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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중국의 대표적 인권활동가로 알려진 동광핑(董廣平)이 여권 없이 고무보트를 몰고 서해를 건너 충남 태안 해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당국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그를 긴급 체포했지만,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상 밀입국 사건으로만 처리하기 어려운 중대한 인권·난민 보호 사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태안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9시 36분께 충남 태안군 근흥면 서격렬비열도 북서방 약 18㎞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20t급 근해자망 어선 선장이 고무보트를 발견해 신고했다.
해경은 경비함정을 급파했고, 신고 접수 1시간여 만에 현장에 도착해 고무보트에 타고 있던 중국인 남성을 체포했다. 해당 지점은 한국 영해선 안쪽 약 3.6㎞로 파악됐다.
제공된 인권활동가 측 자료에 따르면 이 남성은 중국 인권투사 동광핑으로, 2026년 5월 25일 새벽 중국 동부 해안을 출발해 혼자 고무보트를 몰고 한국 해역까지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그는 충남 태안해양경찰서에 구금된 상태로 알려졌으며, 캐나다에 거주하는 딸 동쉐루이와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미국·한국의 인권활동가들과 한국 변호인단도 긴급 구조와 법률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동광핑은 전직 군인이자 공안 출신으로, 중국 당국의 인권탄압을 비판해 온 인물이다. 국제인권단체 프런트라인 디펜더스는 동광핑을 “인권옹호자이자 전직 정치수”로 소개하며, 그가 민주화 활동과 1989년 톈안먼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 활동 때문에 반복적으로 구금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국가정권 전복 선동’ 혐의로 3년간 수감됐고, 2014년에는 톈안먼 유혈진압 희생자 추모 행사에 참여한 뒤 8개월 넘게 비밀 구금된 바 있다.
동광핑의 이름이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15년 태국 사건이었다. 그는 아내와 딸과 함께 태국으로 피신해 유엔난민기구, 즉 UNHCR을 통해 보호를 요청했고, 캐나다 재정착 절차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5년 10월 태국 이민국에 체포된 뒤 같은 해 11월 중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프런트라인 디펜더스는 당시 동광핑과 장예페이가 UNHCR로부터 난민으로 인정된 상태였음에도 중국으로 돌려보내졌고, 이후 비밀재판과 장기 구금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당시 유엔난민기구는 태국의 강제송환 조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UNHCR은 두 사람이 태국 밖 제3국 재정착 승인을 받은 상태였는데도 예고 없이 송환됐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 역시 동광핑과 장예페이가 중국으로 송환될 경우 고문과 부당한 재판을 받을 중대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제앰네스티의 긴급행동 문건도 두 사람이 UNHCR로부터 난민으로 인정된 중국 활동가들이며, 송환 후 고문과 기타 부당한 처우의 위험에 놓였다고 명시했다.
동광핑은 중국 송환 뒤 다시 수감됐다가 2019년 8월 충칭 교도소에서 석방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프런트라인 디펜더스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충칭시 제1중급인민법원에서 ‘국가정권 전복 선동’과 ‘불법 월경’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으며, 가족에게도 재판 일정이 사전 통보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태안 해역 도착 사건이 갖는 의미는 여기에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수밖에 없지만, 동광핑의 경우 일반적인 경제적 목적의 밀입국자와 동일하게 다루기 어렵다.
그는 이미 중국 당국에 의해 반복적으로 처벌·감시·구금된 전력이 있고, 과거 제3국에서 난민 보호 절차를 밟던 중 중국으로 강제 송환돼 재수감된 사례가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원칙은 ‘불법 입국 처벌’이 아니라 ‘강제송환 금지’다.
국제난민법과 국제인권법의 핵심 원칙인 강제송환금지 원칙은 박해·고문·비인도적 처우가 예상되는 국가로 개인을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정치적 반대자, 인권변호사, 민주화 활동가, 톈안먼 추모 활동가들을 장기간 감시하거나 처벌해 온 현실을 고려할 때 동광핑의 신병 처리는 국제사회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물론 태안 해역은 과거에도 중국발 해상 밀입국 경로로 여러 차례 등장한 바 있다. 2020년에도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충남 태안으로 고무보트나 레저보트를 이용해 입국한 중국인들이 잇따라 검거됐고, 당시 해경은 이른바 ‘태안 루트’가 한중 간 최단 해상 경로로 이용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과거 불법취업 목적의 집단 밀입국 사건과 달리, 국제적으로 알려진 중국 인권활동가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른 성격을 갖는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안을 안보·치안 차원에서 조사하되, 동시에 난민 보호와 인권 외교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동광핑이 난민 신청 의사를 밝힐 경우 통역, 변호인 접견, 가족 및 국제인권단체와의 연락, UNHCR 등 관련 기구와의 협력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 측의 송환 요구가 있더라도 그의 과거 박해 이력과 강제송환 전례를 고려해 한국 정부는 독립적이고 투명한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동광핑의 고무보트는 한 사람의 무모한 월경 수단이 아니라, 중국 전체주의 체제 아래에서 자유를 찾아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한 인권투사의 마지막 선택일 수 있다. 이제 한국이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은 그를 단순한 ‘밀입국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도착한 ‘보호 대상자’로 볼 것인가.
이번 사건은 한국의 법치와 국경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동시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대한민국이 중국 인권 문제 앞에서 어떤 원칙을 지킬 것인지를 묻는 중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