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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 기업가로 꼽혀온 판스이(潘石屹) SOHO차이나 공동창업자가 미국에 장기간 머무르게 된 배경을 짐작하게 하는 과거 영상이 최근 공개돼 중국 안팎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중국과 해외 소셜미디어에 확산된 약 55초 분량의 영상에서 판스이는 미국으로 건너간 뒤 당초 중국으로 돌아갈 계획이 있었지만, 가까운 친구에게 문제가 생긴 사실을 언급하면서 귀국하지 않은 사정을 설명했다. 해당 친구는 전 화위안그룹 회장 런즈창(任志强)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판스이는 영상에서 뉴욕에 도착한 뒤 중국행 항공권까지 구입해 놓고 춘절 이후 돌아갈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과 매우 가까웠던 친구가 글 한 편을 11명에게 보냈고 자신이 첫 번째 수신자였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수신자 가운데 “몇 명이 체포됐다”는 취지로 말한 뒤 참석자들에게 녹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다만 판스이가 말한 나머지 수신자들이 누구인지, 실제로 몇 명이 체포됐는지, 또 체포가 해당 글을 받은 것과 직접 관련됐는지는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영상 유출 이후 온라인에서는 이른바 ‘11명 명단’이 돌고 있지만 출처와 진위 역시 검증되지 않았다. 자유아시아방송(RFA)도 다른 수신자들의 신원과 처분 경위는 공개 자료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런즈창 사건 다시 주목
판스이가 언급한 친구로 지목되는 런즈창은 중국 부동산 업계의 유명 기업인이자 공개적인 사회·정치 발언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2020년 초 런즈창의 이름으로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대응과 정치 체제를 비판하는 글이 인터넷에 유포됐다. 해당 글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채 강하게 풍자하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 런즈창은 그해 3월 이후 공개석상에서 사라졌고, 이후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중국 베이징 제2중급인민법원은 2020년 9월 22일 런즈창에게 횡령·뇌물수수·공금유용·국유기업 관계자의 직권남용 등 혐의를 인정해 징역 18년과 벌금 420만 위안을 선고했다. 중국 법원은 경제범죄에 따른 판결이라고 밝혔으며, 런즈창이 혐의를 인정하고 항소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반면 해외 언론과 중국 정부 비판 인사들은 런즈창이 시진핑 체제에 비판적인 글을 발표한 직후 구금·기소됐다는 점에 주목하며 그의 정치적 발언과 사건 사이의 연관성을 제기해 왔다. 다만 중국 당국은 공식 판결에서 정치적 비판을 범죄 혐의로 제시하지 않았다.
판스이의 이번 영상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11명의 수신자’와 일부 수신자의 체포 가능성을 본인의 발언을 통해 처음 제기했다는 점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왜 돌아오지 않았나”.. 영상이 던진 의문
판스이의 장기 미국 체류는 수년 전부터 중국 경제계에서 관심의 대상이었다. 특히 중국 부동산 시장이 급격한 침체 국면에 접어드는 과정에서 판스이와 아내 장신(张欣)이 중국 내 자산을 줄이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이어지면서 여러 해석이 나왔다.
이번 영상에서 판스이가 런즈창 사건과 자신의 미국 체류를 연이어 언급하면서, 정치·사회적 환경에 대한 우려가 귀국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놓고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그러나 판스이는 영상에서 시진핑 주석을 직접 비판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정치적 이유 때문에 미국에 남았다고 명시적으로 말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영상만으로 그의 장기 체류 이유를 하나의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일부 보도에는 판스이가 “2020년 9월 뉴욕에 도착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런즈창은 이미 같은 해 3월 사실상 공개 활동이 중단됐고 9월 22일 판결을 받았다. 따라서 영상 속 ‘친구가 이후 사고를 당했다’는 표현의 정확한 시간적 순서와 맥락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SOHO차이나 경영에서도 물러나
판스이와 장신 부부는 1995년 SOHO차이나를 공동 창업해 베이징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대형 상업용 부동산 사업을 벌이며 중국 부동산 붐을 대표하는 기업가로 성장했다.
SOHO차이나는 2021년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거래가 최종 무산됐다. 이후 2022년 9월 판스이는 SOHO차이나 이사회 의장직을, 장신은 최고경영자(CEO)직을 각각 사임했다. 당시 회사는 두 사람이 예술과 자선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물러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근 공개된 영상이 언제 촬영됐는지, 누가 촬영하고 유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판스이가 녹음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장면까지 영상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비공개 성격의 모임에서 촬영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판스이가 의도적으로 영상을 공개했다는 주장도 온라인에서 나오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영상이 던진 핵심 의문은 판스이 개인의 귀국 여부를 넘어선다. 그가 언급한 ‘11명의 수신자’가 실제 누구였으며, 일부가 어떤 이유로 체포됐는지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2020년 런즈창 사건을 둘러싼 당시 상황을 새롭게 이해할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판스이의 짧은 발언만 공개됐을 뿐이다. ‘11명 명단’과 체포 주장에 대한 독립적인 확인이 뒤따르지 않는 한 온라인상의 추측과 확인된 사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