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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통위 종합감사 출석하는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외교부 장관 |
북한과의 협상은 정부가 한목소리를 내도 갈 길이 멀다. 도발과 불법행위에는 분명한 책임을 묻고, 대화에는 일관된 원칙으로 임해야 겨우 협상의 토대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이 배후로 지목된 가상자산 해킹 사건을 두고 통일부와 외교부가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놓았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대응의 출발점을 맞추지 못한다면 북한에 무슨 메시지를 주겠는가.
통일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외교부는 사이버 독자 제재를 포함한 추가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검토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으로서는 정부가 논의하고 있다는 것인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특정 사건에 대한 대응 논의와 기존 제재 방안의 검토는 범위가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부처끼리 그 차이를 정리해 설명했어야 한다. 국민에게 각 부처의 발언을 대조하며 정부 입장을 추측하게 해서는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엇박자가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의심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범행 책임이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신호가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한쪽은 제재를 검토한다는데 다른 쪽은 논의 자체가 없다고 선을 긋는다. 북한이 이를 보고 한국 정부는 내부 반발 때문에 단호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협상력은 출발부터 약해진다.
혐의를 확인하고 증거를 검증하는 절차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신중함이 대응을 미루는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의 부인만으로 의혹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통일부가 강조해야 할 것은 정확한 사실 확인과 책임 있는 대응의 필요성이다. 그 대신 정부의 검토 상황을 축소하는 듯한 설명을 내놓으면 북한을 두둔하거나 대신 변명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외교부는 북한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와 직접 협의하며 제재와 공조의 실무를 감당하는 부처다. 북한의 사이버 위협이 초래하는 외교 현안과 수시로 맞부딪힐 수밖에 없다. 통일부 역시 남북관계를 관리하는 책임이 있지만, 그 역할이 북한의 책임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대화를 중시한다면 오히려 불법행위가 대화의 기반을 무너뜨린다는 사실부터 북한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부처 간 이견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조정해 일관된 정책으로 만드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다. 외교부가 “검토 중”이라고 밝힌 사안을 통일부가 “논의조차 없다”고 설명하는 집안 사정까지 국민이 납득해줄 이유는 없다. 이런 갈지자 행보가 반복되면 북한은 한국 정부의 원칙보다 부처 사이의 틈을 먼저 살필 것이다.
통일부는 북한의 입장을 국내에 설명하는 데 앞서 대한민국의 원칙을 북한에 전달해야 한다. 청와대와 관계 부처도 사실관계, 검토 단계, 대응 원칙을 신속히 정리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불법행위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이 분명히 서야 협상에도 힘과 신뢰를 얻는다. 정부가 스스로 그 신뢰를 허물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만 기대할 수는 없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