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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당·정 고위 간부들, 정권수립 기념일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2025년 자료사진) |
북한이 정권 수립 78주년을 맞아 또다시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북한이 입버릇처럼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국가적 기념일의 중심에는 주민의 삶이 아니라 선대 지도자에 대한 충성과 우상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선중앙통신은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한 당·정부 고위 간부들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성·중앙기관 책임간부, 군 지휘관 등이 전날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날 참배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은 명의의 꽃바구니가 김일성·김정일 동상 앞에 전달되면서 최고지도자의 존재와 세습 권력의 계보는 다시 한번 강조됐다.
참배자들은 김정은의 사상과 영도를 충성으로 받들어 국가의 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해 분투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북한 매체는 전했다.
그러나 북한이 주장하는 ‘인민의 행복’과 실제 정치 행사의 모습 사이에는 근본적인 모순이 존재한다. 국가 수립 78주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최고위 간부들이 국가 발전의 청사진이나 주민 생활 개선 성과를 놓고 평가하기보다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장소를 찾아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이 국가적 의례의 핵심으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같은 날 정권수립 기념 경축행사에 초청된 노력혁신자와 공로자들까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동원했다. 노동과 생산 분야의 성과를 인정받은 주민들조차 결국 선대 지도자에 대한 충성 의식 속으로 편입되는 구조다.
박태성 내각총리와 조용원 노동당 비서 등 당·정·군 간부들은 대성산혁명열사릉과 신미리 애국열사릉도 찾아 참배했다. 북한 매체는 참가자들이 ‘주체조선의 융성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열사들을 추모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러한 기념행사는 국가의 역사를 주민 개개인의 삶과 권리가 아니라 수령과 혁명, 충성이라는 단일한 서사 속에 가두는 정치적 의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 수립 78년이 지났지만 북한의 정치적 시간은 여전히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대에 묶여 있는 셈이다. 선대 지도자의 시신을 국가 통치의 상징적 중심에 놓고 당·정·군 간부들이 해마다 충성을 다짐하는 모습 자체가 북한 체제의 본질을 보여준다.
진정한 국가의 존엄은 거대한 궁전이나 지도자의 동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자유롭게 말하고 이동하며,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때 국가의 존엄도 존재한다.
‘인민의 행복’을 외치면서도 78년째 주민보다 수령을 앞세우는 나라. 북한의 9·9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행사는 화려한 ‘경축’이라는 포장 뒤에 감춰진 세습 독재체제의 변하지 않은 민낯을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