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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중국 정부가 국가안보와 산업·기술 보호를 명분으로 자국민의 출국과 외국인의 입국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새로운 규정을 마련했다. 출국 제한 사유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일부 결정은 당사자에게 사전 통보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면서, 개혁개방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돼 온 중국인의 해외 이동 자유가 다시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이 7월 31일 공포한 출국·입국 관리 관련 새 규정은 오는 9월 1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새 규정은 여권 관리와 출입국 심사, 유학·이민 중개업체 감독, 외국 국적과 해외 거류 자격 취득 등에 대한 정부의 관리 권한을 한층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출국 사유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관계 당국이 당사자에게 서류와 자료뿐 아니라 전자 데이터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한 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출입국 심사가 과거의 신분 및 서류 확인을 넘어 개인이 해외로 나가려는 목적과 동기, 활동 가능성까지 심사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의 국경 관리가 ‘통행의 편의’를 보장하는 제도에서 ‘위험인물을 선별하고 차단하는 장치’로 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새 규정 제2조는 중국 국민이 이른바 고위험 국가나 지역으로 출국하려 할 경우 관계 기관이 필요에 따라 출국을 만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어떤 국가와 지역이 고위험 지역으로 지정되는지, ‘만류’가 사실상 출국 금지로 집행될 수 있는지에 관한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과거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한국 등에 대해 여행이나 유학과 관련한 안전 주의보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과 특정 국가의 외교관계가 악화될 경우 해당 국가로 여행이나 유학, 이민을 준비하던 사람의 출국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4조는 수출통제 또는 기술수출입 관리 규정을 위반해 국가의 산업안전이나 기술안전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중국 국민에 대해 상무부 등 관계 부처가 출국 금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실제로 산업안전이나 기술안전을 침해한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만으로 출국을 제한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판단 기준과 절차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면 행정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기업인과 연구자, 기술자, 유학생 등이 출국 제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6조도 기본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가안보나 형사사건 수사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경우 출국 제한을 결정한 기관이 당사자에게 그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사자가 자신의 출국 제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항공권을 구매하고 유학이나 취업, 이민 절차를 진행하다가 공항 출국심사 단계에서 돌연 제지당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출국 제한 사유마저 공개되지 않는다면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법적 구제를 받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새 규정에 따라 출국 제한을 집행하는 권한이 중앙정부나 성급 기관뿐 아니라 현급 출입국관리기관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집행기관이 늘어날수록 지역별로 판단과 적용 기준이 달라지고, 하급 기관의 자의적인 결정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비판론자들은 이번 규정이 그동안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운용돼 왔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른바 ‘국경 통제’ 조치를 제도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당국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람이라면 실제 범죄나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출국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중국 정부를 비판하거나 인권·민주화 활동에 참여한 중국인이 귀국한 뒤 다시 출국하지 못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출국 제한은 단순한 행정조치가 아니라 해외에서의 발언과 활동까지 위축시키는 정치적 통제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
유학·이민·비자 관련 중개업체에 대한 관리 강화도 시민들의 해외 진출을 위축시킬 수 있는 요소로 지목된다. 당국이 중개업체의 업무와 정보 제공을 엄격히 통제할 경우 일반 시민이 해외 유학과 취업, 이민에 필요한 정보와 경로를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출국이라는 개인의 권리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행위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규정에 사용된 국가안보, 산업안전, 기술안전, 고위험 지역 등의 표현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당국이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적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것으로 소개된 한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번 조치는 단순한 관리 강화가 아니라 출입국의 문턱을 분명히 높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신청 절차와 서류 요건을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누가 출국할 수 있고 누가 반드시 차단돼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체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여권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일반 국민의 사적 출국을 점진적으로 허용해 왔다. 해외여행과 유학, 취업, 이민의 확대는 중국 사회가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중요한 통로였다.
그러나 이번 규정이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기준에 따라 시행될 경우 중국인의 출국 자유는 다시 국가안보와 정치적 판단에 종속될 수 있다. 새 제도가 실제 국경 안전을 위한 제한적 조치에 머물지, 아니면 시민의 이동과 해외 활동을 통제하는 새로운 장벽으로 변할지는 오는 9월 시행 이후의 집행 과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장·춘 <취재기자>