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출신 탈북민 가운데 약 25%에서 염색체 이상이 발견됐다는 조사 결과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선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방사선 피폭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인과관계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인데요.
가장 큰 이유는 핵실험장 인근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이기에 방사능 피폭에 대한 충분하고도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지만, 현장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라는 상황에서 북한당국이 이같은 조사에 응할 리가 없다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염려스러운 것은 북한당국이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인근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제2 제3의 피해는 물론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인데요.
북한은 오늘 이 시간, 풍계리 핵실험장 피폭 가능성에 대한 정부의 조사 결과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탈북민 25% 염색체 이상’ 결과를 어떻게 봐야 합니까?
- 이번 결과는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인구 집단에서 이 정도 비율의 염색체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특히 ‘안정형 염색체 이상’은 과거 일정 수준 이상의 방사선 노출 이력을 시사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것이 곧바로 “핵실험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위험 신호가 포착되었다는 점입니다.
2. ‘안정형’과 ‘불안정형’ 염색체 이상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 불안정형 염색체 이상은 최근 수개월 내 방사선 노출을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반면 안정형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체내에 남아 과거 피폭 이력을 보여줍니다.
이번 조사에서 불안정형은 기준치 이하였고, 안정형만 높게 나타났다는 점은 최근이 아닌 과거 특정 시점의 노출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이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수차례에 걸쳐 핵실험이 진행되었는데, 시기와 시간적으로 맞물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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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 일지 |
3. 실제로 핵실험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까?
-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입니다. 핵실험 과정에서는 요오드-131, 세슘-137, 스트론튬-90, 플루토늄-239 같은 핵종이 방출이 되는데요. 이 물질들은 공기, 토양, 식수, 식품을 통해 인체에 유입될 수 있고, 체내에 축적될 경우 DNA 손상과 염색체 변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기간 피폭은 눈에 띄지 않지만 누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위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아마도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실은 지금도 북한의 핵실험장 인근에 거주하고 주민들은 전혀 이같은 사실들을 모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민들사이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등으로 피해자들이 나오자 귀신병에 걸렸다고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는데요. 참으로 큰일입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인과관계 입증’은 어렵다고 보는 것인지요?
- 핵심 이유는 통제된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염색체 이상은 방사선 외에도 의료 방사선(CT 등), 흡연, 산업 화학물질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현지 환경 데이터 부재입니다. 풍계리 인근의 토양, 식수, 공기 시료를 직접 분석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과학적으로 ‘직접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5. 이번 조사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상 비율이 결코 낮지 않다는 점입니다. 25%라는 수치는 단순한 통계적 변동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둘째, 조사의 지속성과 투명성 문제입니다. 장기 추적 연구가 필수적인 사안인데, 조사 규모와 결과 공개가 제한적이라면 과학적 신뢰성과 정책 대응 모두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연구 차원이 아니라, 잠재적 공중보건 사안이고 한반도 안전의 문제임과 동시에 사람의 현재와 미래의 운명과도 관련된 중차대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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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모습 |
6. 향후 어떤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 전문가들은 크게 네 가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우선 장기적으로 추적조사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동일 대상자의 건강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도 있구요. 두 번째는 대조대상달을 비교 연구함으로써 일반 국민과의 차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국제기구 참여 조사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 등과 협력하여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해야하고, 조사 결과의 정기적 공개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이 문제는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국경을 넘어선 방사능 영향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사안은 아직 ‘확정된 피해’로 단정되지는 않았지만,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에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계속 진행 중인 ‘침묵의 재난’일 수 있는 것이죠.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