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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증산투쟁’ 외치는 북한 전력 부문

2026-09-29 20:54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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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호로는 만성 전력난 해결 못한다.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화력발전소들의 전력 증산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섰다. 그러나 북한 스스로도 전력과 석탄 생산을 경제성장의 핵심 병목으로 지목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번 보도 역시 구조적 전력난을 해결했다는 증거라기보다는 생산 독려와 주민 동원을 위한 선전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은 북창화력발전연합기업소와 평양화력발전소, 동평양화력발전소, 청천강화력발전소, 순천화력발전소 등에서 노동자와 기술자들이 이른바 ‘증산투쟁’을 벌이며 전력생산 실적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창화력발전연합기업소에서는 발전설비 가동률을 높이고 석탄 운반설비를 정상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평양화력발전소는 9월 25일까지 월간 전력생산계획을 초과 달성했다고 선전했다. 동평양화력발전소 역시 매일 계획보다 수십만kWh를 더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눈여겨볼 대목은 북한의 선전이 새로운 발전소 건설이나 대규모 설비 현대화보다는 기존 설비의 보수, 가동률 향상, 노동자 경쟁과 ‘돌격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북한 전력산업이 오래된 설비와 낮은 효율, 석탄 공급 불안정 문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8노스는 2026년 북한의 전력 사정을 분석하면서 북한 전역에서 수요를 충족할 만큼의 전력이 충분하지 않고, 평양에서도 정전이 발생하며 지방과 농촌으로 갈수록 전력 공급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전력망은 군과 산업시설에 우선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지만 이들 시설조차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김정은 자신도 올해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전력과 석탄 부문을 경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인 분야로 지목했다고 38노스는 전했다. 결국 노동신문이 강조하는 ‘전력 증산’은 북한 경제가 전력 부족이라는 고질적인 장애물을 여전히 안고 있다는 사실을 거꾸로 드러내는 셈이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전력 부족 때문에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외부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데일리NK는 올해 초 북한 기업들이 심각한 전력 부족 때문에 생산시간 감소와 비용 증가, 불량률 상승 등의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일부 공장에서는 생산계획 달성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방식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의 믿음에 보답’, ‘사회주의경쟁’, ‘돌격대’, ‘집단적 혁신’, ‘낮과 밤을 이어 투쟁’ 등 정치적 구호를 앞세워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설비와 전력망의 근본적인 현대화보다는 노동자의 책임감과 정신력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북한식 생산동원 방식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최근 북한의 산업생산과 전력 사정에 일정한 개선 움직임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는 지난 6월 북한이 전력·석탄 등 주요 산업의 생산 확대를 발표했으며, 위성자료상 야간 조명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일부 회복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 경제가 러시아와의 협력 및 중국과의 교역 확대에서도 도움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최근 전력 증산 보도를 전적으로 허구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생산량, 설비별 발전효율, 송배전 손실률, 주민 전력 공급시간 같은 객관적인 통계를 공개하지 않은 채 ‘계획 초과 수행’이라는 정치적 표현만 반복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전력산업의 성과를 판단하려면 노동자들이 얼마나 ‘분발’했는지가 아니라 주민과 공장에 전기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평양의 발전소가 계획보다 몇 퍼센트 더 전력을 생산했다는 선전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 도시와 농촌에서 하루 몇 시간이나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낡은 화력발전소의 보일러와 터빈을 계속 수리하고 노동자들에게 ‘증산투쟁’을 주문하는 방식만으로는 북한 경제의 만성적 전력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발전설비 현대화와 송배전망 개선, 안정적인 연료 공급, 투명한 에너지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전력생산 앙양’이라는 구호는 또 하나의 생산독려 운동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북한 경제에 필요한 것은 ‘백배의 책임감’이라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하루 24시간 안정적으로 흐르는 전기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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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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