고 또 각성하라”는 말부터 반복할 것이 아니라 재난에 취약한 주민들의 주거환경과 기반시설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준비 부족으로 발생한 피해를 주민과 일선 간부들의 잘못으로 돌리는 책임 전가도 중단해야 한다.

폭우 피해를 막는 것은 당에 대한 충성을 증명하는 정치투쟁이 아니다. 주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최소한의 책무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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